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사고방식 강요 위험
인격존중이 자녀교육의 시작
독자 중에는 야구선수로 출발해서 평생 야구에 몸담아 오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 얘기는 애교로 생각하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필자가 가주대학 재학시절에 교환학생의 일원으로 일본을 여행중, 텐리라는 시를 찾아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마침 자유 시간에 몸이나 풀자고 근처 운동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 야구장이 있었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야구연습을 하고 있었다.
마침 잘 됐다하고 가서 같이 놀아도 되냐고 물었더니 서로 씩 웃으며 우리의 요구에 응해 오는 것이었다. 우리 쪽은 대학생들, 그 쪽은 고등학생들이라 자신 있게 시합을 하자고 했고 그들은 우리에게 먼저 공격을 하라고 했다.
미국에서 자란 한창 힘 좋은 청년들이였으니까 간단히 몸을 풀고 공격에 나섰는데 첫 회에서 두 명의 우리 타자들이 보기 좋게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겁먹고 아무도 안 나서는 것을 내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용감하게 나섰는데 평생 보지 못한 날카로운 공 맛을 보고 말았다.
다른 학생들도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아서 시합도 흐지부지 중단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곳은 야구의 명문고가 있는 곳으로 당시 전국 춘기 고교대항 야구대회에 입상한 학교가 있는 곳이었다. 그 학생들이 그 고등학교의 선수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수들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몸소 체험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전국 야구대회 우승팀이라고 할지라도 고등학생의 수준이 그런 정도인데 과연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공들은 어떨까?
박찬호 선수가 전성기 때 98마일까지 던지던 시절, 불펜에서 시합 전에 몸을 푸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본적이 있다. 그 긴 거리가 짧아 보일 정도로 공에 위력이 서려 있었고,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마지막으로 불펜의 문까지 열어놓고 규정보다 약 두 배는 될 만한 거리에서 던지는데도 포물선이 아니라 같은 직선으로 날아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전문가 아니면 받기조차도 힘든 공이 너클 볼이라고 한다. 공의 회전이 하나도 없어 타자 근처의 바람의 여부에 따라 맘대로 춤을 추기 때문이다.
타미 라소다가 다저스의 감독이었을 때다.
쌩쌩한 선수들에게 너클볼 투수인 드라이프스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받을 수 있다고 라소다 감독이 내기를 걸었지만, 선수들은 10개 던진 중 4개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감독을 말을 믿지 않고 모두 못 받는다는 쪽에 걸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라소다 감독은 4개 이상을 떨어뜨리지 않고 받아서 내기에 이겼다. 그것은 한참 선발자리를 놓고 감독에게 잘 보여야만 하는 드라이프스에게 라소다 감독이 미리 압력을 넣어 놓았기 때문이지 정말 시합처럼 던지면 결코 하나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LA타임스 기자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학부모 칼럼에 왜 난데없이 야구공 얘기를…?”하고 의아해 할지 모를 테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각 나라마다 국민성이 있는데 일본이 날카롭게 구석에서 구석으로 송곳 끝 같이 꽂아 넣는 직구 같다고 하면, 미국은 스몰츠나 클레멘스의 스필릿 핑거에서 내어 뿜는 강속구에 비유할 수 있겠고, 한국은 바로 이리저리 바람에 불리면서도 오히려 이런 바람을 타고 즉각 적응해 나가는 너클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무슨 원리나 주장에 구속받지 않고 그때 그때 탈출구를 찾아내는 놀라운 국민성! 이런 국민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국 남자들이 모이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군대 얘기로, 그 이유는 이 군대생활이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고, 또 90% 이상의 한국 남자들이 공유하는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군생활로 단체생활과 위계질서를 배우고 체력도 단련하여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억지도 함께 배우기 때문이 아닐까?
군대 체험담을 듣다보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무지막지한 얘기들도 많다.
어떤 사람은 태권도 2단의 강인한 체격인데도 불구하고 포병 근무중 기압을 받다가 다친 허리가 평생 고통을 준 예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사단장이 온다고 지나가는 길에 꼭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상부명령에 다른 곳의 나무를 캐 심었다가 사단장이 지나간 뒤 다시 제자리로 옮겨 심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도 들었다.
억지라도 상관의 명령이라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것이 군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 그대로 자녀들을 대하면 어떨까?
미국은 순리를 존중하고 법아래 만인이 평등하다고 믿는 나라인데 이런 방식은 미국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적응하기 힘든 과제일 것이다. 물론 강요당하면 어느 정도는 쫓아올 수도 있겠지만 다른 아이들과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니 깊이 고려해야 할 자세인 것 같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지켜 나갈 때 국가의 체계가 잡히고, 이런 먼 안목으로 봤기 때문에 미국이 오늘날과 같은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13)210-3466
www.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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