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칼럼니스트의 표현과 같이 한국에는 지금 소가 미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치고 있는 듯 며칠 동안 광우병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7대 마지막 국회도 광우병 청문회로 소리가 요란하고 국민지지율이 하위 20%로 떨어질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정치력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을 입고 있다.
광우병 파동은 4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만나기 하루 전 수입 금지되었던 뼈를 포함한 30개월 미만 및 30개월 이상의 미국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쇠고기협상을 발표한 후부터이다. 4월29일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영한 것이 광우병파동의 불씨가 되어, 전국적으로 중고 청소년까지 합세한 촛불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번져나가 5월6일 서울광장시위가 그 절정을 이루었다. 광우병파동의 불꽃이 지금 수그러진 듯 하지만 준동의 불씨가 한국사회저변에 아직도 깔려있음을 무시 못 한다.
미국소를 수입해서 먹고 있는 나라가 수십 개국이 되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몇 억만분의 1정도라고 하는 데 한국에 광우병파동이 일어나는 진실, 아니 이유는 무엇인지 거시적 측면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 진실은 한미동맹의 가시적인 외교승리를 나타내려고 한 이명박 정부의 성급한 쇠고기협상과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정치지도력 부족이다.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마당에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 FTA의 타결에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는 정치·외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리적인 면에서 보면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낸 다음 귀국해서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 중 잘 정리되고 다듬어진 쇠고기협상안을 내놓아도 문제는 이렇게 시끄럽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정치지도력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아니하게 불쏘시개가 되었다. 인수위의 영어교육 강행 주장, 부자들의 정치권 임명, 친박세력과의 갈등 등이 기대했던 국민들의 신뢰가 점점 사그라지는 계기가 됐다.
둘째 진실은 친북좌파세력의 반정부적 및 반미적 충동이다. 지난 10년의 득세를 작년 대통령선거와 금년 총선에서의 큰 패배로 잃어버린 실망을 회복해보려고 하는 결사적인 발버둥질임이 분명하다. “미친 소 수입반대”, “미친 소 이명박 너나 먹어라”라는 선동구호나 현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정책반대시위연대’와 허위사실을 진실로 퍼트려 선동을 주동하는 ‘시사 서프라이즈’등의 존재가 친북좌파세력의 힘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셋째 진실은 어린 중고 청소년을 포함한 한국국민들의 휩쓸림 열정이다. 휩쓸림의 열정이 월드컵 행사 때 서울시청과 광화문광장을 뒤덮었던 붉은 악마의 응원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는 좋은 경우도 있지만, 2002년 여름 미군장갑차에 사망한 효순이 미순이 사건으로 반미시위의 연속 등 부정적으로 나타날 때에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파괴력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광우병파동에서 한국은 교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미 중 워싱턴 교민간담회에서도, 5월15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제40회 한국국가조찬기도회에서 ‘나 자신부터 변하겠다’라고 위로부터의 변화를 강조해 왔다. 광우병파동을 게기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부도, 한국의 진보세력도, 그리고 한국국민도, 모두 변화해야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연구결과대로 30-4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진보세력은 파괴하는 생사결단의 비판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공생의 소리를 높이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역량을 키워 나아가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독특한 휩쓸림의 열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이 요청된다.
대통령 자신과 정부자체가 변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개혁의 길일진데 자신의 변화만으로는 참된 개혁을 이룩할 수 없다. 국가정치는 기업경영도, 도시행정도 아니고, 설계(Design)이다. 진보세력, 보수세력, 중도세력, 국민자신 등 국가의 모든 스테익 홀더들(Stake-Holders)이 변화할 수 있도록 멋진 청사진을 설계해 놓는 일이 국가최고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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