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마지막 훈련에서 폴 스콜스와 볼을 다투는 박지성의 모습.
첼시의 공격을 주도할 디디에 드로그바(왼쪽)와 미하엘 발락.
역사적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아시아선수로 사상 첫 결승무대 출전 유력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세계 축구의 ‘꿈의 제전’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2007-08 시즌 결승전이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와 첼시의 단판승부로 LA시간 21일 오전 11시45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스테디엄에서 펼쳐진다(TV-ESPN2). 사상 처음으로 영국팀끼리 타이틀을 놓고 격돌하는 것은 물론 맨U의 ‘산소탱크’ 박지성(26)이 한인은 물론 아시아선수로 사상 처음으로 ‘꿈의 무대’를 밟을 것으로 기대되는 역사적인 일전이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U는 이날 승리하면 역사적인 1998-99 ‘트레블 시즌’에 이어 10년만에 다시 ‘더블’로 영광을 재현하게 된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시즌 마지막 날 맨U에 우승을 넘겨준 첼시는 맨U의 더블 도전을 저지하고 팀 역사상 첫 유럽정상 등극을 꿈꾸고 있다.
맨U, ‘더블’ 위업 걸고 라이벌 첼시와 일전
LA시간 오전 11시45분 ESPN2에서 생중계
◎세계 최고의 경기?
이날 경기는 공식적으로 유럽클럽축구 챔피언을 가리는 일전이지만 유럽 축구무대엔 유럽은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 북중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6대주 최고의 축구스타들이 거의 총집결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축구 지존을 가리는 꿈의 무대다. 두 영국팀이 격돌하는 이날 경기지만 출전선수들의 국적을 따져보면 영국선수는 소수이고 전 세계 각국 선수가 골고루 섞여 있다. 그중에는 한국의 박지성이 당당히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가 맨U의 주축선수 중 한 명으로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퍼보울 중계보다도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이 경기에서 진정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를 수 찬스다.
과연 박지성은 이날 선발로 나설 것인가. 이미 결승에 올라오기에 앞서 대회 8강과 4강전 4경기를 모두 풀타임을 뛴 박지성인만큼 그것은 거의 확정적으로 보인다. 포지션 경쟁자이자 오랜 기간 맨U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노장 라이언 긱스(34)가 10년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에 나선다는 점에서 그를 내보낼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대부분 현지언론들은 박지성의 선발출장을 점치고 있다. 맨U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최근 중요한 경기 대부분에 선발로 나섰던 박지성이 결승전에서 매우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선발 출장을 암시하는 말을 했을 정도다. 이번 시즌 무릎 부상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거쳐 팀의 활력소로 자리잡으며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목에 건 박지성은 이제 꿈에 그리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메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시아 축구 새 역사를 쓴다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고 그라운드를 밟게 되면 아시아 축구선수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서는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맨U의 트레블 시즌인 1999년 이 대회 결승에서 이란의 축구영웅 알리 다에이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속해있었으나 실제로 경기엔 나서지 못했다.
박지성은 그동안 큰 경기에 강한 면을 보여왔다. 박지성이 맨U에 입단할 수 있었던 계기도 PSV 아인트호벤 시절이던 지난 2005년 5월 AC밀란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터트린 골이 결정적이었다. 박지성은 이번 대회서도 8강과 4강전 4경기에서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공수양면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수행, 정규리그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성이면 불패’ 등식을 이어왔다.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결승전에서도 ‘지성이면 필승’이 그대로 적중할지 기대된다.
◎골게터 대결
축구의 묘미는 화끈한 골.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맨U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지난 시즌 득점왕인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의 득점포 경쟁은 결승전 최고의 볼거리다. 호날두와 드로그바는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나란히 7골과 6골을 터트리고 있어 이 경기에서 대회 득점왕이 결판난다.
일단 화력 면에서는 맨U의 우세가 점쳐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80골(22실점)을 터트려 65골에 그친 첼시를 압도했다. 이중 31골을 뽑아낸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스(14골), 웨인 루니(12골) 등으로 골게터 화력에서 첼시에 앞선다. 첼시는 무릎수술 후 한동안 잠잠했던 드로그바가 8골에 그쳤지만 미하엘 발락(7골), 니콜라 아넬카(11골), 프랭크 람파드(10골), 조 콜(7골)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을 뽑아내 호날두에 집중된 맨U보다 다양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맨U의 공세 vs. 첼시의 역습
4번이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AC밀란의 미드필더 클라렌스 시도르프는 맨U의 우세를 점쳤다. 시도르프는 ESPN과 인터뷰에서 첼시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릴 것이고 맨U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첼시는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맨U를 힘들게 할 것이라며 첼시가 드로그바를 전방에 내세우고 발락이 뒤를 받치는 형태의 역습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승부의 또 다른 변수는 그라운드 사정이다. 결승전이 치러지는 루즈니키 스테디엄은 원래 인조 잔디구장이었지만 이번 결승전을 위해 인조잔디를 뜯어내고 보름전 슬로바키아에서 공수한 천연잔디를 새로 깔았다. 잔디의 정착을 위해 물을 많이 주면서 전반적으로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상태일 뿐만 아니라 중앙선 부근의 잔디는 덧댄 흔적까지 남아 있어 자칫 볼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드로그바를 선봉으로 힘으로 상대를 몰아치는 퍼워풋볼을 구사하는 첼시에 비해 정교한 패스를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는 맨U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