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또 다시 개솔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이번엔 정말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의 조짐이 약간은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개솔린 소비가 줄고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가 급증했다. 살빼기 다이어트도 상황이 절박해야 성공률이 높다. 요즘 펌프 앞에 선 서민들의 상황도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인 가정의 개솔린 연간 평균소비량은 1,100갤런이다. 연소득 10만달러가 넘는 가정에선 약간 더 신경이 쓰이는 정도일지 모를 4,400달러는 4만달러 이하인 수천만 세대에겐 다르다. 수입의 10%가 넘는 큰 부담이다. 가계부가 당장 휘청, 한다.
고유가로 생활패턴이 확 바뀐다는 아우성은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바로 2년 전 갤런당 3달러에 달했을 때도 그랬다. ‘휴가는 집에서 보내고 국경넘어 개솔린 원정쇼핑을 마다않는가 하면 대중교통 이용률이 급증했다’는 보도와 함께 갖가지 대책이 2006년 5월에도 신문지면과 TV화면을 가득 채웠었다. 그런데 2년간 나아진 게 없다. LA는 여전히 자전거나 전철을 타기엔 마땅치 않았고, 출퇴근길 앞뒤좌우로 키 큰 SUV에 시야마저 막힌 채 초만원 주차장같은 프리웨이에 갇혀 있던 게 거의 매일이었다.
엊그제 3월의 운전량이 작년에 비해 줄었다는 교통부의 보고가 발표되었다.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끝나면서 미디어들도 집근처에서 휴가를 보낸 스테이케이션 인파가 늘었다고 전했다. 요즘의 개솔린 가격은 등락을 거듭했던 전과는 달리 지난 몇주 계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수요 감소로 연휴직후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하루만에 반등하여 배럴당 13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길고 힘든 여름의 불길한 예고다.
도대체 누구를 탓해야 하나. 공공의 적 넘버원은 거대 석유회사들이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3분의 1이 그들을 탓했다. 엑슨모빌의 경우 지난해 이윤은 무려 410억달러다. 펌프 앞 서민들이 격분할만한 엄청난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윤은 매출의 10%정도로 개스값이 낮았을 때와 비슷한 비율이다. 공급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면 석유회사는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고유가 자체를 야기한 것은 그들이 아니다. 자신들을 비난하는 것은 맥도날드에 비만의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고 항변한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보는 시선도 곱지않다. 70년대 첫 개스파동의 주요원인은 엠바고를 실시한 OPEC이 큰 몫을 했었다. 그러나 세계석유의 40%만을 생산하는 그들은 더 이상 결정적 역할을 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번 유가 급등의 원인에선 투기자본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급등기의 초반에는 유가 상승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그 여파는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분석된다.
책임소재는 불분명하지만 원인은 확실하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고 있어서다. 오일중독은 미국만 걸린 게 아니다. 엄청난 시장인 중국도, 인도도 오일에 길들여진 게 벌써 여러 해째다. 더 큰 집에 살면서 더 큰 차를 타고 더 멀리 여행 가는 특권을 선진국만 누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게다가 이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갤런당 4달러도 고유가 행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 모른다. 소비를 계속해 수요가 증가하는 한 가격이 떨어지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마법같은 해답은, 글쎄, 알 수 없지만 고유가 잡기 대책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한단계씩 꾸준히 밀고 나가면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기 대책은 소비자와 정부의 공동노력이다. 소비자는 연비 높은 차를 선택하고 정부는 택스혜택등으로 이를 격려하는 등이다. 그동안 연비는 ‘철없는’ 미국인의 자동차선택 기준 중 17위에 머물렀다. 컵홀더보다도 밀렸었다.
장기 대책은 의회의 몫이다. 오일 소비의 60%를 수입에 의존해온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보다 구체적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대체연료개발 지원도 포함되고 환경보호와 미 해안개발 시추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국내생산을 늘이는 정치적 용단도 필요하다.
눈앞의 단기 대책을 위해선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국제석유시장의 생리를 온갖 복잡한 용어를 동원해 분석하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마지막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 ‘당장 수요를 줄이면 가격은 떨어진다’ 미국의 모든 운전자들이 운전량을 5%만 줄인다면 개솔린 가격은 머지않아 폭락할 것이라고 이들은 장담한다. 줄이기가 힘든다면 운전습관이라도 바꿔야한다. 시속 60마일을 넘은 후 5마일씩 빨라질 때마다 갤런당 20센트를 더 내는 것과 맞먹는다니까.
출근 길 프리웨이는 자동차의 행렬로 가득하다. 카풀은커녕 내 차를 비롯해 옆차에도, 앞뒷차에도 탄 사람은 운전자 한 사람뿐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엔 아직도 덜 절박한가…그래도 트래픽이 심해 시속 60마일 이상 속력을 낼 수 없으니 천천히 가는 것으로 오늘의 개솔린 다이어트를 대신하기로 한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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