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한국의 청소년 과반수가 자국에서 다시 태어나기 싫다고 했다는 내용이 한국의 청소년정책연구위원회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나왔다. 한국을 찾았던 동포 2세들이 전하는 분위기와 너무나 상반돼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사이는 한인 2세들이 잘 사는 나라 한국을 보겠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엘 많이 다녀온다. 그런데 갔다 와서는 한결같이 “무언가 모르게 불편했다”는 말들을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은 남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간 2세들이 그곳에서 영어만 좀 써도 그 곳의 아이들은 마치 원숭이 쳐다보듯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면 우선 “I understand”부터 습관적으로 나오는 미국인들과는 너무 상이하더라는 불평이다. 저희들은 영어를 하겠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왜 영어를 잘 하는 동족의 청소년이 가면 그런 눈초리로 보는 것일까? 어른들은 또 만나면 다짜고짜 “너 한국 놈이지, 그런데 한국말도 모르냐?” 하기가 일쑤라고 한다. 그때마다 한 한인 청소년은 “당신은 한국인이면서 왜 세계 공통어인 영어도 못하는 가” 하고 그냥 쏘아주고 싶더라고 했다.
그렇게 잘 살면서 왜 남을 이해하려는 습성은 그렇게 부족한 것일까?
한국정부나 사회단체가 이따금 언론이나 방송에서 과장된 광고에 대해 단속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솔직히 한국정부에서 하는 광고가 좀 과장된 느낌이다. 국민소득 1년에 몇 만 달러이다, 또 세계 경제 12권에 들어간다 하는데 이는 좀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닐까.
한국은 전체국민의 약 5%가 나라의 경제를 다 주무르고 있다. 나머지 95%는 거의가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이 선진국대열에 들어가고 세계 10위권에 들어 잘사는 나라인가. 한국은 지금도 몇몇 재벌기업을 대신해서 내놓고 떠드는 것이지 실제로는 한국 전체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잘 사는 한국 사람들이 경제호황 속에서 정말 잘 사는가? 묘하게도 한국에서 잘 산다고 떠벌리는 사람들이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언제 명퇴하느냐, 조퇴하느냐, 아니면 해고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 매일 숨 가쁘게 지낸다. 그래서 한국의 직장인들이 알고 보면 모두 기가 막힌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나 국가들이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또 유난히 남을 의식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해서든 남한테 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우선 빚이라도 얻어서 살려고들 애를 쓴다. 명품도 사야 되고 크레딧 카드라도 긁어서 남에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채운다. 한국 드라마를 보아도 “오늘은 내가 낼께” 하고 크레딧 카드를 내놨는데 카드가 정지당했다고 하니 당황해서 “우리 남편이 벌써 다 썼나?” 하고 다른 카드를 또 내놓으니 “이것도 정지네요” 하자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잘 산다는 사람들이 그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생활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여자들은 할 일이 없어도 밖에 나가 툭하면 미장원에 가서 머리하고 친구들과 고급식당에 들러 수다들을 많이 떤다. 미국에서 사는 동포 여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그럴 여유도 있지만 특별한 볼일 없이는 미장원이고 식당에고 잘 가지 않는다. 퇴근길, 허기진 배를 안고 대부분 그냥 지나간다. 왜 동포 여자들도 멋을 부릴 줄 모르고 맛있는 음식을 분위기 있는 곳에서 먹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집에 가서 식구들과 함께 먹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여기 동포들은 ‘행복이 무엇인가’ 아는 사람들이다. 한국인들은 외형으로는 잘 사는 것 같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속은 빚쟁이요, 겉은 행복이 물 건너간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그들의 눈에 부모들은 노역으로 허리가 굽도록 시달리게 보이지만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가 가르쳐주는 부모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물론 어느 사회에서도 불량아는 있겠지만 그러나 대부분은 부모에 대해 깊이 생각할 줄 알고 되도록이면 도우려고 하는 건전한 아이들이다.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핸드폰을 들고 다녀야 하는 한국의 사정과 대학생이 되도 핸드폰에 상관없이 학교를 잘 다니는 이 곳 미국의 청소년들과는 글쎄, 경제의 차이일까, 의식의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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