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내 오픈하는 고급 호텔형 사설 캠핑장
‘엘 캐피탄’에 간다고 하면 대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산을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샌타바바라 인근에 자리한 ‘엘 캐피탄 캐년’은 한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과도 같은 여행지이다. 울창한 산림 속에 자리한 엘 캐피탄 캐년(El Capitan Canyon)의 친환경적 리조트는 캠핑을 귀찮게 생각하거나, 캠핑 시도를 전혀 해보지 않은 캠핑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딱 안성맞춤인 곳이다. 반은 캠핑, 반은 호텔에 묵는 기분이 들기 때문.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 시시각각 풀벌레 우는 소리, 저녁에는 개구리가 ‘개굴개굴~’, 부엉이가 ‘부엉부엉’~. 그야말로 도시를 떠나 자연과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주말 짧은 부활절 방학을 이용해 친구들과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2박3일 일정으로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캐년 내 위치한 라마 농장으로 가는 하이킹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엘 캐피탄 캐년은
엘 캐피탄 캐년은 1년 내내 오픈 하는 고급 호텔형 사설 캠핑장이다. ‘럭서리 캠핑’을 하면서 계곡과 바닷가를 함께 즐기며 깨끗하면서 안전하고 호젓한 분위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엘 캐피탄 크릭을 둘러싸고 있으며 엘 캐피탄 주립해변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또한 로스 파드레스 내셔널 포레스트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이다. LA에서 출발하면 101번 노스를 타고 가다가 내리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샌타바버라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LA에서는 2시간 정도 운전하면 도달한다.
자동차 프리 존 캐년으로 8가지 종류의 캐빈과 텐트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고급 호텔급에서부터 야영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텐트까지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숲 속의 통나무집 캐빈은 그야말로 가족적인 분위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텐트라고 해도 일반 텐트가 아닌 텐트형 숙박시설이다. 캔버스 사파리 텐트(canvas safari tents)는 가로 12인치 세로 14인치 규모의 나무 바닥 위에 철제 프레임 위에 대형 천막형 텐트가 쳐진 형태로 안에는 손으로 만든 인디언풍 침대와 가구가 놓여 있고 침실 세트와 타월, 조명 등이 구비돼 있다. 또한 캐빈 중에서 크릭사이드 킹 캐빈은 킹사이즈 베드에 파이어 플레이스, 샤워와 욕조를 갖춘 화장실, 전자레인지와 싱크대가 있는 미니 부엌까지 갖추었다.
방문객들이 직접 캠핑 텐트와 도구를 들고 와서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프사이트도 있으며 RV 이용객을 위한 RV 캠핑장도 있다.
주소: 11560 Calle Real, Santa Barbara,
CA 93117
문의: (866)352-2729
www.elcapitancanyon.com
네 가정 총 9명… OC 출발 3시간만에 숙소로
우리가 묶은 캐빈은 캐년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한 가장 큰 캐빈이었다. 떠나는 날 캐빈 앞에서 4가족이 모두 함께 포즈를 취했다.
첫째 날
방학이 시작되는 날 오전수업이 끝나는 대로 딸 아이를 픽업해 바로 출발했다. 네 가정이 떠났지만 2명의 남편들은 일 때문에 함께 가지 못했고, 1명은 이미 한국에 출타한 상황. 엄마는 4명, 아빠는 1명, 여자아이 3명, 남자아이 1명으로 총 어른 5명에 아이 4명이 2팀으로 나눠 출발했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나는 LA에서 다른 친구를 픽업해 오후에야 출발했다. 오전부터 출발한 다른 팀은 이미 샌타바바라에 도착, 시청 등 다운타운을 둘러보고 엘 캐피탄 캐년으로 향했다.
101번 도로는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1번 하이웨이와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특히 요새는 야생화 시즌이라 파피와 들국화를 비롯해 이름 모를 꽃들이 보여주는 풍광도 정말 멋졌다. 오렌지카운티에서 바로 떠나도 트래픽 없이 약 3시간 정도 잡으면 엘 캐피탄 캐년에 도착한다.
