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대세는 이미 기운 듯하다. 이미 버락 오바마 진영에서는 부통령 후보 인선을 고려할 정도로 11월 본선에서의 존 매케인과의 대결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매케인도 오바마를 11월 대선의 상대로 단정하여 힐러리 이름을 거론조차 안한지도 몇 주 되었다. 힐러리 진영의 노력 부족 때문은 아니다.
철의 여자라고 생각될 정도로 힐러리는 불철주야 백악관 탈환을 목표로 동분서주해왔다. 그리고 그의 남편과 딸도 선거운동에 전력투구를 아끼지 않았다. 또 참모진들의 끈기 있는 충성심 역시 갖가지 악재에도 여성 최초의 대통령 꿈을 밀고 나가는 그의 동력 중 하나다. 그의 열성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후보확정론을 아직도 믿지 않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신념을 계속 나타낸다.
그러자니 자꾸 말을 바꾸게 된다. 아주 까마득한 오래 전이라 생각되는 1월에는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후보가 가장 많은 수의 대의원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클린턴 진영의 예상을 뒤엎고 2월의 수퍼 화요일 전후의 결과가 오바마 지지 대의원들의 수가 클린턴 지지자들 수보다 많게 되자 중요한 것은 선출 대의원들 수가 아니라 연방 의원들을 포함한 소위 수퍼 델리게이트(당연직 대의원)들의 지지를 누가 받느냐가 관건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제는 당연직 대의원들의 지지에 있어서도 오바마가 앞서니까 중요한 것은 둘 중 누가 더 많은 표를 얻었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예선전을 일찍 벌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계산하지 않기로 한 미시건과 플로리다 주의 표들도 계산에 넣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안 넣는다면 부정과 폭력이 난무한 짐바브웨의 선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뻔뻔스러움에는 집권욕에 의한 어거지도 유만부득이지 너무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리고 웨스트버지니아와 켄터키 예선전에서 힐러리가 각각 41%와 35%로 오바마에 대해 압승한 것으로 보아 백인 노동 저수입층으로부터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은 자기니까 자기가 매케인에 대해 이길 가능성이 오바마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6월3일의 예선 마감에서 오바마가 2,026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더라도 그 숫자는 미시건과 플로리다 주를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고 2,200여 명이 획득될 때에나 후보가 결정될 뿐 아니라 자신의 높은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여 당연직 대의원들이 선출 대의원들의 선택을 뒤집어야 한다고까지 역설한다. 민주당 내부의 싸움이 8월 말의 전당대회까지 계속될 것이라서 매케인에게 어부지리를 제공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하는 행태이다.
심지어는 힐러리의 ‘끝까지 전략’이 이번에는 매케인이 승리토록 하여 2012년 대선에서 힐러리의 화려한 부활을 꾀하는 술수라는 추측마저 나돈다.
그러나 웨스트버지니아에서의 힐러리 압승 직후에 그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 최고참 로버트 버드 의원이 오바마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당연직 대의원들이 선출 대의원들의 오바마 선호를 뒤엎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거슨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전직 연설 작성자였는데 그마저 오바마에게는 결함이 있지만 카리스마가 있어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레곤에서의 정치 집회에 열광하는 7만5,000여 명의 지지자들을 언급하면서 매케인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이번 선거에서는 오바마 때문에 매케인을 지지 할 수 없다고 편지를 쓴 사실을 언급한다.
사실 힐러리의 패인은 여럿이지만 지나친 권력욕, 특히 대통령직이 당연히 자기 것이어야 마땅하다는 의식, 그리고 그와 같은 자세가 오바마를 깔보게 만들어 코커스가 열리는 여러 주를 무시하게 만든 선거전략 등이 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을 사고는 금방 후회하는 현상을 영어로 Buyer’s Remorse 라고 한다. 일부 보수 논객들은 오바마가 대통령 선서를 한 직후부터 미국 시민들이 그런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내외의 난제들이 산적해 있고 해결책은 쉽지 않아 오바마 정부가 국민들을 그처럼 실망시킬는지 두고 볼 일이다.
남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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