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살육의 역사다. 거대한 천재지변이 엄습한다. 수해에 가뭄에 대지진이다. 메뚜기 떼가 창궐한다. 대설에 태풍이 몰아친다. 그럴 때마다 찾아드는 것이 전염병에 대기근이다.
유리걸식하는 자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 유맹(流氓)의 무리가 불어나면서 천하는 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천재(天災)가 인재(人災)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것이 대살육극이다. 인간이 소, 돼지와 다를 바 없이 무참히 도륙을 당하는 것이다.
중국사의 물굽이마다, 마치 숙명처럼 찾아든 것이 대살육극이다. 이를 목도하면서 양계초는 일찍이 이렇게 한탄했다. “중국인은 육민(戮民)이다.”
한꺼번에 1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수백만이 고립됐다. 거기다가 기아와 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그 참상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쓸고 지나간 미얀마다.
그리고 중국 사천성 대지진이다. 전해지는 뉴스마다 상상을 절한다. 학교 건물이 통째 무너져 내려 수천명의 학생들이 매몰되고, 무너진 공장에 수만명이 깔렸다 등등.
전해지는 참상과 함께 ‘육민’(戮民)이란 단어가 새삼 떠올려진다. 도대체 무엇이 ‘육민’(戮民)의 슬픈 역사’를 만들어 가는가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천재지변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그러나 기록을 보면 전체주의 국가에서 희생이 더 크다.” 월스트릿 저널의 보도다. 지진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1976년 중국 당산지진에서 최소한 25만명이 숨졌다. 1972년 소모사치하의 니카라과 지진에서는 5,000여명이 희생됐다. 1988년 소련 아르메니아 지진에서는 2만5,000여명이 죽었고, 2003년 이란에서 발생한 지진은 3만1,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라도 전체주의 국가에서 발생했을 때 유독 피해가 더 크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운이 나빴다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천재지변은 많은 희생을 불러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바로 구제작업이 벌어진다.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그게 아니다. 구제작업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지부진이다. 그리고 엉망진창이기 일쑤다. 희생자 차이는 거기서 크게 벌어진다.
학교 건물이란 건물은 모두 무너졌다. 사천성 대지진 참사가 보여준 한 단면이다. 이 역시 왜 전체주의 체제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는지 그 한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이해 따위는 당초 관심이 없다. 오직 파워에만 관심이 있다. 전체주의의 특징이다. 그 체제에서 관료조직은 철저히 부패하게 돼 있다. 그 부패의 열매가 부실공사다.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더 많은 희생자를 내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중국의 당산지진, 소련, 이란, 소모사 체제의 니카라과 등의 지진 피해자가 더 많았던 것도 바로 이게 한 이유다. 부실 건물들이 모두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국민의 이해보다는 권력유지를 통한 체제유지가 먼저다. 이 전체주의의 특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게 미얀마 군사정권이다. 200만에 가까운 이재민들이 죽음의 문턱에 있다. 군 장성들은 그런데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외면한다. 극히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외부세력의 간섭은 체제를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다. 거기다가 얼마 되지도 않는 구호품을 빼돌린다. 그리고 군부가 보내고 있는 양 포장을 바꾼다. 보통 뻔뻔한 게 아니다. 이 반(反)인륜적 집단에 군사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러나 미얀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는 수단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말하나. 전체주의는 그것이 공산주의든, 회교신정 체제든, 군사정권이든 가릴 것 없이 한 가지에만 아주 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건 다름 아닌 국민에 대한 폭압이다.
그 가장 기형적 모습이 북한의 김정일 체제다. 수령절대주의를 고수한다. 그러면서 주민을 죽음으로 내몬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했나. 1995년부터 시작된 식량부족 사태로 수많은 아사자를 냈다.
최소한 수십만 많게는 300만으로 추정된다. ‘고난의 행군’시 굶어죽은 사람 숫자다. 거기다가 맞아죽고, 고문당하다 죽고, 처형당해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북한에서 또 대규모 아사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다.
세계식량계획기구가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 전문가마다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50만 이상이 굶어죽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도 김정일 체제는 여전히 딴전이다. 그 꼴을 보다 못해 이코노미스트는 한 소리했다.
“그들로 하여금 ‘주체’(Juche)로 배불리게 하라”고.
북한의 이 ‘육민(戮民)의 슬픈 역사’는 언제나 종지부를 찍게 될까.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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