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복요리를 가장 즐기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도 ‘복요리의 수도’로 꼽히는 곳이 관부 연락선으로 유명한 시모노세키다. 일본들이 먹는 복어의 80%가 이곳을 통해 유통된다. 일류 복요리 전문집이 몰려 있는 이 도시는 복 애호가라면 꼭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복어 요리사는 엄격한 교육을 받지만 복요리 문화가 발달된 일본에서도 1년에 몇 명은 복어를 먹다 죽는다. 미량의 복어 독을 요리에 넣으면 혀와 입술을 자극하는데 진짜 복 애호가는 이 맛을 즐긴다. 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어가면 목숨을 잃는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국보급 가부키 배우 반도 미츠고로는 복어 간을 네 접시나 먹다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복어 간 등에 들어 있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물질은 청산가리의 500배에 달하는 독성을 갖고 있다. 여기 중독되면 온몸이 마비되고 폐 기능이 정지돼 질식사하게 된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 이를 고칠 수 있는 해독제는 없으며 인공적으로 호흡시켜 독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복어 독에 중독된 사람은 죽은 사람과 분간이 안 돼 장례식까지 치르고 화장 직전 깨어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사람도 있다.
이토록 위험한 생선이지만 복어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은 없다. 첫째 복어 독에 중독돼 죽는 사람이 거의 없고 또 그토록 작은 위험도 피하고 싶다면 먹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 때 복어요리를 법으로 금지한 적이 있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일설에는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총리가 우연히 복요리를 먹어 보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금지령을 풀었다고 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광우병 괴담이 한창이다.
일부 방송에서는 한국인이 광우병에 특히 잘 걸리는 유전자를 가졌다며 미국산 쇠고기만 들어오면 한국민 전체가 금방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연예인 가운데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주에는 청계천에는 1만여명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요란스런 광우병에 걸려 죽은 한국인은 지금까지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것일까. 정답은 “한 명도 없다”다. 반면 지난 10여년간 복요리를 먹고 죽은 한국인은 30여명에 달한다. 국민 건강이 그렇게 염려된다면 복요리부터 금할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광우병에 걸려 죽은 사람은 극소수다. 1989년 이 병이 처음 발견된 이래 200명 정도가 죽었는데 이 중 163명이 이 병의 근원지인 영국인이다. 이 병 감염위험이 있는 소들이 도살된 후에는 거의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광우병의 온상처럼 돼 있는 미국 쇠고기를 먹고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사실상 한 명도 없다고 봐도 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은 3명뿐인데 모두 영국에 살았거나 방문한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다. 광우병이 그처럼 한국인에게 위험한 질병이라면 수십년째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200만 재미 한인은 지금쯤 다 죽었어야 한다.
사실이 이러한 데도 일부 단체에서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국민 건강 때문이 아니다. 지난번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한 반미좌경 세력들은 이를 세력 만회의 호기로 잡고 한미자유무역협정 파괴와 한미 관계의 이반을 유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 교통사고를 반미 선동의 호재로 삼아 대선 정국을 흔든 재미를 본 이들에게 광우병은 소머리로 포장된 효선 미선양 사건의 재판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값싼 양질의 외국산 쇠고기를 사 먹느냐 마느냐는 국민이 알아서 선택할 일이며 이 권리를 박탈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 축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무역장벽의 온실에 안주하려 하지 말고 일본 고베 쇠고기처럼 고품질로 경쟁하는 길밖에 없다. 논리가 궁한 정치세력이 상투적으로 써먹는 수법이 집단 히스테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더 이상 이런 얕은 수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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