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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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월15일은 45번째 스승의 날이다. 이곳 미국에 온 후 처음 맛 본 ‘황당함’이 생각난다.
선생님들이 피켓들고 ‘파업’을 강행한다. 처우개선을 부르짖는다. 이건 그냥 “선생질”이라 해도 될법한 막 가는 모습들이다.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고 배웠던 눈에는 영 아니었다.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별 변함이 없다. 스승님은 그냥 스승님이어야 하고, 그냥 존경 받아야 하는 그런 분으로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옛 사람인 탓이리라.
무섭게 기억되는 처음 선생님은 아버님이다. 천자문을 아버님 앞에서 배우고 익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5학년 때쯤 일 것이다. 겨울 방학 때다. 아버지 앞에 불려 간 나는 ‘천자문’과 만난다. (하늘)천(天)으로시작, (어조사)야(也)로 끝나는 천자문 한자, 한자를 외는 공부다. 하루에 8자씩 외워야 한다는 말씀이다. 처음에는 따라 읽는다. 두, 세번 뒤에는 혼자 읽고, 외워야한다. 의미나 글자를 쓸 줄은 몰라도 노래 부르듯 그렇게 외워야 한다. 썩 좋지 못한 머리로 2.30자를 한숨에 외는 것도 큰 일이었다. 틀리기 일 수 다. 집 뒤에 꽤 큰 대나무 밭이 있어서인지, 매는 언제나 대나무 회초리다. 틀릴 때 마다는 아니지만 종 종 종아리에 불이 난다. 처음에는 매 맞고 울며 그렇게 한자를 익혔다. 그 뒤 두번의 겨울 방학때는 “마을 서당”에도 기웃거렸다.중.고등학교 책에 나오는 왠만한 한자는 막힘이 없었다.‘무서운 선생님,아버님’의 은덕을 아주 오래 오래 뒤에사 알게 된다.
선생님과 나눈 아름다운 시간은 아무래도 책읽기 맛을 찾던 고등학교 시절부터라 해야 할 것이다. 전주시 C 고등학교(34회). 교훈은 자강(自彊), 자율(自律), 자립(自立)이다. 스스로 강하고 다스려 올바로 굳게 서라. 자주인(自主人)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스스로 자 (自)’ 한 글자에 생각은 꽉 막힌다. 그도 모자라 입학식장에서 뵙는 배 운석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에 시골 깡촌놈은 기가 팍 죽는다.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셋째도 공부, 제군들이 할 것은 공부뿐이다.” 강당 안팎을 휘감는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라면 또 뒤가 꿀리는데 첫날부터 공부 타령이니 눈앞이 캄캄, 어지럼증까지 일었다. 시골티 펄펄 나는 첫발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좋기만 했다. 고교3년을 교동, 풍남동, 노송동 길목에서 보고, 듣고, 배운 이야기들은 지금도 귓전을 맴 돈다. 문장강화 시간의 김해강 선생님, 고문의 정경태, 하위주 선생님, 산문·수필의 백양촌 선생님 그리고 시인 신석정 선생님. 살면서 한 분뵙기도 어려울텐데…. 우리 모두(나)를 키워주고, 너무나 사랑해 주셨던 스승님들이시다.
3학년 담임을 맏으셨던 김형신 선생님, S대학입학원서를 들어 대는 내 이마를 쥐어 박으며,“네 놈 수학실력으로 …. K 대학교나 가, 이기는 싸움을 할 줄 알어야 하는 거야. 잊지마 꼭.
그렇게 밀고 당기는 억지를 부리다 뒤늦게 챙긴 탓으로 짝궁이던 공엽이, 종표의 도움으로 원서를 접수 시험을 보게 되고, 딩구는 재주가 운을 탄 탓인지 강의실 한 자리를 얻게 된다.
서울 안암동 K 대학교 정치학과 학생들이 명강의라 자랑하는 정치학계론과 정당론. 모두가김 상엽 총장. 교수님의 강의다. 이창렬 교수님과 조동필 교수님 그리고 민 병기 교수님. 강의 내용뿐이겠는가. 시간 지키기나 몸 가짐으로 우리의 눈을 뜨게 한다. 지혜를 일 깨우고, 삶의 현장에서 살아 남는 그러나 명예의 소중함을 본 보여 주시던 스승님들이다. 어떤 분은
학점 때문에 싸우다 정이 들었고, 어 떤 분은 우연히 함께 한 ‘부여 나들이 인연’으로 힘이 되어 주셨다. 다른 분은 사회생활까지 이어지는 각별한 인연으로 명절이면 ‘우리 내외’가 찾아 뵙고, 음식을 나누는 사이이기도 했다. 그리울뿐 어느 한 분인들 잊을 수 있을 것인가.
더욱 더 각별한 그리움이 솟구치는 사연도 있다. 스승님들의 강의실에서 평생 짝이 될‘Miss 강’을 만나 ‘석탑연인’만이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고, 지금은 ‘교우 부부’로 해로하는 복을 누리고 있다. 잔이 넘치는 이 “은총”을 어이 잊을 수 있을까?
오늘의 나와 우리 부부가 있도록 이끌어 주고, 지켜 주신 스승님들께 그리운 ‘한 마음’으로 감사드릴뿐 더 무슨 말씀을 드릴 것인가. 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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