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목사/수필가)
미국에 살고있는 사람 치고 ‘In God We Trust’를 모를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국
에서 통용되고 있는 모든 지폐와 동전에 새겨져 있는 문구이다. 돈이란 인생살이에 있어서 절대불가결의 것이지만 절대로 그것을 하나님처럼 믿거나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경구라고 본다.
돈! 돈! 도대체 돈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예외없이 돈을 좋아하며, 돈 없이는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왜 인간세계는 돈 때문에 밤낮으로 동분서주하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돈이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돈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님을
우린 다 알고 있는데 결국 돈을 관리하는 인간들이 문제임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성경(전도서 10:19)에 이르기를 “돈은 만사를 해결한다”(Money is the answer for everything)고 했는데 그것은 결코 돈이 인간의 전부라는 뜻이 아니라 돈의 유용성을 말한 것이다. 돈은 인간이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선도 될 수 있고 악도 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돈을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아무리 내가 번 돈이라 해도 내 멋대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그런 뜻에서 미국인들도 “Money is not everything!”(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은 너무나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 내용인 즉, 돈 때문에 생겨난 엄청난 인간 비극의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 사회에서는 그 이상의 비극들이 줄을 이어 연출되고 있는 형편이다. 재벌 총수가 죽고나면 그 자녀들 간에 눈 뜨고 볼 수 없는 싸움이 일어나 법정투쟁까지 불사하다가 결국엔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프란세스 베이컨(F. Bacon)은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라는 말을 남겼던 것이다. 즉 돈이 종 노릇을 하면 최선이 연출되고, 돈이 주인 행세를 할 것 같으면 최악의 경우가 연출된다는 뜻이다.
러시아 격언에 “돈이 말할 때에는 진리는 침묵한다”고 했으니 이 세상에서 “돈이 말한다”(Money talks)는 말이 생겨난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돈이면 안될 일이 없다니, 돈의 횡포가 난무하는 세상인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 찬송 269장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웬일인가/내 형제여/재물만 취하다/세상 물건 불탈 때에/너도 타겠구나”
돈 때문에 패가망신 당한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적잖이 보아왔으니 차라리 가난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남보다 많은 돈을 가졌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처신해야 하는 것이다. 돈이란 결코 나만의 소유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단 말이다. “돈은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의 뜻이 무엇임을 깊이 음미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성경에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딤전 6:11)고 말했으니 무슨 뜻인가? 돈이 악의 근원이란 말인가? 아니다! 돈에 대한 인간의 애착심이 악의 근원이란 말이다. 돈은 사용의 대상이지 사랑의 대상이 아님을 절대로 잊어선 안된다. “형제간에도 돈은 남이다”라는 터키의 격언도 있거니와, 돈 때문에 부모자식간의 천륜도 저버리고, 형제와 친구간의 의리도 배반하고, 나아가서는 돈 생기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온갖 부정과 부패가 창궐해 악취가 진동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한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란 사람들도 그 자리에 앉았다 하면 천문학적인 축재를 일삼는 판국이니 한심하다 못해 슬프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아직도 일할 나이에 왜 타의에 의해서 물러나게 된 것인지는 세상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일이니 그 일을 그 한 사람의 일로만 생각하여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의 경제생활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재벌가요, 자선사업가인 라커펠러(John D. Rockefeller, 1839~1937)가 남
긴 말을 두고 두고 명심하자. “돈 밖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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