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들 때 각각의 주어진 배역이 있다. 주인공이 있느냐 하면 조연이 있고, 조연보다 못하다는 엑스트라 역도 있다. 한 영화를 만들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만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감칠맛 나게 맡은 역을 충실히 소화해 내며 그것을 더 빛나게 할 수도 있는 조연, 극에서 빠지면 되지 않는 엑스트라가 영화나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나 주연만이 좋은 자리는 아니다.
주연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할 재능도 안 되지만 조연으로서는 선호도가 높은 배우가 ‘조연 전문 배우’로 이름을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은 주위에서 많이 본다. 사람의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가장 중요한 배역, 남보다 높은 ‘윗자리’를 맡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회생활에서 사장이 있어야 하는가 하면 국장도 과장도 있어야 하고 대리도 있어야 하고 말단 사원도 있어야 회사가 아니 사회전체가 굴러간다. 경영실이 있어야 하는가 하면 홍보실도 있어야 하고 비서실도 있어야 하고 운전기사의 역할, 청소부의 역할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버리거나 무시할 것 없이 중요치 않은 배역이란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떤 역할에 가장 알맞은 인간이냐는 것이다.
자신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없는데도 분수에 맞지 않거나 원하는 위치에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처절한 비극이다. 예를 들어 남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대인관계가 좋지 못한 사람을 한 회사의 사장자리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에 있는 아랫사람을 비롯한 사람들이 괴로운 것은 차지하고 회사 운영 존폐가 위험해진다.
또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인 사람을 하루 종일 책상머리에 붙들려 있어야 하는 오피스 직업을 준다면 그 사람 개인에게도 원치 않는 일을 하는 불만에 능력을 허비하는 일이고 홍보 같은 일을 맡기면 훌륭하게 해낼 사람을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오피스에서 가만히 일하는 것이 맞는 사람에게 외판업무를 맡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욕구불만이며 사회적으로 큰 낭비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맡는 배역이 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 떨어지는 일도 마찬가지지만 스스로도 자기에게 어떤 배역에 맞는지 충분히 느껴야 한다.
생활하면서 쌓이는 불만은 참으로 많다. 물론 이 불만이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능력에 맞지도 않는 일을 원해 내 인생을 황폐하게 하고 쓸데없는 욕심라면 감정 소비밖에 되지 않는다.
안분지족(安分之足)의 삶. 안분이라는 뜻은 제 분수를 지켜 편안히 있음을 의미한다. 즉, 나에게 주어진 능력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정체하고 방심하며 무관심하게 주위를 방치해 놓으라는 말이 아니다. 주어진 기회를 누리는 것도 안분지족이요, 주어진 환경을 발판으로 도약하는 것도 안분지족에 속한다.
문제되는 일에도 자족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능력이 안 되면 양보할 줄 알고,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안분지족이다. 자기가 이 자리에 맞지 않는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줄도 알고
고치는 것도 안분지족이다. 안 되는 것을 능력 밖의 것을 가지고 있으면 스트레스만 받는다. 자기에게 주어준 생명만 단축시키고, 주위사람과 불화하게 되고, 성취해 봐야 허무감만 생길 뿐이다.
가능하면 자족하는 마음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할 것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회를 버리고, 환경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기회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안분지족하자는 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 능력만큼의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는 클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작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인생살이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인생이란 아무것도 없다.
큰 욕심을 버리고 자기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 개인적 성향은 거기에 얼마나 맞을는지, 그리고 나는 얼마만큼의 밥그릇인가를 빨리 알아차린다면 현재 투덜투덜 불만만 가지고 사는 사람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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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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