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반미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전 세계적 문제에 긴밀히 협조하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또 중국 측이 강력히 희망해 온 한중 FTA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한중관계는 6.25 때 중국군의 참전으로 남북 분단이 고착된 이후 최악의 적대관계였다. 그러나 동서냉전의 해빙 무드와 함께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후 급속하게 접근하여 양국의 교류가 확대일로에 있다. 지금 중국은 한국의 제 1 교역국이며 중국 측에서도 한국이 3내지 4번째 교역대상국이다. 좌파 진영이 사회 각계를 지배했던 노무현 시대에는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파트너라는 생각이 팽배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균형자가 되겠다고 했다.
이처럼 한중관계의 밀착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거세졌다. 중국의 화물선이 한국 화물선을 침몰시켜 한국 선원이 전원 사망해도 한국은 중국에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번 올림픽 성화 봉송 때만 해도 중국 청년들이 오성홍기로 서울거리를 뒤덮고 난동을 부렸는데도 중국 측에서 사과 한 마디 받아내지 못했다. 이 사건을 뒤에서 부추긴 중국은 이런 행동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개방 후 세계의 경제대국과 군사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의 중화사상과 패권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주변국가에 대해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나날이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군림해 온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일관된 사실이다. 동서양의 세계가 단절되어 있던 고대에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동양의 중심 국가였다. 서양세계를 로마제국이 지배했던 시절 동양의 중국도 이에 못지않았다. 당나라 시대에 수도 장안은 당시 인구 100만의 세계 최대의 국제도시로 인근 아시아인들은 물론 서양인들도 붐벼 번영을 구가했고 문화의 꽃을 피웠다.
산업의 황금기인 1800년대 중국의 제조업은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했었다고 한다. 또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중국을 추월한 1860년에는 영국이 세계 제조업의 19.8%를 차지한데 이어 중국이 19.7%였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미국의 2.7배에 이르는 경제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842년 아편전쟁으로 영국에 패배하면서 서구 열강의 반식민지로 전락하여 1949년 공산화 통일까지 ‘잠자는 사자’가 되어 암흑시대를 겪었다.
중국의 개방 이후 경제가 초고속 성장을 계속하여 지난 해 세계 3위인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인구, 국토, 경제성장률 등 잠재력으로 볼 때 일본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미국과 비교할 때 미국이 GDP에서 중국의 5배, 국방비에서 4.5배로 아직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국제적 영향력과 지도력이 쇠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초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어 언젠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부상은 한국의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국에 예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동북공정으로 한국의 역사마저 예속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더 강대한 나라로 부상할수록 한중관계는 더욱 밀접하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한국이 중국에 예속화할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와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국가의 자주독립을 유지하고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족정기를 바로잡는 한편 고도의 외교적 생존술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대비를 도외시한 서울의 반미운동이나 미국정치인들의 한미 FTA 반대는 그저 안타까운 일일 뿐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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