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인디애나 존스 4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인디애나 존스와 수정 해골왕국’(지난 22일 개봉, 26일까지 총 1억5,000만달러 수입)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인터뷰가 지난 9일 LA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서 있었다. 베이스볼 캡에 막 촬영장에서 온 것처럼 작업복 차림을 한 스필버그는 잿빛 수염이 잔뜩 난 6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장난기 짙은 소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안경 속눈에서 총기를 발산하는 스필버그는 간혹 유머를 섞어가며 질문에 정성껏 진지하게 대답했다. 회견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그는 “나 한국에 가끔 간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해리슨 포드 열성으로 제4편 제작 착수
영화내용 비밀 유지… 팬들이 도와준 덕분
다음 영화는‘링컨’… 내 평생 준비해 온 작품
-근 20년만에 만든 제4편은 과거의 시리즈와 어떻게 다른가.
▲좋은 각본 찾는데 근 15년이 걸렸다. 제4편이 만들어진 것은 전적으로 해리슨 포드 때문이다. 1994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그가 내게 ‘쉰들러 리스트’ 작품상 트로피를 건넨 뒤였다. 둘이 함께 무대 뒤로 가는 동안 해리슨은 내게 “난 준비가 됐는데 언제 제4편을 만들 작정이냐”고 물어왔다. 난 “잘 모르겠다. 조지(루카스)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해리슨이 조지에게 전화를 했고 그로부터 1주일 후 조지가 내게 전화를 걸어 “해리슨이 진짜로 또 한편의 인디애나 존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더라”고 알려줬다. 그 때부터 우리는 진지하게 속편 제작의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나는 이번 영화에서 인디애나 존스라는 인물을 한 단계 개선한다기보다 1980년대의 세 영화가 이룬 마법을 다시 포착하려고 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철두철미하게 제작과정과 내용이 비밀에 부쳐졌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영화 내용을 비밀로 하는데 있어 1등 공신은 팬들이다. 그들이 영화를 보고 경이감을 느끼려고 미리 내용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화 각본을 통째 가진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배우건 촬영감독이건 간에 전체를 보고 싶은 사람은 특별히 마련된 열람실에서 읽도록 했다. 배우들에겐 자기 역이 있는 부분만 줬다. 우리 제작실에 도둑이 들어 4,000여장의 스틸을 훔쳐간 뒤 모 웹사이트에 매매를 흥정했을 때도 이 웹사이트측이 이를 파라마운트사에 알려 범인을 잡았다. 그는 지금 옥살이중이다. 난 죄인을 용서하는 편이나 조지는 엄벌을 요구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만들 때 사전에 얼마나 철저한 준비를 하는가. 만들면서 즉흥적으로 하는 일은 없는가.
▲액션 장면을 찍을 때는 필수적이고 나머지 장면들을 위해서도 스토리 보드(찍을 장면 내용을 그린 스케치)를 이용한다. 스토리 보드에 의한 사전 영상화가 내 첫째 영화제작이라면 제작진과 배우들이 세트에 모여 촬영이 시작되면서 내 두 번째 제작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흐름에 따라 즉흥적 아이디어를 동원해 만든다. 이때가 가장 만족스러울 때다.
-다음 작품 중 하나가 링컨에 관한 것인 줄 아는데.
▲링컨 영화는 내 평생의 계획이었다. 난 세살 때부터 링컨을 좋아했다.
크면서 역사책을 읽으면서 그가 재임 5년간 세계사를 바꿔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링컨 영화는 현재 토니 쿠쉬너에 의해 각본이 집필 중이다. 2009년 11월 링컨 탄생 200주년을 맞아 개봉할 예정이다.
-이 영화는 50년대가 시간대인데 왜 그렇게 정했고 당신이 기억하는 50년대는 어떤 것인가.
▲제3편 ‘마지막 십자군’(1989) 이후로 해리슨이 실제로 먹은 나이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였다. 57년은 아주 흥미로운 때였다. 미-소간 핵경쟁으로 우리는 핵에 의한 멸망을 두려워했고 소녀들은 말꼬리처럼 뒤로 머리를 땋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인기를 누렸을 때였다. 그리고 베이비부머들은 첫 키스를 하고 그들의 첫 문화적 모험을 경험했을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에 샤이아 라부프를 선택했다.
-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축제 예술 감독직을 사퇴했는가.
▲‘인디애나 존스’에 관한 즐거운 얘기를 하는 이 시간에 난 어떤 정치적 발언도 안 하겠다.
-당신은 영화와 비디오게임이 단숨에 수억달러를 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도 비디오게임을 제작하는 줄 아는데.
▲내가 정말로 돈에 관심 있었더라면 영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영화뿐이다. 게임 산업이 엄청나게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난 단지 이번 주에 나올 붐 블럭스라는 게임 하나를 만들었을 뿐이다.
-시리즈 전 4편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어느 한 장면을 들라면.
▲제1편에서 바윗돌이 인디를 향해 굴러가는 것이다.
-영화의 장면들을 어떻게 컷 하는가.
▲나는 행동과 대사 중간에 가위질하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 끝난 뒤에야 컷을 한다. 영화에서 각본과 연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편집이다.
-해리슨 포드는 20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는 몸을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게 유지해 왔다. 그는 전의 3편에서처럼 이번에도 스턴트를 자기가 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영화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지혜다. 그는 자신의 인내와 지혜를 50년대의 인디애나 존스에게 가져다 주었다.
-당신과 페데리코 펠리니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 달라.
▲유니버설이 내가 만든 ‘결투’(Duel·1971)를 로마에서 개봉할 때 나도 거기 있었다. 그 때 짐을 들고 내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시사회서 내 영화를 본 펠리니가 날 만나자는 전화였다. 그 첫 만남 이후 우리는 서로 교신을 하며 지내 왔다. 그는 내 생애에 중요한 영향을 준 사람이다. 그가 죽기 전에 읽은 마지막 편지가 내가 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신의 소년과도 같은 순수와 상상력은 어디서 오는가.
▲내 어머니다. 지금 88세인 내 어머니는 피코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데 마음속에 영원한 동심을 갖고 있다. 나와 내 세 명의 여동생들도 모두 어머니가 가진 이런 마법의 축복을 받았다. 어머니는 늙는 것은 외모이지 내면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시는 분이다. 어머니는 평생을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낙망케 하지 못하게 저항해 왔다. 어머니는 늘 젊은 사람으로 난 어머니로부터 이것을 물려받은 것 같다.
-왜 제1편의 캐런 앨런을 다시 썼으며 제2편과 3편에서는 안 썼는가.
▲제2편과 3편에서 캐런을 안 쓴 것은 조지가 매 편마다 인디의 사랑의 대상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캐런을 다시 쓴 것은 옛 관객들이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과 캐런이 맡은 역인 매리온이 늘 인디애나 존스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캐런과 해리슨이 극중 인물로서 세트에서 처음 만나면서 포옹을 했을 때 나와 제작진 모두가 눈물을 글썽였다.
-당신 아들 맥스(22)도 당신처럼 영화계에 투신하려 하는가.
▲그는 비디오게임을 디자인하고 전자예술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아마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것 같다. 그가 세살 때 첫 비디오게임을 한 뒤로 그것이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됐다.
-조지 루카스가 이 영화 제작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가.
▲이야기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러나 일단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그는 옆으로 비켜섰다. 80일간의 촬영기간에 6~7회만 세트를 방문했을 뿐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인디애나 존스와 머트가 페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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