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곳곳 가장 많은 지역에 미군 파견 결정을 내린 대통령은 누구일까. 조지 W. 부시인가. 아니다. 진보세력의 호프 빌 클린턴이다.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전복)를 정책으로 공식화한 대통령도 클린턴이다. 부시는 그 정책을 현실화 했을 뿐이다. 레이건의 저 유명한 냉전전략도 따지고 보면 카터 행정부 때 이미 발아가 시작된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 그러면 기대되는 것이 정책 변화다. 그러나 해외정책에 있어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물론 다소의 변형은 있다. 그렇지만 큰 틀에 있어서 변화는 없다. 미국의 전통이라면 전통이다.
부시 행정부 이후에도 그러면 이 전통이 그대로 유지될까.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연령도 근 한 세대 차이가 난다. 한 사람은 흑인이다. 다른 사람은 백인이고. 거기다가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도 선명한 진보와 보수로 대조를 이룬다.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다.
이처럼 흑과 백으로 뚜렷이 구별되는 두 사람의 대결이 올 대통령 선거다. 그래서 나오는 질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을 때에도 해외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까. 답은 ‘예스’이자 ‘노우’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의 경우를 먼저 보면 그 답은 ‘예스’가 된다는 게 많은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 오바마의 공약성 발언이다. 이 공약은 헛 약속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라크 전쟁은 이기고 있는 전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전쟁인데 현실을 무시하고 철군을 단행한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어도 그런 모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다소의 변형은 있을 수 있지만 부시 정책이 그대로 답습된다는 예측이다. 문제는 새로운 위기가 발생했을 때다. 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란 문제가 바로 그렇다.
“앞으로 4년이란 기간에 어느 시점, 미국의 대통령은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할 것인지, 아닌지의 결정이다.” 네오콘의 전망이 아니다. 유럽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다.
이란의 핵무장은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 말살을 공언한다. 이런 이란 회교정권의 핵폭탄은 바로 테러리스트의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란이 핵무장하는 사태를 그냥 방치만 할 것인가.
이 문제가 미국으로서는 최대 도전이 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전조건 없이 이란 대통령과 만나겠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오바마의 입장이다. 이란만이 아니다. 북한,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적대국 지도자들을 모두 조건 없이 만나 대화를 하겠다는 거다.
폭격을 해서라도 저지하겠다. 매케인의 입장이다. 여간 단호한 게 아니다. 표가 떨어질 수도 있다. 주변의 충고다. 그러나 강경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 관련해 워싱턴 일각에서 나도는 게 일종의 선거철 ‘깜짝 쇼’(october surprise)다. 대세가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해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란 폭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설이 나도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의 핵무장이 그만큼 현실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내린 최근의 공개적 경고로, 그만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란의 핵무장이 현실화 될 때 모든 선거 이슈는 뒤로 밀린다. 금융위기, 에너지 쇼크, 이상기후 등의 현안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다. 이란 문제는 2008년 대선의 향방을 뒤바꿀 폭발적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가. 오바마의 수사가 달라지고 있다. 일종의 말 바꾸기다. 이란에 대한 발언이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애국심 문제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 오바마이므로 이란 문제에 대해서 오히려 매케인보다 더 강경한 발언을 할지도 모른다.” 한 논객의 지적이다.
“오바마는 유럽이 원하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다. 매력이 소프트 파워라고 말할 수 있다면 오바마야 말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유럽 관측통의 말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유럽은 어쩌면 부시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새로운 미 행정부를 파트너로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뒤이은 전망이다.
왜. 이란이 제2의 이라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서다. 맞는 전망일까.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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