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개 든 마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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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29승28패) 9 - 6 SF 자이언츠 (25승34패)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24승34패) 4 - 5 오클랜드 A’s (32승2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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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마티네스(36, 뉴욕 메츠).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 출신으로 불뿜는 강속구와 면도날 컨트롤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타자들을 울렸던 이 메이저리그 17년차 우완투수의 올해 연봉은 1,181만3,351달러다. 마티네스에 대한 메츠의 통큰 투자는 양키스 그늘에서 벗어나 우선 뉴욕야구 지존이 되고 나아가 메이저리그 왕좌를 차지하고픈 야망에서였다. 그러나 메츠의 계산은 착오였다, 적어도 5월말까지는. 사이영상에 빛나는 마티네스는 4월1일 첫 등판에서 부진하더니 심줄이 늘어져 승리는고사하고 마운드에 오를 처지도 못됐다. 부상치레를 하느라 그로부터 5월말까지 두달동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배리 지토(29,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USC 출신의 메이저리그 9년차 배리 지토와 돈의 방정식에 대해서는 더 이상 되풀이할 필요조차 없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등 북가주 언론은 물론이고 전혀 딴동네 언론들도 지토의 부진에 대해 수없이 거론했다. 그의 부진늪이 깊을수록 그가 받는 천문학적 돈(7년 계약 1억2,600만달러, 올해 연봉 1,450만달러)과의 편차는 두배세배 커보였다. 마티네스가 부상으로 노느라 돈값을 못했다면, 부상이 아닌데도 부진한 지토는 부지런히 일하면서 돈값을 못했다. 6월3일까지 1승8패.
언론은 둘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돈값 못하는 메이저리거 상위랭킹에 둘을 올려놓고 수시로 비판했다. 거의 능멸조였다. 마티네스가 일그러진 심줄을 다잡고 마운드에 복귀했다. 마침 상대는 지토였다. 4일 밤 SF 홈구장에서 벌어진 둘의 피칭 맞대결은 양팀뿐 아니라 전국구 구 관심사가 됐다.
결과는 마티네스의 완승.
그렇다고 마티네스의 공이 젊음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시속 90마일 후반대에서 놀던 속도는 간데없이 근근이 90마일 안팎을 맴돌았다. 활처럼 휘었던 각도는 꽤 무뎌졌다. 그러나 돌아온 마티네스의 공에는 요령이 잔뜩 실려 있었다. 한창 때 쳐볼테면 쳐보라고 깡다구성 정면승부를 걸곤 했던 마티네스는 제 공이 예전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이제 요령껏 피해가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왼쪽 타자에게는 무릎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낮은 공을, 오른쪽 타자에게는 바깥쪽 K존에 걸치는 듯 마는 듯한 낮은 공을 주로 던지며 정면승부를 극구 피했다. 6이닝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7안타와 3볼넷을 허용하며 3실점했다. 삼진은 3개. 장기결장 후 복귀피칭임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던진 셈이지만 이름값이나 연봉에 비하면 결코 잘 던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토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피칭이었다. 불과 4.1이닝동안 7안타에 5볼넷에 6실점, 그중 5점이 자책점. 삼진은 고작 1차례뿐이었다. 던지면 맞고 피하면 볼넷이 되는 꽉 막힌 답답피칭 속에서 근근이 버티던 그는 5회초 이슬리, 라이트, 벨트란 등에게 연속 무너져 고개를 숙인 채 도중에 덕아웃으로 물러섰다. 후속투수 처크마저 부진(1.2이닝동안 3실점)해 지토가 누상에 남겨둔 주자들을 몽땅 홈까지 ‘안내’하면서 고스란히 지토의 자책점이 됐다. 자이언츠는 5회에만 무려 8실점, 1대1이던 스코어가 1대9로 벌어졌다. 자이언츠팬들은 지토 대신 마티네스가 6회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물러날 때 기립박수를 보냈다. 시즌 2승 대신 9패를 안게 된 지토는 덕아웃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티네스는 2안타를 치고 1타점을 올려 복귀전 겸 시즌 첫승의 감칠맛을 더했다. 자이언츠는 5회말에 2점을 따라붙고 9회말에 3점을 더 보탰으나 역전까지는 너무 멀었다.
한편 오클랜드 A’s는 이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1회말 잭 커스트의 끝내기 내야안타로 커트 스즈키가 홈을 밟으며 5대4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타이거스에 이틀 연속 1점차 승리를 거둔 A’s는 32승27패가 됐고, 타이거스는 24승34패로 가라앉았다. A’s 홈구장인 오클랜드 매카피 콜러시엄에서 불과 6마일 떨어진 알라메다 출신인 타이거스 선발투수 단트렐 윌리스는 부상치레 뒤 복귀전이자 고향에서의 첫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 4이닝동안 기대반 불안반 피칭(2안타 5볼넷 3삼진 0실점)을 보였다. 윌리스가 물러난 직후 타이거스는 5회초 3점을 뽑았으나 A’s도 5회말 곧바로 3점을 만회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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