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7개월만에 다저스 선발투수로 나선 박찬호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한국-대만-일본 투수 ML 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출격 다저스 승리 합작
박찬호 4이닝 1자책점 호투…선발진 복귀 도전 ‘청신호’
프리웨이 시리즈는 2-1로 에인절스 승리
LA 다저스의 박찬호(34)가 1년만의 빅리그 선발등판에서 비록 선발승을 얻지는 못했지만 안정된 내용의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쌓아 선발진 복귀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17일 애나하임 에인절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프리웨이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4이닝 동안 에인절스 타선을 3안타 3사사구 2점(1자책점)으로 막아낸 뒤 4-2로 앞선 5회말 쿠오홍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다저스는 2회 블레이크 드윗의 투런홈런, 3회 안드레 이티어와 러셀 마틴의 적시타로 4-0 리드를 잡은 뒤 선발로 나선 박찬호에 이어 대만의 쿠오홍치(5회)와 일본의 다카시 사이토(9회) 등 동양 3국 출신 투수만 3명을 잇달아 투입하며 에인절스의 추격을 3점으로 막고 6-3으로 승리, 에인절스테디엄 6연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일본-대만 선수가 한 경기에 나란히 출격한 것은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이다.
경기시작 시간 온도가 화씨 98도까지 올라간 무더운 날씨 속에 펼쳐진 경기에서 박찬호는 초반 시속 87~92마일 내외의 직구를 위주로 승부를 가져가다가 중반이후 변화구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가미하며 에인절스 타선을 요리했고 4회말에는 제프 매티스를 상대로 시속 95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 완전한 재기를 알렸다. 4회말 1루수 제임스 로니의 악송구가 아니었다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최소 1이닝은 더 던져 승리투수 요건도 갖출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컸지만 충분한 5선발 자격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였다.
박찬호는 3회까지 에인절스 타선을 1안타로 잠재우다 4회 2안타와 포볼, 몸 맞는 볼과 1루수 제임스 로니의 악송구 에러가 겹치며 2실점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서 공을 37개나 던져 투구수가 82개(스트라익 52개)가 되자 조 토리 감독은 그에게 5회를 마쳐 승리투수가 될 자격을 주는 대신 쿠오홍치로 교체해 승리 굳히기를 선택했다. 쿠오홍치는 다음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토리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박찬호는 오랜만에 선발승을 따낼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팀 승리로 달래야 했다.
2회 선두 개럿 앤더슨에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으나 후속 3명을 삼진 2개를 곁들여 모두 잡아내는 등 3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박찬호는 4회 1사후 블라드미어 거레로를 몸 맞는 볼로 내보낸 뒤 앤더슨에 우전안타를 맞고 1사 1, 3루의 고비를 맞았다. 여기서 박찬호는 다음타자 케이시 카치만을 100% 병살타성인 1루 땅볼로 유도, 실점없이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1루수 제임스 로니의 2루 송구가 어이없이 높아 1점을 내주고 또 다시 1, 3루에 몰렸고 후속 1루 땅볼로 1점을 더 내줬다. 계속해서 박찬호는 다음 타자 이스터리스의 평범한 땅볼이 2루커버를 들어간 2루수가 서 있던 자리로 굴러나가는 불운의 안타와 포볼로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에릭 아이바를 2루땅볼로 잡고 추가실점 없이 이날 등판을 마쳤다.
경기 후 조 토리 감독은 “4회 이닝을 끝낼 더블플레이볼에서 에러가 나오는 바람에 박찬호가 너무 많은 아웃을 더 잡아야 했고 이 때문에 투구수가 너무 올라가 바꿀 수밖에 없었다”면서 “박찬호는 오늘 아주 좋았다. 구속도 좋고 플레이트 양쪽을 모두 활용하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구질로 상대를 공략한 것이 아주 뛰어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동양인 투수 3명의 합작으로 승리를 따낸 것에 대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쿠오 릴리프와 사이토의 마무리가 받쳐주는 박찬호 선발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다저스(22승21패)는 18일 3차전에서 에인절스(26승20패) 캐처 마이크 나폴리에 홈런 두 방을 맞고 2-10으로 대패, 프리웨이 시리즈를 1승2패로 마쳤다.
<김동우 기자>
“피칭내용과 팀 승리에 만족… 손가락에 물집 잡혀 더 던질 수 없었다”
박찬호 인터뷰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호투한 박찬호는 경기 후 야수 실책으로 인해 승리투수를 놓친 아쉬움보다는 피칭내용이 좋았던 것과 팀이 승리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밝혔다.
또한 4회를 마친 뒤 교체통보를 받았을 때 1이닝만 더 던지겠다고 하려했지만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구위가 위력적이었다. 경기 내용에 만족하나.
▲그 동안 구원투수로 뛰다 선발로 나섰고 낮 경기라는 점에서 많은 것이 다른 상황이었지만 내용에 만족한다. 첫 타자 포볼 후 더 집중해서 던졌는데 초반엔 직구, 나중엔 변화구 위주로 승부한 것이 통했다.
-4회말 악송구 때문에 안줄 점수를 준 것이 아쉬울 텐데.
▲투구수가 많아져 5회까지 못간 게 아쉽지만 대량실점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강판되지 않고 잘 막아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이 기쁘다.
-다저스 멤버로 6년7개월만에 선발등판인데.
▲선발로 나선 좋은 투구로 팀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 지 모르지만 계속 잘해 팀에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ML 공식사이트에서 최고 구속이 시속 96마일까지 찍혔는데.
▲투구 몇 개는 상당히 좋았다. 볼의 실밥이 잘 긁히고 낮게 잘 들어갔다. 스피드도 좋았지만 스피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1루수 제임스 로니의 악송구가 나올 때 소감은.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공은 안 오고 주자들은 계속 뛰더라.
-교체상황을 말해 달라.
▲4회를 마친 뒤 투수코치(릭 허니컷)가 통고했다. 1이닝만 더 던지겠다고 하고 싶었지만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할 수 없었다. 투구수가 82개나 돼 사실 더 던지는 건 무리였다. 지난 6일간 안 던지다 오늘 82개나 던졌으니 아마 내일이면 몸에 무리가 느껴질 것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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