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유로2008, 그룹별 판세전망(3) 죽음의 조 C그룹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루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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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승해도 이변이랄 수 없다
누가 탈락해도 이변이랄 수 있다
◆C조=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아무도 이변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어느 팀이 탈락하더라도 누구나 이변이라고 말할 것이다. 말그대로 ‘죽음의 조’다. 06독일월드컵 결승에서 연장사투 끝에 승부차기로 우열을 가렸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편성됐고, 네덜란드와 루마니아도 이들과 함께 8강행을 다툰다.
▶이탈리아 =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인 아주리군단은 월드컵에서 4차례나(34년, 38년, 82년, 06년) 우승트로피를 차지했지만 유로대회 정상고지 답사는 딱 한번밖에(68년) 없었다. 유로대회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탈리아가 빗장수비를 무기로 40년만의 유로챔피언 복귀를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예선에서06독일월드컵 결승맞수 프랑스와 같은 조에 편성된 가운데서도 승점 3점 차이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탈리아의 우승꿈은 과장이 아니다.
초특급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가 은퇴했지만, 젠나로 가투소, 다니엘레 데 로시, 마우로 카모라네시, 시모네 페로타, 안드레아 피를로, 알베르토 아퀼라니 등 신구조화를 이룬 미드필드진은 여전히 굳건하다. 특히 가투소는 야생마처럼 뛰는 활력에다 게임을 읽고 급소를 짚어내는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페로타와 피를루는 06독일월드컵을 통해 월드스타로 등장한 뒤 마치 10년 묵은 수퍼스타처럼 능구렁이 플레이를 펼친다.
공격진용도 화려하다. 토티보다 먼저 은퇴했어야 할 것 같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는 30대 중반이면서도 지난 시즌 이탈리아 프로리그(세리에 A) 득점왕을 차지했다. 루카 토니 등 신무기들도 상대문전을 마구 헤집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꼭 필요할 때 딱 한방을 터뜨리는 순도높은 득점력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선수들, 특히 공격진의 또다른 무기는 탁월한 연기력(?). 영화배우 뺨치는 조각상 용모에다 엄살부리기 수준이 보통 아니어서 상대 벌칙구역 안에서 걸핏하면 금방 죽을 것 같은 몸짓으로 심판을 속여 페널티킥이나 간접프리킥을 얻어내곤 한다. 리플레이를 보면 많은 경우 평범한 신체접촉이거나 아예 접촉이 없었는데도, 더욱이 이탈리아 선수들의 과잉연기실력을 심판들도 잘 알고 있어 늘 신경을 쓰는데도, 워낙 연기력이 감쪽같아 알면서도 속기 일쑤다. 때문에 이탈리아의 연기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팀에서는 아주리군단은 축구장이 아니라 할리웃으로 가야 한다는 원망섞인 비아냥을 퍼붓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리군단을 이끌고 알프스 축구 대제전 정상정복에 나선 로베르토 도나도니 감독의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게 분명하다. 난적 프랑스가 있음에도 예선에서 조1등을 차지했지만 이는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번 덕택일 뿐, 정작 프랑스에는 1무1패를 기록했다. 원정전에서는 1대3으로 완패했다. 게다가 세계최고 수비수이자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상징인 파비오 카나바로가 연습도중 발목부상으로 이번 대회를 걸러야 할 참이다. 크리스티안 파누치, 파비오 그로소, 잔루카 참브로타, 마르코 마테라치 등 다른 수비수들이 건재하지만 수비사령관 카나바로 없는 빗장수비가 온전할지는 미지수다. 또 철벽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의 몸도 정상이 아니다.
▶프랑스 = 06월드컵까지 약 10년동안 프랑스축구는 중원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의 발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98프랑스월드컵, 99컨페드컵, 유로2000에서 프랑스가 연속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단 덕분이었다. 프랑스는 유로2004 뒤 지단 은퇴로 한물갔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지단을 복귀시켜 06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올랐다. 80년대 초 미셸 플라티니 은퇴이후 잠잠했던 프랑스가 10여년만에 세계축구 강호로 재등장하게 한 것도 지단이었다.
이번 대회는 프랑스에게 실로 10여년만에 기둥뿌리 지단을 빼놓고 출전하는 빅무대다. 그러나 프랑스의 우승목표는 변함이 없다. 관성에 의한 헛된꿈이 아니다. 지단만큼은 아니어도 지단의 몫을 거의 버금가게 해내고 있는 플레이메이커 프랑크 리베리가 중원을 지휘한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족쇄맨 클로드 마켈렐레도 미드필드에서 먹이를 찾아 눈을 번득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한물간 데이빗 베컴을 영입하기 위해 한창인 마켈렐레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넘긴 것이 마드리드 최악의 거래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그는 그리 크지 않은 체격에도 공포의 수비형 미드필더다. 노장 파트리크 비에이라는 사미르 나스리, 라사나 디아라 등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중원의 지뢰밭을 형성하고 있다. 공격일선에서는 티에리 앙리와 시드니 고부가 신구조화를 이뤄 상대문전을 위협하고, 수비라인은 왕고참 릴리앙 튀랑을 축으로 예릭 아비달, 프랑수아 클레르 등이 버티고 있다.
