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백스에 4대3…피닉스 3연전 싹쓸이
랜디 윈, 좌우타석 멀리홈런 발군활약…지토 패배모면
랜디 잔슨, 9K 추가(통산 4,672K) 클레멘스와 공동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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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츠(23승31패) 4 - 3 D백스(30승24패) = ‘빅 유닛’ 랜디 잔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커브의 제왕’ 배리 지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 왼손잡이 수퍼스타 투수들은 둘 다 올시즌 초 부진에 시달렸다. 잔슨은 허리통증이 도져 작년에 이어 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지토는 부상이 아닌데도 연패를 거듭했다. 콜로라도의 한 야구전문가 수시로 발표하는 ‘몸값 못하는 메이저리거 랭킹(한국식 표현으로 먹튀랭킹)’에서 둘이 수위를 다퉜다. 최근들어 둘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잔슨이 파워와 스피드는 예전만 못하지만 각도의 예리함은 여전한 슬라이더를 무기로 늦바람 승리를 챙겼다. 개막전부터 패배를 밥먹듯이 한 지토는 지난주에 비로소 목마른 시즌 첫승을 신고했다. 둘이 29일 밤 사막의 도시 피닉스에서 맞섰다.
피칭내용은 잔슨의 승리, 피칭기록은 무승부, 경기결과는 지토가 속한 자이언츠의 승리.
그랬다. 잔슨은 7이닝동안 공 103개를 뿌리며 6안타 2볼넷을 내주고 2실점했다. 예리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진아웃을 무려 9명이나 잡아냈다. 지토는 6이닝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6 안타 3볼넷을 내주고 3실점했다. 삼진아웃은 5명이었다. 6회말까지 던진 지토가 마운드를 떠날 때 스코어는 3대2로 D백스가 앞섰다. 잔슨이 한 이닝 더 7회초까지 마운드지기 임무를 마치고 물러날 때도 스코어엔 변동이 없었다. 그러므로 여기까지 중간집계는 잔슨의 명백한 승리였다.
올해 9월이면 만 45세가 되는 나이도 나이지만 허리수술로 왕년의 몸이 아닌 잔슨(1963년 9월10일생)의 부담을 덜어준 D백스의 첫 득점은 USC를 졸업한 잔슨이 1988년 9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를 때 첫돌을 막 지난 저스턴 업톤(1987년 8월25일생)이었다. 27일까지 27타수 0안타의 지독한 안타가뭄에 시달리다 28일에야 안타맛을 본 업톤은 2회말 왼쪽 담장 너머에 정통으로 꽂히는 기선제압 솔로홈런을 작렬했다.
그러나 랜디(잔슨)의 천적은 랜디(윈)가 있었다. 잔슨에게 강한 면모(통산 3할대)를 보여 1번타자로 전진배치된 스위치히터 랜디 윈은 4회초 오른쪽 타석에서 잔슨의 주무기 백도어 슬라이더를 통타, 좌월 동점홈런을 쏘아올렸다. 공격 고삐를 옥죈 자이언츠는 애런 로왠드와 레이 더햄이 연속 출루한 뒤 노장유격수 오마 비스켈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 단 김에 스코어를 2대1로 뒤집었다.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4회말. D백스는 헛슨과 잭슨의 연속안타로 1점을 쥐어짜 자이언츠 리드를 금방 없는 일로 만들었다. 지토는 회심의 낮은 브레이킹볼이 거듭 볼 판정을 받아 자주 3볼까지 갔고 볼넷을 피하려고 조금 가운데로 안전하게 던지면 안타를 맞는 일이 서너차례 반복됐다. 아슬아슬 유지된 승부의 균형은 지토의 불안피칭이 되살아난 6회초, 기어이 깨졌다. 이번에도 업톤이었다. 3볼1스트라익에서 가운데 안전지대로 던진 지토의 공을 기다렸다는 듯 후려쳐 3루타, 재역전 적시타점을 올렸다.
지토는 물러났다. 잔슨은 잡았다 놓쳤다 다시 잡은 리드를 뒤로 7회초 수비 뒤 덕아웃에 물러앉았다. 8회초. D백스 마운드와 수비망이 갑자기 흔들렸다. 안타에 볼넷에 에러에 다시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는 3대3. 자이언츠 선발 지토는 준 점수야 어쩔 수 없더라도 기왕 얻을 점수라면 2이닝만 빨리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D백스 선발 잔슨은 편치 않은 허리를 써가며 어렵게 이겨놨다가 후배들이 까먹는 꼴을 보며 허리보다 마음이 더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마음 돌이키면, 고약한 상황이 곧 눈뜸의 기회. 지토는 패배모면에 위안을 삼을 수 있고, 잔슨은 그 와중에 잡아낸 9삼진 덕분에 개인통산 탈삼진 4,672개를 기록, 로저 클레멘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통산 탈삼진 공동2위가 된 것이 소득이었다(1위는 놀란 라이언의 5,714개).
잔슨의 호투도, 지토의 역투도, 업톤의 맹타도, 다 액서사리로 만들며 이날 승부의 히어로가 된 것은 랜디 윈이었다. 승부는 그의 방망이에서 결판났다. 9회초, 오른손 투수 퀄스에 맞춰 왼쪽 타석으로 바꿔 등장한 윈은 4회 홈런이 꽂힌 자리 바로 오른쪽 옆에 박히는 결승홈런을 터뜨렸다. 좌우타석 멀티홈런. 자이언츠 소방수 브라이언 윌슨은 D백스의 마지막 공격을 잘 막아내 4대3 승리를 마무리했다. 자이언츠는 짜릿한 재역전 승리로 피닉스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고 기분좋게 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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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블루제이스에 0대12 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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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제이스(30승26패) 12 - 0 A’s(29승25패) = 오클랜드 A’s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4연전 마지막 승부에서 0대12로 셧아웃당했다. A’s는 29일 낮 오클랜드 콜러시엄에서 벌어진 블루제이스전에서 선발투수 대나 이블랜드(4.1이닝 11안타 7실점)가 초반부터 난타당하고 후속투수들(브레이든 2.2이닝 5안타 3실점, 디나도 2이닝 1안타 2실점)도 불끄기에 실패한데다 타자들은 블루제이스 세 투수들(리치 7이닝 7안타 0실점, 칼슨 1이닝 0실점, 캠프 1이닝 0실점)에게 철저하게 봉쇄당해 0패를 면치 못했다. 이로써 A’s는 30승 고지 1보 직전에서 이틀째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블루제이스가 30승 고지에 올라섰다. 종전 출격에서 캔사스시티 로열스에 완봉승을 거뒀던 제시 리치는 오클랜드에서도 위압적인 피칭으로 시즌 7승째를 챙기며 1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로드 바라하스는 2루타만 3개를 쳐 3타점을 올리는 등 장단 17안타가 터진 블루제이스 공격을 주도했다. 블루제이스 잔 깁슨 감독은 이날 승리로 ‘300승 감독’ 고지에 올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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