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값이 배럴 당 130달러를 상회하고 보통 개솔린이 갤런 당 4불을 넘으며, 치리오스 값이 한 박스 당 4불 이상 등 석유값과 식품값이 폭등하고 있어서 1970년대의 ‘대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10% 이상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심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도 2.6%에 비해 3.9%를 4월에 기록하고 있으며, 미시건 대학 조사의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5.2%이기 때문이다.
석유값과 식품값의 폭등은 선진경제 밖의 뜨는 경제에서는 더욱 심각하고 일반 인플레이션의 추세가 월등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식품값은 지난 1년 22% 폭등하였다. 일반 인플레이션도 인도 7.5%, 중국 8.0%, 인도네시아 8.5%, 사우디아라비아 9.0%, 러시아 14%, 아르헨티나 23%, 베네수엘라 29% 등을 기록하고 있어 세계인구의 3분의 2가 10%에 육박한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각한 고민은 석유값·식품값의 폭등이 과연 일반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어 대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물론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국경제가 1970년대에 경험했던 대 인플레이션의 ‘연결고리’(Inter-Linking)를 점검해보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전망을 내놓게 된다. 미국경제와 뜨는 경제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따로 분석하면 결론적으로 미국경제에는 낙관론이, 뜨는 경제에는 비관론이 나온다.
대 인플레이션의 연결고리는 시장연결고리와 정책연결고리를 포함한다. 에너지가격의 폭등-기업의 가격전가조정-유니온의 임금인상(임금·가격의 연쇄반응)-소비자의 수요촉진 등이 시장연결고리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왔을 때 기업은 시장 장악력을 갖고 있었음으로 석유값 폭등을 가격에 전가 조정하였고, 힘이 강했던 노동조합이 물가에 따른 인금인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임금·가격의 연쇄반응작용을 결과하게 되었다. 소득이 상승한 소비자는 수요를 부추기게 되어 1970년대 몇 년 동안 10% 이상의 고도 인플레이션을 결과하게 되었다.
시장연결고리 이외에 높은 실업률을 치유하기 위하여 저이자율의 방만한 화폐공급정책으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확증되어 인플레이션의 증폭을 늘려놓았던 정책의 연결고리가 대 인플레이션을 낳았던 정책연결고리이다.
미국경제는 두 개 연결고리가 작동할 상황이 미약함을 보여 준다. 1970년대와 다른 글로벌시대의 기업은 시장장악능력이 크게 위축되어 석유값 폭증을 가격으로 전가 조정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고, 유니온도 임금인상을 요구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실질임금 상승이 전해 3.7%에서 0.0%로 떨어져 임금·가격의 연쇄반응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소비자도 임금소득의 0% 증가에 주택가격 하락과 신용경색의 부담으로 수요를 부추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동안 저성장의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연방준비은행이 이자율 연속하락의 방만화폐정책을 시행하였는데 물가상승에는 아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선진경제 외의 뜨는 경제에는 1970년대 대 인플레이션의 2개 연결고리가 작용할 조짐이 분명하여 뜨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세계 대 인플레이션이 닥쳐올 가능성이 농후함을 보여 준다.
뜨는 경제의 시장연결고리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전용량가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값의 폭등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임금상승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년 임금상승이 30%를 상회하였다. 더구나 에너지와 식품이 소비자의 소비품목에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경제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에 에너지값과 식품값의 소비물가상승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소비자품목 중 식품비중이 G7 선진경제가 15%인데 비해 뜨는 경제는 30%-40%를 자치하며 인도는 60%이나 점유하여 식품값 상승의 인플레이션 전가는 월등히 큼을 보여 준다.
또한 뜨는 경제의 화폐공급은 2000년 이후 270% 폭증하여 선진경제의 것에 비해 4.5배 이상 많이 증가하였다. 화폐공급의 증가가 경제성장에 필요한 것이겠지만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큰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다.
최근의 석유값과 식품값 폭등이 선진경제에서는 국내적으로 대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될 것 같지는 않지만 뜨는 경제의 대 인플레이션 확산을 선진경제가 수입할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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