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뒷바라지로 바쁜 시간
미래 향한 추억으로 가꿔야
오늘은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이것저것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벌써 몇 달 전에 해놓은 비행기 예약과 자동차예약, 호텔 예약 등 확인해 보고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여름방학이 찾아오는 것이다.
올해에는 여름방학이 딸의 졸업식으로 시작을 해서 바로 다음 주 교회 성가대의 수양회가 있고 그 다음에는 아직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이 여름방학에 각자 바빠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기 때문에 필자의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단둘이 오붓하게 단거리를 여기저기 다녀올 계획이다. 집사람이 학교 교사로 일하는 것이 아주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방학이 길다는 점이다. 어느 직업이 3달에 가까운 여름방학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또 학기 중에도 오후에 수업이 일찍 끝나기 때문에 가사에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어린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언제나 어린아이들처럼 단순하고 소박할 수 있어서 좋다. 큰 욕심만 없다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사명감도 있고 해서 남자 분들에게도 아주 추천할 만한 직업이라고 본다.
오늘은 더군다나 같이 성경공부를 하는 엄마들이 여름방학에 할 행사들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아니 오시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것 같아서 마지못해 결석을 하고 이 아침시간에 주위를 돌아보며 벌써부터 마음이 들 떠 있는 것이다.
사실 예년에는 여름방학만 오면 언제나 빨리 개학날이 오나 손꼽고 있었다.
학기 때에는 낮에는 애들이 학교에 있고, 또 방과 후에도 공부하랴 과외활동 하랴 바빴으니까 괜찮았는데 방학만 되면 이리저리 모시고 가야되고 몇 년간은 자체 ‘여름학교’까지 한 적도 있었으니까, 아이들을 먹이고 모시고 하는 일로 사역에도 지장이 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들 하나는 남아공화국에서 있는 여름학교로 직행한다고 했고, 다른 아이들은 누나 졸업식 후에 잠깐 들리고 이탈리아 밀란의 가구제조회사와의 견습과 여름일로 곧 학교로 돌아간다고 한다.
막내딸만 집에 오는데 그 이유는 방학동안 기초과목을 집 가까운 단과대학에서 하면서 학비도 절약하고 또 어렸을 때 친구들과 같이 놀기로 했다고 한다. 나머지 시간은 집 근처 회사에서 파트타임도 할 예정인 것 같고, 이제는 엄마아빠 를 졸졸 따라다니기는커녕 오히려 질색을 하는 편이니 냉장고에 먹을 것만 항시 있으면 자기가 알아서 먹을 터라 우리는 자유로 일정을 짤 수가 있다.
졸업할 딸은 그동안 4년동안 얼마나 바쁘게 공부하랴 일하랴 너무 수고를 많이 해서 졸업 후 일년은 한국에도 가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머리를 쉬고 싶다고 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차질이 생겨 행선지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그 아이의 성격상 집에 붙어 있을 리는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옛 부터 그리기 좋아하던 그림 중 4군자가 있는데 각기 다 특징이 있지만 그중 대나무 그림이 생각이 난다. 우리의 인생이 마치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자마자 허니문베이비를 얻었고 곧이어 내리 한해도 쉬지 않고 애기를 받아서 23년을 부부로라기보다는 엄마아빠로 동분서주했었다. 그러다가 처음 부부로서 맞는 방학인데 얼굴을 보니 주름살에 흰머리가 잔뜩이고, 침대 맡에 걸려 있는 결혼사진과는 너무나 다른 것을 발견하곤 놀란다.
우리의 경우는 직장에서 만났지만 진짜로 가까워진 것은 퇴사 후 교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였기 때문에 다년간의 교제기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다시 얼굴을 맞대고 보니 어떤 면에서는 서로 낯선 사람들 같은 기분도 든다. 그 때 그렇게 열렬하던 연인은 어디로 가고 중년의 부인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속은 것 같은 기분도 없다. 단지 또 앞으로 전개될 일들에 대해서 높은 기대가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식 때 졸업생들과 축하객 모두가 8부 합창으로 부른 노래의 가사인데 성경의 전도서에 있는 말씀을 소개하는 것으로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면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면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으면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면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면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일하는 자가 그 수고로 말미암아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노고를 주사 애쓰게 하신 것을 내가 보았노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을 또한 알았도다. 무릇 하나님의 행하시는 것은 영원히 있을 것이라. 더 할 수도 없고 덜 할 수도 없나니, 하나님이 이같이 행하심은 사람으로 그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인줄을 내가 알았도다.”(전도서3:1-14)
올해야 말로 뜻 깊고 기억할 만한 여름방학을 만들 수 있으시기를 빕니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