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6일. 일단의 이스라엘 F-15 전폭기들이 시리아 영공을 침공했다. 타겟은 시리아 북부에 있는 한 군사기지. 이스라엘 전폭기들은 목표물을 성공리에 파괴했다.
항상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도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이스라엘이 기습폭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기묘하게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일이 됐다. 이스라엘이 함구했음은 물론이다. 피해 당사자인 시리아도 침묵을 지켰다. 멀리 평양에서만 격한 반응이 있었다.
소문은 그러나 파다했다. 이스라엘 공군기가 핵시설을 파괴했다는 것, 그 시설 건립에 도움을 준 것은 북한이고, 현장에 있던 북한인도 폭격에 사망했다는 등등. 그러나 당사국들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미국도 침묵을 지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리고 7개월이 지난 후 미국은, 그것도 백악관이 직접 북한과 시리아 핵 커넥션을 사실로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 증거를 제시하고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그러자 질문은 한 쪽으로 쏠리고 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그 타이밍에 대해서다.
“당사자인 시리아와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이란도 겨냥해서다.” 미국은 ‘핵 장난을 하는 국가들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또 다른 지적이다. 의회가 수개월 전부터 정보공개를 강력히 요구해 왔고 또 예산문제로 압력을 가함에 따라 공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한 ‘4·8 싱가포르 잠정합의’가 공식문서화 된다고 할 때 예산책정 과정에서 의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거다.
“공화당 매파는 국무부의 북 핵 협상태도에 격분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사실상 미국이 백기를 든 싱가포르 잠정합의에 서명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공화당 안팎의 강경파들이 절박감의 발로에서 시리아 커넥션이 공표되게 조종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잠정합의에서 시리아와의 핵 협력과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인지’한다고만 언급했다. 그 대가가 테러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것이다. 국무부가 주도한 이 잠정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가 일을 꾸몄다는 ‘음모설’을 뉴욕타임스는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꽤나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북 핵 협상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에 대한 부시 행정부 고위층의 신뢰가 전만 못하다.’ ‘힐은 부시와 라이스로부터 모두 버림을 받은 느낌이다.’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말들이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특히 그렇게 들린다.
또 다른 분석은 백악관의 이번 조치는 액면 그대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백악관이 국무부를 제치고 직접 시리아 커넥션을 공표했다. 이는 국무부 협상파에 불만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전적으로 ‘보수 강경파 음모’의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의 수장은 대통령이다. 북-시리아 커넥션 중앙정보국(CIA) 브리핑을 최종 승인하는 곳은 백악관이다. 북 핵 협상도 그렇다. 그 최종 승인이 내려지는 곳도 어디까지나 백악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리아 커넥션을 공표한 후 나온 백악관 성명은 북 핵 해법의 궤도 수정을 예고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들릴 정도다.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라고 천명한 부분이 더욱 그렇다.
핵확산을 해온 ‘전과자 북한’에 어물어물 면죄부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싱가포르 잠정합의’의 틀 자체부터 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시사로도 해석된다.
왜 이처럼 백악관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게 됐나. ‘싱가포르 잠정합의 직후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문제 전문가인 도널드 커크의 주장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싱가포르 잠정합의에 강한 유보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임시방편으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경고를 함으로써 북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알렸다. 그러자 부시 역시 북핵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시리아 커넥션을 공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두 정상의 솔직한 교감이 부시로 하여금 북핵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했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정상회담을 통해 ‘돌아온 맹방 한국’을 새삼 발견,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부시는 다시 강경자세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맞는 관측일까. 어쨌거나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심기만 불편하게 됐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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