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엘리스, 연장 12회 끝내기 만루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당분간 홈경기보다 원정경기를 자청해야 할 것 같다. 피닉스 원정 싹쓸이 승리 뒤 안방 AT&T팍에서 그닥 재미를 못보고 다시 원정길에 오른 자이언츠(내셔널리그)가 워싱턴DC에서 또 3연전 싹쓸이 승리보를 보내왔다. 대신 오클랜드 A’s는 홈구장 매카피 콜러시엄에서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선두다툼 라이벌인 LA 에인절스에 싹쓸이패를 당할 뻔했다가 2루수 마크 엘리스의 연장 12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타고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자이언츠, 내셔널스에 3연승
지난 5월까지 기록만 보면 도무지 자이언츠답지 않은 자이언츠의 원정 3연전 몽땅 빅토리의 물꼬를 튼 황금손은 역시 루키투수 팀 린시쿰이었다. 6일 워싱턴 내셔널스 원정 첫 경기에 선발투수로 출격한 린시쿰은 90마일 중후반대 강속구에다 신인이면서도 마치 10년차같은 노련한 공 배합으로 타자들을 속속 요리(7이닝 5안타 0볼넷 5삼진 1실점)하며 자이언츠의 10대1 대승을 이끌었다.
신인투수들이 종종 무리한 삼진욕심에 겁없이 한복판 승부구를 던지다 화를 자초하곤 하는 것과는 달리 린시쿰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겉넘은 자신감에 함부로 승부하거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지레 주눅이 들어 억지로 K존 통과에 급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맞춰잡는 노련한 피칭을 선보였다. 7이닝동안 삼진아웃을 5차례 솎아낸 것보다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게임을 거듭할수록 훌쩍훌쩍 성장하는 린시쿰의 싹수를 가늠케 하는 것이었다. 자이언츠 타선도 일찌감치 달아올라 장단 15안타로 10점을 만들었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자이언츠가 추격권에서 벗어나자 싱싱한 어깨 린시쿰이 공을 73개밖에 던지지 않았음에도 일찍감치 덕아웃으로 불러들여 다음을 위해 쉬게 했다.
조나단 산체스를 선발로 내세운 7일 경기는 5회까지 스코어보드에 0만 가득한 팽팽한 투수전. 그러나 자이언츠 타선은 6회초 마치 깜박낮잠에서 화들짝 깨어나 부리나케 뛰는 짐승떼 같았다. 호세 카스티요, 랜디 윈, 벤지 몰리나, 리치 어릴리야, 레이 더햄의 집중사격이 이어지더니, 잔 바우커의 홈런까지 터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6득점. 그것으로 이날의 점수뽑기 놀이는 끝이었다. 산체스는 7이닝동안 4안타 0실점(2볼넷 4삼진)의 눈부신 호투를 보였고 타일러 워커 등 불펜투수들도 이틀 연속 무실점으로 뒤를 받쳤다.
자이언츠의 워싱턴행 전리품 리스트의 또다른 노른자위는 배리 지토의 승리. 8일 경기에 등판한 지토는 불안한 제구력을 아직 다스리지 못해 1회 1점, 3회 1점, 4회 1점을 내주는 등 여전히 흔들리며 5회까지밖에 견디지 못했으나 5회초 자이언츠 타선이 전날처럼 몰아치기 공격으로 단숨에 4점을 뽑으며 전세를 뒤집어놓은데다 태슈너-야부-윌슨으로 이어지는 후속투수들이 설거지를 빈틈없이 해준 덕에 승리를 챙겼다. 시즌 초 8연패를 당한 뒤 1승을 올리고 다시 2연속 무승 속에 1패만 추가했던 지토는 간만의 1승으로 시즌 2승9패가 됐다.
자이언츠의 토요일 방망이쇼 홈런주인공 바우커는 일요일 경기에서도 시원한 홈런(7회초 토투런)으로 1점차 리드를 3점으로 벌려놓아 덕아웃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지토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A’s, 에인절스에 1승2패
뭔가 놀라운 일이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일 때 일어난다. 그러니까 놀라는 것이다. LA 에인절스에 연이틀 패배를 당한 오클랜드 A’s는 주말 3연전 마지막 격돌(8일)에서도 끌려다녔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비록 피칭도구 오른팔 이두박근 고장으로 장기간 부상자명단에 오르는 등 고생했지만 월드시리즈 디펜딩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에만 2승을 거둔 A’s의 에이스 리치 하든이 선발마운드에 올랐는데도, 역시 오랜 부상치레 끝에 필드에 복귀한 간판타자 에릭 샤베스의 중전적시타로 1회말 선취득점을 했는데도, 4회초 하든이 블라디미어 게레로에게 역전 2점홈런을 허용하고 매튜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1대3으로 뒤집혔다. 1회초 피칭에서 공 9개로 타자 3명을 모두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운 하든이 그렇게 흔들린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 짧은 흔들림을 틈타 3점이나 뽑아낸 에인절스의 응집력도 놀라웠다.
그러나 이것들은 결과적으로 뒤에 이어질 더욱 놀라운 일을 위한 장식품이 됐다. 4회말, 좌익수 수비진영 깊숙한 곳을 찌른 곤잘레스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한 A’s는 7회말, 샤베스가 반대쪽 우익수 책임구역 깊숙한 곳에 적시 2루타를 찔러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양팀의 기둥투수들(리치 하든과 어빈 샌타나)이 우열을 가리지 못한 가운데 이후 경기양상은 득점안된 득점기회만 산발적으로 나타났을 뿐, 아슬아슬 이어지는 투수전. 살얼음 승부의 균형은 연장 11회말, A’s 타선의 집중폭발로 와장창 깨졌다. 파울플라이로 아웃된 선두타자 해나핸에 이어 타석에 나온 그레고리오 페팃은 좌전안타가 신호탄. 라제이 데이비스가 우전안타로 뒤를 받쳤다. 1사 1, 2루. 그러나 타점의 사나이 에밀 브라운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다음 이닝을 기약하는 듯했다.
다음 타자는 왼손잡이 트래비스 벅.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샤 감독은 볼넷 사인. 보다 쉬운 오른손타자 마크 엘리스와 승부하려는 것이었다. 2사 만루. 바뀐 투수 크리스 부첵과 엘리스는 승부는 찰나였다. 정석대로 볼넷 다음 초구를 노려 힘껏 잡아당겨 친 엘리스의 방망이에 부첵의 공이 걸리는 순간, 거의다 알아챘다, 그것이 홈런인 것을.
3시간 53분에 걸친 승부도 끝이었다(7대3). 공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담장을 너머에 꽂히는 동안 A’s 덕아웃 선수들은 일제히 홈플레이트로 몰려들어 엘리스 환영채비에 들어갔고 부첵은 터벅터벅 무표정안 걸음으로 에인절스 덕아웃을 향했다. A’s는 지난달 7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는 연장 10회말 끝내기 솔로홈런을 친 바 있다. A’s가 연장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승리한 것은 1995년 6월30일(마크 맥과이어 만루홈런)에 이후 근 13년만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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