아침 일찍 여행을 출발하는 경우 샌타바버라 다운타운 표지판을 보고 인근에서 내려서 점심도 먹고 샌타바버라 투어를 하는 것도 좋다. 숙소는 오후 4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기 때문.
오후 5시 정도에 도착해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우리가 묵게 된 곳은 리조트에서 가장 끝에 있는 메도우 크릭. 입구에서 자동차 안내인이 숙소까지 안내해 준다. 크릭사이드 킹 캐빈으로 킹 베드가 있는 방, 거실과 부엌, 2층 로프트가 있는 널찍하고 아담한 통나무 캐빈을 숙소로 삼게 됐다.
2층 로프트는 누우면 바로 천장이 가까이에 있지만 트윈 사이즈의 매트리스가 3개나 있어 아이들의 잠자는 숙소이자 놀이터로 삼기에 충분했다. 통나무 캐빈 자체는 한국의 통나무 콘도의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다.
이날은 간단하게 짐을 풀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계곡도 구경하고, 마켓도 구경했다. 차에서 짐을 내리자마자 지정된 장소에 차를 주차해 놓고는 자전거를 갖고 온 사람들은 숲을 구경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어린이들은 스쿠터를 타기도 했다.
다만 계곡이라선지 날파리 떼가 기승을 부렸다. 아침과 저녁 늦게는 괜찮지만 오전에는 물가 주변은 날파리 천지다. 3월이라 높은 온도는 74~76도, 낮은 온도는 45도 선. 여름에는 날파리, 벌레, 모기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됐다.
엘 캐피탄 캐년 내 캐년 마켓으로 가는 계곡에 설치된 나무 다리.
라마 보고 하이킹하고… 동심들 신바람
둘째 날
이날 모든 여행 활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첫날 마켓에서 얻은 정보지를 통해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짜두었는데, 오전 10시 엘 캐피탄 라마 농장(El Capitan Llama farm)으로의 하이킹이 있어 아침을 먹자마자 하이킹 모임 장소인 캐년 마켓 앞으로 갔다.
엘 캐피탄 캐년에서 직접 관리하는 라마 농장으로 해프 마일 정도 하이킹을 하고, 농장에서 라마, 염소들을 만나 먹이도 주는 프로그램이다. 엘 캐피탄 캐년 자체가 바닷가 절벽 숲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라마 농장 역시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해 있었다. 잔디가 무성하고, 여러 마리의 라마, 염소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곳이다.
라마는 아메리카 낙타. 남미가 본적인 야생 동물이다. 짧은 투어지만 안내인이 미리 라마에 대해 설명해 주고, 포이즌 아이비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아이들은 마른 짚이나 풀을 갖고 다니면서 라마, 염소들을 쫓아다니며 먹이를 주는 체험을 했다.
이 루트 외에도 엘 캐피탄 캐년에는 바닷가로의 하이킹, 숲 속 하이킹 등 다양한 루트의 하이킹 트레일이 있다.
한편 캐년 마켓 앞에서 여러 행사가 벌어지고 모임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처음 이곳에 도착하면 캐년 마켓이나 체크인 하는 가건물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라마 농장 하이킹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는 캐년 내 아웃도어 수영장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을 했다. 방학 시즌이라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았다.
수영을 끝내고 조금 쉰 후에 엘 캐피탄 스테이트 비치로 나갔다. 비치는 엘 캐피탄 캐년에서 자동차로 약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 팀은 어린 아이들도 있고 해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는 바다로 향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바로 비치로 가는 여행객들이 더 많았다. 자전거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쉬운 편이지만, 다시 숙소로 올라올 때는 오르막길이라 다소 힘겹다.
자전거는 어른용만 입구에서 무료로 시간제한 없이 대여해 준다.
