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이면서 시인인 주경로가 첫 번 장편소설 ‘우리들의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으면서 가슴속에 잔잔한 물결 이상으로 감동을 일으키게 된 것은 이민 오기 전 1960년대를 살았던 조국의 투쟁하는 삶의 모습을 경험한 것이 떠올렸기 때문인 듯하다. 아니, 대한민국의 건국을 거쳐 가난함을 극복하고자 몸부림치는 산업화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배경은 상이하지만 삶을 받아들이는 심정은 같은 두 사람의 주인공이 겪는 생활의 여정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음인지 모르겠다.
한국의 산업화는 월남전이라고 하는 전쟁으로 인하여 성취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 주장은 경제개발이론 이전에 논의되는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얼마만이나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던 월남전의 전사자들이나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이 현재의 우리들이 잊어버리고 있음직한 책임 같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고 있다.
서울의 괜찮은 가정을 배경으로 살아 온 박혁수는 ROTC 과정을 거쳐 장교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의 힘으로 월남전 차출에서 제외되고 자기 대신으로 월남 전선에 가야하는 동료 장교들에 대한 자괴감에 괴로워하다가 자원해 최전선에 투입된다. 다른 주인공인 김인철이라는 청년은 시골 벽촌에서 가난으로 어렵게 생존해오다가 동내 상이군인 가정의 괜찮은 형편을 보고 군에 가는 것이 어려운 집안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체검사 합격도 사정해서 받아 졸병으로 군복부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자기의 능력으로는 월남전에 자원하는 것이 자기나 가정에 좋을 것 같아 월남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박혁수와 김인철은 가정 배경이 다르고 자기들이 갖고 있는 학력과 신분이 상이하지만 한 사람은 양심의 자괴감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가정의 경제적인 안정 때문에 누구나 가기를 싫어하는 월남전에 참전하는 심정은 너무나 순수하여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묻어버리고 싶고 배척하기까지 하고픈 인간보편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의 중심 테마라 할 수 있겠다.
산업화시대 중반까지 군대생활도 하고 살다가 미국유학을 온 나의 추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뚜렷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유치하기까지 여겨지는 그 당시 한국민의 바람은 한국 내에 살고 있거나 외국에 살고 있거나 산업화시대를 겪어온 세대에게는 눈물겨운 꿈이었음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박혁수와 김인철은 산업화시대의 한국인 것이다.
두 주인공은 같은 소대에 배치되어 최전방 격전지에서 만나게 되고, 둘 다 부상을 당해 월남전쟁의 특수한 후유증인 고엽제의 피해로 박혁수는 절름발이와 아들 유산을 하게 되고, 김인철은 육신에 심한 피부병을 않게 된다. 김인철의 아들이 동네친구의 월남 부인의 소개로 월남 여자와 결혼하게 되어 박혁수 가정과 월남군인 병동에서 자기를 애인처럼 기독교의 사랑으로 극진히 간호해 준 간호장교와 함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인천공항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한다.
주경로의 ‘우리들의 교향곡’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지만 그 당시 상황전개에 따라 두 주인공이 간직하게 되는 상세한 심리변화를 십분 묘사함으로써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산업화시대 한국민이면 누구나 품고 있던 인간보편적인 가치와 눈물겨운 끔을 잘 이야기한 것이 이 소설의 절묘이다. 그리고 작가가 군인출신이어서인지 모르지만 월남전선에서의 작전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그의 깊은 연구를 말해주고, 월남전에 참전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전투에 임하는 실감을 느끼게 해 주어 소설의 박진감을 더 해 준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두 주인공의 절박한 심경변화를 환상이라든지 꿈을 동원하여 좀 더 박진감있고 상세하게 설명했으면 하는 것과, 두 주인공과 관련된 사건들이 더 많이 복잡하게 전개되었으면 작가가 의도했던 인간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주제가 감명 깊게 표출됐을 것 같은 여김이 있다.
‘우리들의 교향곡’은 산업화를 살았던 한국민에게나 그 후손들에게나 우리들이 어찌할 수 없이 살아오며 겪었던 삶의 교향곡이기에 1세대 한인교포나 1.5세대, 2세대, 3세대에게도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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