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경제조사기관의 발표와 체감경기가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요즘이 특히 그렇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침체에 들어갔다는 확실성이 아직 없는데 주택경기나 소비경기 등 일상 현실에서는 쉽게 어려움을 목격할 수 있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감이 생기는 이유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시간차다. 대부분의 정부지표는 자료수집과 통계처리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다보니 대개 현실보다 뒤늦게 된다. 특히 변화가 심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몇달 전의 지표가 갖는 의미가 많이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이 시차에 따른 괴리감이 거의 없는 지표로 소비자 신뢰지수가 있다. TNS라는 세계최대의 조사기관이 매달 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1985년을 기준시점으로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상대적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권위있는 조사로 인정받고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사업여건과 고용여건 면에서 현재의 상황과 향후 6개월에 대한 전망의 두분야로 나뉘는데 전자를 현상황지수(Present Situation Index)라 하고 후자를 기대지수(Expectations Index)라고 부른다.
이 소비자신뢰지수가 체감경기에 대한 현실성이 높은 이유는 그 조사빈도가 매달이라 자주 있고 그 발표 또한 거의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여타 지표들이 갖는 시간차의 한계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소비자 신뢰지수는 매달매달의 변동성이 심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면 심한 심리적 요동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트리나태풍 같은 사건 때 신뢰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바로 다음 달 빠른 회복을 한 경우가 좋은 예이다.
따라서 소비자 신뢰지수는 한 두달의 변동보다 몇개월에 걸친 추세가 중요하며 변동폭이 클수록 의미가 있다.
3월 18일로 마감된 3월의 소비자신뢰지수가 그 전 두달의 대폭 하락에 이어 다시 크게 떨어진 64.5를 기록함으로써 2003년 3월 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가뜩이나 불안한 미 경제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현상황지수와 기대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특히 기대지수는 47.9까지 떨어져 원유 금수조치와 닉슨 대통령의 하야사건이 있었던 1973년 12월 이후 3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앞으로 미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꺾고 있다.
이러한 하락세는 작년 7월 이후부터 이어져온데다 그 하락폭도 110정도에서 64대까지 거의 반이 떨어져 추세와 폭 양면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경제는 심각하게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의 소비자 신뢰지수를 측정한다면 미국 전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인경제는 미국 전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산업이 단순하기 때문에 부동산 의존도가 높고 따라서 부동산 침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 과정으로 한인경제가 침체를 넘어서는 것도 미전체보다 느릴 가능성이 높다. 보완경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제를 대체할 산업이 나오는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인경제가 인식해야하는 상황은 미 전체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간 지금 한인경제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회복 또한 더딜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90년대 초와 이번의 두번에 걸친 부동산 사이클을 겪으면서 아직 산업의 다변화가 덜 되어있는 현실을 절감한다. 역사가 짧고 규모가 적다보니 당연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훨씬 심한 체감경기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난 90년대의 시련을 겪고나서 한인경제가 더 커지고 다양화해지는 성숙을 이루었듯 이번 시련도 우리사회를 더 심화시킬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계기는 우리경제를 다변화하고 경쟁력있게 만드는 재편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재편은 변화다. 사업을 바꾸고 다양화하는 근본적 변화에서부터 효율성을 올리기위한 감원이나 비용절감 그리고 새로운 기술습득 등 사업주와 직장인들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이 어려움의 소용돌이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그러면서도 더 큰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렇게 경제는 커가는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의지가 필요한 시기이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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