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for the Soul
최정화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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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hment to things will drop away
when you no longer find yourself in them.
물건에 대한 집착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 물건 속에서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면.
옛날 얘기 하나.
수 많은 전투를 경험한 바 있는 용맹스런 장수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진귀한 골동품 찻잔으로 그윽한
녹차를 마시는 중입니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찻잔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걸 가까스로 잡으며
‘휴! 정말 큰 일 날 뻔했네’하며 숨을 몰아 쉬며
이마의 식은 땀을 닦습니다.
“천군만마를 이끌고 전쟁터에서 수많은 죽음을 직면해서도
끄떡없던 내가 이 조그마한 골동품 찻잔 하나에이렇게까지
놀라다니 ……” 장군은 끔찍이 사랑하는 애착이 바로 자기를
그토록 놀라게 했음을 깨닫자, 곧 그 귀한 찻잔을 멀리
땅바닥으로 던져버립니다.
천군만마를 호령하던 대장군을 놀라게 한 찻잔, 그건 바로
‘소유’의 다름아닌 은유입니다. 소유는 모든 고통의 뿌리입니다.
그리고, 소유는 환상입니다. 소유는 마음 속 픽션입니다. 사실,
소유는 돌에 새겨진 확고한 증명이 없는 신기루입니다. 그런데,
그 환상과 픽션일 뿐인 소유에 매달려 사는 게 어리석은 내
모습인 것도 사실입니다.
주위를 둘러 봅니다.
수많은 책들에 둘러 쌓인 서재. 책상 위에 놓인 잡동사니
물건, 그리고 물건들. 가구와 텔레비전, 그럴듯한 오디오,
곳곳에 수북이 쌓인 음반들, 그리고 늘 들고 다니는 책가방.
가끔 걸터앉는안락의자. 이 모든 게 ‘내 것’들인가?
그렇습니다.
내 마음은 ‘맞아, 모두 내 것들이지’라고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마음을 지켜 봅니다.
그리고,
그 지켜보는 의식의 실존을 엿봅니다.
Attachment to things will drop away
when you no longer find yourself in them.
물건에 대한 집착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 물건 속에서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면.
하늘 위 태양을 ‘내 것’이라 말하는 이는 드뭅니다.
파란 하늘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흰구름을 ‘내 것’이라
외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산유곡 높은 봉우리에서
땅으로 멋지게 하강하는 폭포를 ‘내 것’이라 말하는 건
모두 웃을 일입니다.
‘내 것’이라 낙인[?] 찍힌 것들은 대개 사소한 물건들입니다.
물론 게 중엔 귀중한 물건들도 더러 있겠죠. 하지만, 귀중함도
상대적이라, 누구에게 그토록 귀중한 무엇도 또 어떤 사람에겐
정녕 하찮은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물건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집착이요 애착입니다. 애증[愛憎]의 마음 - 바로
그게 물건 속 요물단지입니다.
장군의 찻잔이 그저 보통 찻잔이었더라면 그토록 놀라며
식은 땀을 흘리진 않았겠죠. 어제 잃어버린 반지가 그토록
의미 있는 결혼반지가 아니었다면,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 갈 수도 있었겠죠. 찻잔이던 반지던 결국 그 물건에
들어있는 내 마음이 ‘소유’의 참 뜻입니다. 그러길래,
소유란 애당초 환영이요 픽션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Attachment to things will drop away
when you no longer find yourself in them.
물건에 대한 집착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 물건 속에서 더 이상 나를 찾지않는다면.
불가의 가르침을 흔히 ‘사성제[四聖諦]’로 정리합니다.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란 말이죠. 네 마디 한자말
‘고집멸도[苦集滅道]’ - 불교의 알파요 오메가라 하던가요.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삶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 고통의 뿌리는 집착이다.
그리고, 그 집착을 없애는 방법은 여덟 가지 바른 길이다.
The Four Noble Truths are: Suffering [고] , Attachment [집],
Cessation of Suffering [멸], and the Eightfold Path [도].
더 간단히 풀자면, 모든 게 좋고 싫음 때문이란 겁니다.
크게 좋아하지도 크게 싫어하지도 않는다면, 애증[愛憎]의
마음만 잘 다스릴 수 있다면 곧 니르바나요 천국이란
말입니다. 찻잔 하나에 식은 땀 흘릴 일도, 잃어버린 반지에
마음 상할 일도 없다면, 그게 곧 해탈이요 은총이랍니다.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애착도 번뇌도 모두
사라졌기에. 좋고 싫음이 사라진그 자리에 늘 개화[開花]하고
있는 천개엽 연꽃이어라. Om Mani Padme Hum. 오, 그 연꽃
속에 들어 있는 장엄한 진주여! 소유의 환영이 사라진 자리에
고요히 들어 앉은 존재의 환희여!
Attachment to things will drop away
when you no longer find yourself in them.
물건에 대한 집착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 물건 속에서 더 이상 나를 찾지않는다면.
유태인들의 지혜를 모은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주먹을 꽉 쥐고 나오지만, 죽을 때는 주먹을
펴고 죽는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태어날 때는 세상의
온갖 것들을 움켜 쥐려고 하기 때문이고, 죽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놓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통의 뿌리라는 ‘집착’ [attachment].
아무도 묶은 바 없는데 스스로 기둥에결박 당한 나.
새장 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도 밖으로 날지 못하는 나.
온갖 ‘소유함’에 짓눌려 존재의 기쁨을 상실한 나.
물건의 소유. 명예의 소유. 그리고, 소유함의 소유.
그 소유의 범람 속에 참 나를 멀찌감치 놓쳐버린 나.
공수래 공수거. 空手來 空手去.
Empty-handed, I came.
Empty-handed, I shall return.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게 인생.
일찍이 ‘하숙생’의 찐빵 가수 최희준이
그토록 찡~하게
늘 상기시켜주던노랫말이 아니던가요?
진리는 늘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OM~
필자의 다른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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