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 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
무슨 일이건 “마감날은 사정없이 빨리 다가오고 월급날은 너무나 더디 온다” 이에 더하여 “불청객은 언제나 월급 바로 전 날 찾아온다”라는 것이 필자가 우리네 삶에서 얻은 경험이다. 금년의 미국 소득세 보고 마감날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제출해야 되는 세금이지만 해마다 당하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해 4월 15일 오후 4시경 부인 한 사람이 우체국에 전화를 하였다. “아직도 세금보고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까?”라고. 우체국 직원의 답을 듣고 다시 물었다. “그럼 필요한 서류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요?”상대성 원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요, 천재인 아인슈타인 박사도 “미국의 세금보고는 너무나 복잡하여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할 만큼 까다롭고 어렵다. 하기야 이처럼 어렵기 때문에 공인회계사나 세금보고서 작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미국 출생이지만 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시인이요, 극작가이며, 194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엘리어트(T.S. Eliot, 1888~1965)는 그의 시 ‘황무지’의 첫 줄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
2007년 미국의 연방 소득세 보고에 필요한 설명서는(실종 또는 납치된 어린이와 성인들의 사진을 포함하여) 120페이지로 되어 있으며, 표준양식 1040호를 작성하는데 평균 33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무려 1억3,300만이나 되는 납세자가 마감날이 가까울수록 모두가 진땀을 흘린다.
거의 1세기 전에 제정된 세법이지만 지금은 연방 소득세의 세금 규제는 무려 6만7,506페이지이며, 총 280만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필자의 관찰을 추가한다면 “선거에 입후보로 출마한 정치가들의 광고는 유권자를 바보로 다루고, 미국 국세청은 납세자를 수학적 천재로 취급하고
있다”고 하고 싶다.
누가 당선되던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을 비롯하여 불법 이민자, 국민의료보험, 계속되는 물가상승 등에 이어 연방정부의 재정적 적자와 누적되고 있는 9조 달러를 초과한 국채문제, 부시대통령이 시작한 세금 삭감의 연장 여부 등등 골치아픈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공화당에서는 세금 감소가 부유층을 위주로 했기에 만약 민주당이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면 중산층의 세금 감소를 어떻게 추진하느냐 하는 문제도 간단하지가 않다.
지금 현재로 연방 소득세는 6단계로 된 누진세(Progressive tax)로 기본 공제를 한 후 과세 대상의 소득(Texable Income)이 적게는 10%에서 시작하여 소득 액수에 따라서 15%, 25%, 28%, 33%, 35%로 되어 있다.
미국인들은 선거할 때 정견발표에서 ‘감세’가 투표 수를 올리는데 도움을 받을 만큼 세금이 높다고 평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납세를 비교한다면 불평할 조건이 못된다. 즉 스웨덴에서 정부의 총 세입이 국내총생산(GDP)에 비추어 보면 50%나 된다. 물론 사회복지로 소득의 재분배가 가장 뛰어난 나라이기 때문에 빈부의 차이가 훨씬 적다. 덴마크도 스웨덴 만큼 높다.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와 이태리가 거의 43% 정도, 영국과 독일이 35%, 미국, 일본, 한국이 평균 25% 정도이다.
어느 나라이건 택시 기사와 세관 관리를 보면 정직성(또는 부패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성서에도 세리는 별로 친근할 수 없는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령하였을 때 군인이나 통치자 보다 세리를 앞세우면 정치하기에 편리하다는 말이 있다. 보온(Bill Vaughan)은 “세리들이여, 가난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길지어다. 당신네들이 많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라고 하였다. 정치가들이 새로운 세법을 만드는 이유는 다음 선거에서 생색을 내기 위함이라고 비꼰 표현도 있다.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한다고 하였지만 상속세와 부수된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평한다.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가 없다. 분명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그러기에 하늘도 눈물을 흘리는가 보다. 미국에서 4월에 왜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지 그 이유를 알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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