미국을 거론하면서 존 아담스, 그리고 토마스 제퍼슨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제 2대, 3대 대통령을 역임한 건국자들이다. 아담스와 제퍼슨은 당대 최고 지식인이자 숙명과 같은 정적관계였다. 흥미로운 점은 둘 다 7월 4일, 다시 말해 미 독립기념일날 사망했다는 사실이며, 더욱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노환으로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말들이다. 제퍼슨은 “오늘이 4일이냐?”는 말을, 아담스는 “제퍼슨은 아직도 살아 있는데” 라는 말을 남기고 파란 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한사람은 평생을 바친 건국과 그 기념일을 떠 올렸고, 또 한사람은 평생 자신의 정적을 떠 올리며, 경쟁의식과 그보다 먼저 죽는다는 점을 감지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는 사실 아담스가 숨을 거두기 이전, 제퍼슨은 몬테첼로 저택에서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 시위을 보면서, 제퍼슨과 아담스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듯하다. 둘 다 건국의 대들보적 존재며, 나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데도, 보는 시각은 하늘과 땅으로 달랐다. 제퍼슨은 목표가 국가였고, 아담스는 정적과의 싸움, 그리고 승리였다. 한국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국가을 위한 시위인지, 어떠한 정치적 싸움인지 궁금하다.
수출과 경제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에서 미국과의 FTA 관계 설립은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과 같이 미 수출이 수입보다 월등히 높고, 수출 제품들이 차, 전자, 가전제품 등 고가 품목이며, 수입 품목들이 농수산 원자재 등 저가격 상품들이라면 더더욱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다수가 열망해야할 일이다.
어린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통령이 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전 내각이 사퇴하는 사태까지 왔다. 촛불 시위는 왜 하며,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가?
촛불 시위의 정점은 순수성에 있다. 그리고 진실이 없는 순수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순수성은 무엇인가? 국민 건강인가? 현재까지 유럽을 제외한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는 단 1건에 불과하며, 더욱이 미국인이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이는 없다. 광우병보다는 식중독, 헤페타이스 등에 더욱 신경 써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진실은 무엇인가? 미국 쇠고기가 그렇게 위험한가? 오늘날 미국 어디에서도 쇠고기는 미국인, 한국인 할 것 없이 주저 없이 소비되고 있다. 또한 소고기 소비가 위험할 경우 FDA에서 전면적으로 개입해서 수거, 소각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며, 미국 미디어가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신속히 알림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촛불시위는 왜 일어나는 것인가? 그 저변에는 반미 감정, 정부 불신, 이명박 때리기, 질투심 등 여러 복합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한국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불신은 끝이 없다. FTA가 절실한 것은 미국보다 한국이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한 모습이다. 한국이 신발 벗고 나서도 미 의회에서 승인되기가 힘든 마당에 쇠고기 잡고 늘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만성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국가 간의 서명은 촛불시위에 눌려 종이 휴지처럼 내팽개쳐져있고 국가 신인도는 곤두박질쳤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그나마 자부심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현대, LG, 삼성 등의 로고를 볼 때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TV는 소니 세계였고, 골드스타는 K마트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전화기는 노키아 세상이었는데 오늘날 어떻게 변했는가?
어제를 돌아보면 오늘과 내일이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대낮에도 촛불을 들고 거리을 헤매며 “진실된 사람을 찾고 있소”라고 말했다 한다. 과연 한밤중 서울시 광장을 메운 촛불 시위자 중 진실을 알고 진실된 시위를 하는 진실된 자들이 몇 명이나 된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진실이란 허구일 수도 있다. 마치 아담스가 제퍼슨은 아직 살아있다고 믿었듯이. 그러나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거짓을 믿는 것은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다.
안용호
전 버지니아 시민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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