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목사/수필가)
사람들은 흔히 ‘시체는 말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저가 죽었으나 오히려 말하느니라”(He still speaks, even though he is dead.히11:4)라는 말이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죽임을 당한 아벨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엄연한 사실은 인간에게 있어서 육신의 죽음이결코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이 살아생전에는 내 한 입으로만 말을 하지만, 사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말을 하게 되기 때문에 생전에 일생동안 했던 말보다 사후에 하는 말이 훨씬 더 많을 수가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6일은 ‘메모리얼 데이’였다.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되는 날이다. 국토방위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 순직한 사람들의 영령(英靈)을 달래며 그 충성을 기념하는 날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가정들에게 위안과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적어도 나라에서 어떤 날을 택하여 국가의 공휴일로 정했다면 연휴라 해서 노는 일에만 심취할 것이 아니라 그 날의 의미를 한 번쯤 깊이 음미해 보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자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라를 위해서, 또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죽어간 영혼들이 오늘의 세상 형편을 볼 때 무슨 말을 할까?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목숨을 바쳤건만 세상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으니 앞서 간 그 영들에게 면목이 없어 부끄러울 뿐이다.
내가 아직 건재하고 내 가족 중에는 전몰당한 사람이 없으니 나와 내 가정은 예외자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나큰 오산이요, 몰지각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음이 인생일진대 어느 누가 이런 일에 있어서 예외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했으니 죽는 일에 있어서 예외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때때로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과 기회를 선용하면서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죽고난 후에 더 많은 말을 하게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 많은 말이란 내가 말하기보다는 제 삼자들이 더 많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길건 짧건 일생을 살면서 많은 일들을 하느라 애를 쓰고, 생전에 큰 업적을 세웠다고 치하하면서 기념비까지 세우지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사람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사후에라야 되는 일이기에 “사람은 관 뚜껑을 덮고나야 안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살아생전에는 주변에서 아부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공을 만들거나 부풀려서 과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소거리가 되기 쉬운 것이다. 예컨대 옛날 자유당 시절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을 그의 생전에 남산과 파고다 공원에 높이 세웠다가 그의 생전에 부숴버린 일이라든가, 또는 근래에 와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큰 동상이 그가 죽기 전에 박살난 일이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
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성경에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십시오”(엡 5:16)라는 말씀이 있다. 사람에게 주어진 일생은 하나의 기회인 것이다. 이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그의 인생에 대한 정확한 평가의 자료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동안 하는 일이란 얻기에 노력하고, 얻은 것을 가지고 무엇인가 하느라고 동분서주하다가 인생을 끝낸다. 성경은 인생에게 그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How to Have(어떻게 가질 것인가?), How to Do(어떻게 행할 것인가?), How to Be(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말이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는 것은 정당치 못하며, 얻은 것을 가지고 제 멋대로 행하는 일도 온당치 않기에 그 결과는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만다. 세상에 부정과 부패가 왜 끊이지 않는가? 부당한 방법으로 가지려 하고, 부정한 일들을 자행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 결과는 패가망신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가지고, 어떻게 행하
느냐에 따라 어떤 인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How to Be).
훗날 내가 죽고난 후에 사람들은 나에게 대하여 무슨 말들을 할까? 나의 인생작품은 걸작품일까? 졸작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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