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얘기해 두지만 뉴스타부동산 그룹의 성공, 혹은 ‘매출 30억 달러의 신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하여 미국 전국토의 한인사회의 경제성장과 연관성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LA 한인커뮤니티가 급속히 성장하고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나는 우연히도 그 성장의 시대가 막 시작되는 지점에서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는 일을 하게 됐다.
나는 ‘센추리21’ 프랜차이즈 소속의 어바인 오피스에 들어갔다. ‘센추리 21’은 1988년 당시는 물론이고 2006년 현재까지도 미국의 메이저 부동산중개회사로, 당시 나로서는 하늘같은 회사였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그 오피스는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다. 낯설음이라고 할까? 아니면 뭔지 모를 배타적인 의식이라고나 할까? 부동산 세일즈 퍼슨, 즉 에이전트는 통상 독립적인 위치에서 자기 능력껏 비즈니스를 하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어쩐지 내 맘에 안 들었다.
그리하여 1주일 만에 그레이트 웨스턴(Great Western)이라는 회사 소속의 헌팅턴비치 오피스로 자리를 옮겼다. 바로 이곳이 내 부동산 인생의 실질적인 출발지였다.
처음부터 한국계 부동산회사를 택할 수도 있었으나 당시 한국계 부동산회사는 소규모였다. 기왕에 시작한 부동산업이라면 영세한 한국계보다는 미국 주류사회의 좀 더 큰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일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레이트 웨스턴사는 안성맞춤이었다. 미국 굴지의 금융 및 부동산회사로 남부 캘리포니아에만 1백여 개의 부동산 오피스와 50여 개의 자체 은행을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데에 그만인 회사였다.
무엇보다 자체 은행을 통해 부동산 융자를 쉽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은 한국계나 다른 군소 부동산회사에 없는 강점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2개월, 한국계 부동산회사로 옮기면서 세일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부동산(주택)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팔고자 한다면, 일단 부동산중개 에이전트에게 팔아달라고 의뢰를 해야 한다. 일종의 고용계약(리스팅)인데, 통상 ‘리스팅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제도적으로 개인과 개인간에는 거래를 할 수가 있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은 대개 은행에 담보가 설정돼 있다. 미국에서 현금을 100% 지불하고 집을 사는 일은 거의 없다. 현금이 있다면 다른 데에 쓰고 은행에서 적당한 자금을 대출받아 구입한다. 이것이 나와 같이 부동산 거래를 통해 먹고사는 중개업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주택에 걸려 있는 융자 문제, 기타 담보 문제 때문에 주택의 소유권자는 거의 자격증을 가진 브로커(에이전트)에게 집을 팔아달라고 의뢰를 하는 것이다. 이때 소유권자는 이 주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상세히 알려준다. 이 집에 도둑이 든 일이 있었는지, 사람이 죽었는지 건축할 때 보온재로 석면을 썼는지, 집 주위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 물이나 습기가 있어서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가 서식하는지 심지어는 인체에 해롭다고 결론이 난 수십 년 전의 페인트가 어디에 칠해져 있는지 등 주택의 품질에 관련된 사항이라면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면 에이전트는 이 자료와 주택 감정평가사의 감정, 주변 시세, 향후의 전망 등 여러 조건을 따져 가격을 산정하여 판매하게 된다. 이때 주택 가격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책정된다. 한국에서는 집을 파는 사람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미국에서는 에이전트에 의해 가격이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아파트 단지 부녀회에서 하는 ‘얼마 이하로 집을 내놓지 말자’는 식의 가격담합 같은 것도 그래서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다. Anti-Trust 법에 의해서 금지된다. 부동산 에이전트 몇명이 모여서 우리 커미션 얼마를 받자거나 얼마 이하에는 받지 말자고 해도 법에 저촉된다.
에이전트가 책정하는 가격의 적정성은 부동산중개 수수료 제도에서 쉽게 확인이 된다. 그 단적인 예가 대개 집주인한테만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집을 새로 사서 오는 사람의 경우는 은행 융자를 비롯해서 집을 단장하고 가구를 새로 들이는 등 돈이 들어갈 데가 많다. 집을 사느라고 이미 지출을 많이 했으므로 수수료는 내지 않아도 되고, 대신 집을 팔아서 목돈을 챙긴 사람은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거의 한쪽에서만 받으므로 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통상 매매 가격의 6%를 받는다. 한국에서라면 놀라 자빠질 만큼 큰 액수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짜리 집일 경우 6만 달러, 즉 10억원짜리 집을 팔아주고 6천만 원을 챙긴다. 1%만 받아도 부당하다고 난리를 치는 한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수료다. 토지나 사업체의 경우는 10%에서 많게는 12%까지도 받는다. 가히 부동산업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동산 커미션을 받아서 부동산 재벌이 탄생하는 일이 없다는 것은 이 제도가 어느 정도 공평하다는 것이다. 수백년이 흘러오면서 그 정도는 받아야 4식구가 생활할 수 있다는 합리적 근거에서 결정되어진 것이라면 한국의 부동산 업계는 너무 불합리한 것이 아닌지?
당연히 리스팅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에이전트의 능력이다. 그런데 이것은 의뢰를 받은 집을 소유자가 만족할 만한 가격에 잘 팔아주는 능력과 직결된다. 좋은 값을 받으면 에이전트 자신의 수입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평가가 축적되어 더 많은 리스팅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나는 강점이 있었다. 메인테넌스 경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주택의 상태를 나만큼 잘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다. 게다가 나는 ‘청소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내 손을 거치면 집값이 올라가게 돼 있었고,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더 잘 팔렸다. 감히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주택 거래에 있어서만은 처음부터 생존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있는 부동산 세일즈 퍼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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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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