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교수)
아버지는 박사학위 공부를 하기 위하여 아내와 3살이 좀 넘은 아들보다 먼저 미국에 왔다.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아들에게 매일같이 “우리는 곧 아빠 만나러 미국에 갈거야” 하고 위로해 주었다.
거의 1년 후에 모자가 드디어 도착하는 날, 비행장에서 고대하던 식구를 반가이 맞이하였다. 너무나 기뻐서 네살 반이 된 아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아빠 품에 안긴 아들이 좀 수줍어하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아저씨, 우리는 아빠 만나러 갈거야”
우리나라에서는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지키는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 그리고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는 6월 셋째 주일(금년은 15일)을 아버지날로 기념한다. 어쨌든 우리는 부모가 살아계시는 동안 공경과 효도로 잘 모시는 것이 자식된 도리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공통된 윤리관이다.
미국에서 어느 15세난 소년이 자동차를 훔친 죄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상습범인지라 미성년이지만 무거운 형벌을 내리도록 검사가 제안하였다. 그동안 범인은 검사의 탁 쏘는 말투에 불쑥 일어나 항의도 하였다. 경비관이 만류하여 겨우 자리에 앉았지만 법정에 대한 불만은 화가 난 얼굴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었다. 이어 변호사의 제안으로 어느 중년 남자 한사람을 증인으로 세웠다. 정장을 한 그는 침착한 몸가짐과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시작하였다.
“이 젊은이는 나를 모를 겁니다. 그의 아버지는 한 5년쯤 전에 암으로 죽었습니다. 그는 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어릴 적부터 세 식구의 생계를 위하여 무엇인가 돈을 벌 수 있으면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느 겨울 날, 먹을 것이 없고 날씨는 추워서 궁리끝에 하는 수 없이 수퍼마켓에서 약간의 식품을 훔치다 잡혔습니다. 다행히 지배인은 딱한 사정을 듣고 용서해 주었지요. 그러나 날이 갈수록 살림은 어려워져서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답니다”이 때 피고는 잠시 정장을 한 증인을 힐끗 보았다. 어딘가 안면이 있는 사람같은 느낌도 가졌었다. 별로 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저의 의견으로는 이 소년이 죄를 지은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시 감옥에 보내어 복무를 시킨다고 호전될 가망도 별로 없는 듯 합니다. 따라서 판사님, 관대히 보시사 옛날 제 친구의 아들인 피고를 저에게 맡겨 주신다면 옳게 양육하겠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저 아이의 아버지 대신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여지껏 반감과 증오에 가득찬 표정으로 검사와 판사를 바라보고 있던 어린 피고는 갑자기 소리를 내면서 울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친구라는 그에게 달려가서 그를 꼬옥 껴안았다.
지난 5년간 느껴보지 못하던 아버지의 사랑, 비록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분으로 오래동안 팔을 풀지 않았다. 경비원도 개입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린 소년에게는 ‘아버지 날’이 이토록 감격스러운 날인 줄 몰랐다.누구나 잘 알고있는 이솝우화에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하나씩 벗게 하자면 거세고 강하게 부는 바람이 아니라 온유하고 따사한 햇빛이 쪼이게 되면 절로 옷을 벗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타골은 “이해는 사랑의 별명”이라 하였다. 필자는 이에 더하여 “격려는 해의 별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따라서 격려가 이해로, 이해가 사랑으로 이어질 때 우리의 대인관계가 더욱 온유하고 따스해진다. 정신분석학자인 스캇트 박사는 모든 정신적 질환이 궁극적으로는 사랑의 결핍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젊은 매춘부의 가정 배경을 연구한 사회학자의 결론에 따르면 대부분 그들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실정이 공통점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물론, 아버지의 사랑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귀중한 사회현상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재림해 복음을 전파하였고 동시에 “하나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구원의 길을 열어주었다. 우리의 임무는 독생자를 우리의 구세주로 믿고 이 세상에 살 동안 빛과 소금의 구실을 다하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사랑이 인간관계의 가장 으뜸이 되는 요소이다.
아버지 날을 맞이하여 다시금 부모님의 가이없는 사랑을 진심으로 감사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세상 모든 어버이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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