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주택 슬럼프가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 없으며 금융 시장 역시 쉽게 안정될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주택 거래나 모기지 융자 등 모든 것들이 ‘자산 가치에 대한 평가’에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주택가치의 하락은 모든 것을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고 시장의 패닉을 장기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모기지 연체와 주택압류(Foreclosure) 역시 따지고 보면 주택가격의 하락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 연체와 주택 압류가 크게 늘어나도록 만든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때문이라 생각한다. 각종 착취적인 융자 조건과 급상승하는 이자율로 인해 모기지 상환 능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주범(主犯)으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근 취급되어진 신종(新種) 모기지의 일종으로 2007년말 현재 이자율이 재조정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둘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초기 이자율(초기 일정 기간 동안만 적용되는 이자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설령 이자율이 재조정되더라도 종전에 비해 상환 부담이 급등하지 않으며 또한 지난여름 이후 단기 금리의 인하에 따라 오히려 이자율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임.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 이자율 때문이라기보다는 주택가격의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
최근 들어 프라임 모기지(우량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모기지가 우량 또는 비우량이든 간에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할수록 모기지 연체와 주택 압류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주택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주택 및 모기지시장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일상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예를 들어 주택가격의 하락은 주택소유자들의 재산이 감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주택 내재자산(에퀴티: 주택가격-융자금액)이 줄어들면 주택담보대출, 즉 홈에퀴티융자나 캐쉬아웃 재융자 등을 통해 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된다.
최근 대부분의 융자 은행들이 홈에퀴티 융자(2차모기지를 통한 주택담보대출)를 극히 꺼려하며 이미 제공했던 홈에퀴티 융자도 가급적 중단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사람이 건강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몸의 순환기능이 잘 유지돼야 하듯이 경제 활동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금(돈)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기업이나 개인이 융자를 제대로 얻을 수 없게 될 경우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이에 따라 결국 돈을 빌리는 사람이건 안 빌리는 사람이건 모든 사람이 경기 침체(Recession)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주택가격의 하락은 융자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를 야기시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또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한다. 현재 연방은행(Federal Reserve)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시키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의 통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이는 최근 개솔린이나 식료품, 각종 생필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개솔린이나 식료품비 같은 것들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세금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용 소득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되므로 빠듯하게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으로 남게 된다.
최근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하락하고 가계 소비 역시 눈에 뜨이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가계 대출에 관련된 연체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들이 바로 이러한 어려움을 반증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중순 이후 주택경기가 둔화되는 현상을 나타내자 대부분의 주택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일시적인 조정 국면을 거치는 것으로 주택시장은 결국 안착될 것이며 미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과 달리 주택버블의 붕괴는 주택가격 붕괴를 야기시켰고, 결국 모기지 부실화와 주택압류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신용경색(Credit Crunch)과 경기침체라는 걷잡을 수 없는 몰락의 늪으로 급속도로 빠져들도록 하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찾아왔는데 미국 경제는 오히려 추운 겨울 속으로 역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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