그래도 프랑스의 고민은 역시 지단이다. 지단은 ‘몸’이 안좋으면 ‘눈’으로 ‘꾀’로 제몫을 해냈지만, 리베리는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상대수비의 강약에 따라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날렸던 앙리 역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옮긴 이후 기대만큼 득점포를 명중시키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 월드컵 우승을 못해본 가장 강력한 팀을 꼽으라면 1970년대 네덜란드와 함께 1950년대 헝가리가 꼽힌다. 헝가리는 아예 유럽에서 중하위권으로 처졌다. 네덜란드는 여전히 강호대열을 차지하면서도 아직껏 우승권에 근접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네덜란드축구를 보는 세계축구계의 관심사는 ‘챔프 트로피와의 질긴 악연’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것이다.
UEFA 챔피언스리스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선방하며 맨U우승의 최후버팀목이 된 골키퍼 에드윈 판 데 사르를 비롯해 돌파의 사나이 아르옌 로벤, 거구의 득점기계 뤼트 판 니스텔루이 등이 포진해 있다. 코쿠 등 붙박이 주전들이 줄줄이 은퇴한 수비라인은 데 클레르, 안드레 오이여르 등이 지킨다.
네덜란드의 약점은 화려한 공격, 늘 우세한 볼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골게터 니스텔루이는 소나기골을 잘 넣지만 30대 중반으로 창끝이 예전만 못한데다 큰 무대에서는 부상 아니면 컨디션 저하로 골맛을 실컷 보지 못했다, 마치 마르코 판 바스텐이 90년대 초반 세계축구를 호령하면서도 94미국월드컵을 앞두고 부상 때문에 드러누워 시청자 신세가 됐던 것처럼. 로벤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골이 익는 길목’을 닦는 깨소금 같은 선수지만 지나친 드리블로 자기편의 김을 경우도 많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내용은 화려하고 결과는 빈껍데기 승부를 자주 연출하며 불가리아에 덜미가 잡혀 본선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
▶루마니아 =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낯익은 빅네임들 때문에 루마니아는 상대적으로 덜 거론된다. 그러나 루마니아를 맡아놓은 꼴찌 취급하는 건 중대오산이 될 수 있다. 빅네임 3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값에 버금가는 전력이 아니라면, 루마니아는 공수조화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안정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승부에 대한 부담이 상대팀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풀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루마니아 선수단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루마니아의 목표는 그룹 페이스 통과가 아니라 우승이라고 호언했다.
빅토르 피투르카 감독이 이끄는 루마니아의 자산은 편차가 거의 없는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상대에 따라 작전을 변화무쌍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라이커인 아드리안 무투를 최전방에 박아놓고 허리부터 수비벽을 두텁게 한 뒤 빈틈을 파고드는 단칼 패스로 득점을 올리는 스타일은 파워는 넘치되 기동력은 다소 헐거운 네덜란드 수비라인을 교란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예선에서 루마니아는 네덜란드를 누르고 조1위를 차지했다.
루마니아축구의 또다른 특징은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팀은 루마니아에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무투 같은 외로운 스트라이커만 잘 봉쇄하면 되지만, 루마니아를 이기려고 작심한다면 어지간히 진땀을 뺄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도린 고이안, 가르비엘 타마쉬, 코스민 콘트라, 라즈반 라트라 등이 버티는 루마니아 수비라인은 카나바로 빠진 이탈리아보다 못할 게 없다. 양쪽 풀백의 공격가담력이 탁월해 공격전환 때 금방 공격수가 대여섯명으로 불어난다. 플로렌틴 페트레, 폴 코드레아, 라즈반 코시스 등이 포진한 허리진영 역시 거칠면서도 세밀하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C조 경기일정(미 서부 표준시, ESPN 중계)
▷루마니아 - 프랑스 (9일 오전 9시)
▷네덜란드 - 이탈리아 (9일 오전 11시45분)
▷이탈리아 - 루마니아 (13일 오전 9시)
▷네덜란드 - 프랑스 (13시 오전 11시45분)
▷프랑스 - 이탈리아 (17일 오전 11시45분)
▷네덜란드 -루마니아 (17일 오전 11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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