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타임스지의 베스트셀러 목록 중 비소설 부문에서 제1위를 점하고 있는 책은 미국 유명 여류방송인인 ‘바바라 월터스’의 ‘음성테스트’(Audition)이라는 자서전이다. 78세인 월터스의 자서전이 그같이 인기가 있는 까닭은 아마도 그자 여자 방송인으로서만이 아니라 남녀를 통틀어 방송인으로서 여러 기록을 갱신한 사람인데다 책 출판과 더불어 책 선전 목적으로 여러 미디어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자기가 에드워드 브룩 전 연방 상원의원과 2년간 통정했었다는 내용을 흘렸기 때문일 듯하다. 에드워드 브룩은 누구인가? 흑인으로서 드물게 공화당원으로 최초의 매사추세츠 주 검찰총장에 두 번 당선되었고 20세기 들어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어 재선되었던(1976~1988) 사람으로 3선 고지에서 고배를 마신 흑인 정치사의 큰 획을 그었던 정치인이었다. 그가 왜 낙선되었는가? 당시에는 아주 힘든 이혼사건 때문이었다고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월터스의 자서전으로 그 이혼의 근거 중 하나가 바로 브룩이 상원의원 시절 당시 ABC의 공동 앵커 등으로 날리던 월터스와의 간통관계를 맺어왔었다는 사실인 것이 밝혀진 셈이다.
1976년 남녀 통틀어 최초로 연봉 100만 불의 앵커가 될 정도로 인기 방송인이었지만 월터스의 일생이 평탄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세 번 결혼을 했다가 실패를 한 데다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면 숱한 남자관계가 있었다는 고백이니까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한 사람이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중 하나가 전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앨런 그린스펀이다. 소위 미국 정·관·언론계의 혼잡스러운 성 풍속도를 그려주고 있다는 인상이다. 브룩과의 관계만 하더라도 자기 자신은 이혼 중에 있었다지만 브룩은 엄연히 유부남이었는데 간통관계를 지속했다는 데야 (책을 많이 팔기 위한 계책인지는 몰라도) 브룩의 전 부인 입장에서 보면 월터스가 ‘뻔뻔스러운’ 가정파괴범 쯤으로 보여졌을 법하다.
뉴욕주 스피처 전 주지사의 창녀 행각, 그리고 패터슨 현 주지사의 비슷한 고백 및 그 부인의 맞바람질 고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위 상류사회의 도덕은 13개 식민지 시절의 청교도 사상과 윤리와는 정반대인 현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남자들의 난봉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여자들의 불륜도 예사가 되어 사회 전체가 부도덕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뉴저지 주지사를 하다가 자기에게 남자 애인이 있다면서 사임한 사람의 이혼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는 동성연애 아니면 양성관계 등 남녀의 성관계를 넘어서 동성간의 성관계가 공공연히 노출되거나 즐거이 노출시키는 세상이 되었다. 매사추세츠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화된 것처럼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대법원이 동성간의 결혼을 금하는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헌법개정이 헌법상의 평등사상을 어긴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 6월 중순부터는 캘리포니아에서 남자와 남자, 그리고 여자와 여자의 결혼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예전에는 남의 배우자와의 간통관계가 있는 경우 쉬쉬하면서 숨겨왔었지만 이제는 많은 상대자들과의 성관계를 떳떳하게 공개하는 판국이 되었다. 종전, 특히 기독교의 일부일처제 아래의 결혼신성성을 들먹이다가는 구태의연하다고 비난마저 받게 되는 도덕관념의 철저한 붕괴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들어 처음에는 연예인들,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의 난잡한 성생활(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아홉 번 결혼 등)이 성풍속도를 바꾸어놓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소위 상류사회 인사들이 문란한 성생활로 미국사회의 성도덕관의 붕괴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그리고 ‘바이아그라’ 등 발기부전증 치료약이 가족의 TV 시청시간대에 광고되고 있고 프로그램마다 남녀가 직장이나 기타 인연으로 만나면 두서너 번도 못 되어 동침하는 것이 예사인 듯 묘사하는데다 노골적으로 정사 장면이 거리낌 없이 방영되는 문화에서 건전한 성도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에서마저 ‘묻지 마’ 성관계를 지칭하는 후크업(Hook-up)이 유행되고 있다.
이 부도덕의 탁류 가운데서 어떻게 우리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여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할는지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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