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느껴지고, 보이고 있고, 불황이라고 말들을 하고 있으니, 불황이 틀림없다. 정확하게는 불황(depression)이라기보다는 경기후퇴(recession)를 의미하지만, 경기후퇴는 경제규모가 축소되는 것을 뜻하므로, 국내총생산(GDP)이 늘지 않고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GDP는 2007년 말까지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 성장률이 줄어드는 경기둔화(slowdown)였다. 그러나 2008년 1·4분기에서는 GDP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다. 지난 2001년 이후 경기후퇴인 것이다.
경기가 후퇴, 회복, 호황의 순환을 그리는 것은 나일강이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일강의 홍수를 통제하듯이, 경기상태도 조절하지만, 그러하다고 우리가 그 원인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나일강 홍수의 원인도 다 아는 것이 아니라는데 경기변동의 경우는 더 심하다. 더구나 요사이 경제 상태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나일강의 홍수뿐만 아니라 새로운 황하의 범람을 걱정하여야 한다.
미국 경제도 주기적으로 경기후퇴 현상을 보여 왔다. 그런데 이런 경기후퇴들과 달리 최근 2001년 후퇴는 한 특징을 나타냈다. 고용은 경기가 후퇴하기 전 먼저 감소한다. 그리고 경기 회복과 동시에 고용증가가 이루어진다. 2001년 후퇴에서도 총고용은 이런 현상을 나타냈다. 그런데 증가 추세를 보이는 총고용 숫자중 제조업 고용이 2001년 경기후퇴 이후 회복되지 않고(그전까지의 경기후퇴와 달리) 지금까지 감소 추세이다.
미국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줄고, 금융, 정보, 서비스 분야의 고용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미국경제의 장기 추세는 그 전 경기후퇴기에도 적용되었다고 보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더욱 심화된 미국 제조업부문의 생산성 증가와 세계화 전략에 따른 제조부문 고용수요 감소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고용 분야에서는 지난 2001년 후퇴 이후 부동산 관련 부문 고용증가가 괄목하다.
미국경제는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말까지 91년 단기 경기후퇴를 제외하고는 경기침체 없이 호황을 누렸다. 전 연방은행 의장 그린스팬의 공으로 평가되어진다. 70년대, 80년대에는 1970년 경기후퇴, 1974~75년 경기후퇴(침체), 1980년 경기후퇴, 그리고 1982~83년 경기침체를 보였던 미국경제였기 때문이다.
저이자율정책을 통한 신용창출이 생산부문에 유입되어 경제 활성화를 이루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고용은 증가되어 왔으나 다행히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았다. 이 또한 경제성장에 적절한 신용창출을 조절한 통화정책으로 보인다.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통화안정론자인 고 프리드먼은 과도한 신용창출의 효과는 2년 정도에 그 후유증(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보인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투자활성화가 이루어진 인터넷 부문에 대한 투자 효율성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2000년대에 진입하여서도 저이자율을 통한 신용창출 정책 기조는 유지되었다. 다만 2000년대 창출된 신용유입은 생산부문이 아니라 부동산 부문이 주종을 이루었다. 지난90년대에도 주택부문 투자가 괄목하게 증가하였으나 2001년 말부터는 급증하였다 (2006년 초부터 격감하였지만). 2001년 경기회복 후에도 제조업부문의 고용이 늘지 않는 이유이다.
기름 값 급등, 최저 임금인상 등 ‘상대가격’변동에 묻힌 인상이지만 도사리고 있었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연 3% 수준 인플레이션이 벌써 2007년에 5%에 근접하였다. 앞으로는 년 7%를 넘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일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주택가격 등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막는 ‘anti-deflation’ 효과는 있다.
미국경제의 근본점인 문제점은 낮은 저축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 소득의 7% 저축률로 이미 낮은 미국인의 저축성향은 21세기에 진입해서는 2% 이하로 더 하락하여 ‘마이너스’ 저축률을 보이기도 한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 캠페인, 그 동전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생활수준이 장기적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우울한 통계이다. 외국으로부터의 풍부한 자본 유입이 이루어져 미국의 부족한 저축을 보충해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좋은데… 미국이 생산부문에서 그만한 매력을 제공하는지, 의문이다.
정요진
경영학박사·USC BEN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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