바닷가에서는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 수영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3월인 탓에 사람들이 그리 북적이지 않아 좋았다. 아이들이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 바닷가에서 파도놀이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바닷물은 얼음물처럼 아주 차가웠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그다지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염소를 쓰다듬으며 먹이를 주고 있다.
마지막 날
마지막 날에는 오전 9시에 캐년 마켓 앞에서 부활절 맞이 에그 헌팅 행사가 있었다. 대부분 이곳에서의 행사는 거의 무료. 부활절 아침 부페는 어른은 20달러, 어린이는 15달러선. 부활절 에그를 다 모아 갖고는 이스터 버니와 사진을 찍기도 한다.
떠나는 길은 무척 아쉬웠다.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또 오고 싶다”를 연발. 또래 친구들과 슬립 오버도 하고, 수영에 하이킹, 바다 놀이, 자전거 타기 등 실컷 놀다보니 아쉬워들 할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카마리오 아웃릿에 들러 샤핑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가 재잘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엄마 노릇’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 시냇가에서는 자연 풍광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다.<사진 Steven Lam>
■여행 팁
*스케줄 만들기: 엘 캐피탄 캐년 여행은 자기만의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행 루트나 여행지에서의 각종 액티비티는 여행자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 팀은 포터블 DVD 기기는 가져갔지만 게임기, DS 등은 일절 가져가지 않았다. 포터블 DVD 사용도 1번 정도 했다. 컴퓨터, TV, 게임기가 없는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 직업상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나도 3일간의 인터넷 없는 세상은 큰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여행 계획은 한달 전에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준비했다. 인근 와이너리, 솔뱅에 들르는 것도 검토했는데, 출발하는 당일 샌타바버라 다운타운 들르기, 오는 길에 와이너리 들르기, 카마리오 아웃릿 샤핑 등을 스케줄에 넣었다.
*비용: 방 가격은 가장 큰 캐빈이 1박당 310달러선. 하지만 4가정이 식비까지 똑같이 분담했기 때문에 각 가정당 250달러 정도 들었다.
참고로 캐빈, 텐트 비용을 살펴보면 12월~3월까지 통나무 캐빈은 125~310달러. 여행 피크시즌인 4월~11월까지는 145~350달러선. 주말에는 2박을 꼭 해야 하며 주중에는 1박2일도 가능하다. 사파리 텐트는 125~145달러로 통나무 캐빈보다는 비교적 저렴하다. 하지만 트윈침대, 킹 베드 등을 갖추고 있다. 사파리 텐트를 사용하는 경우 공동 화장실, 샤워장을 쓰게 되는데, 아주 깨끗하다.
*팁: 캐빈 청소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메이드 서비스를 부탁할 경우 팁은 꼭 놓을 것.
*식사: 우리 팀의 주 메뉴는 삼겹살. 핫덕과 베이글, 일회용 라면도 넉넉히 사 갖고 갔다. 한편 식사를 싸갖고 가는 것이 귀찮다면 캐년 마켓의 델리를 이용하면 된다. 아침식사는 오전 8시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가능하며 3.50~10.75달러선. 점심 저녁으로 샌드위치, 피타, 샐러드 등도 판매한다. 샌드위치는 7~8달러 선.
*비상약: 소화제, 해열제, 밴드 등은 가져간다. 또한 벌레 약도 꼭 가져가는 것이 좋다. 우리 팀은 깜빡 잊고 가져가지 않아 현지에서 샀는데 8달러나 했다.
*그룹: 그룹으로 가면 그룹에 맞는 패키지가 있고, 회의장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회사 MT나 교회 수련회 장으로도 좋을 듯.
■주의할 점
*방울뱀, 쿠거 등이 야생으로 산다. 또한 진드기, 포이즌 아이비(덩굴옻나무) 등도 주의해야 한다. 스컹크도 밤에 돌아 다니므로 주의할 것.
*애완동물은 데려갈 수 없다.
*앰프가 달린 라디오 등은 사용할 수 없다. 밤 10시부터는 소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 프리존이라 차가 다닐 때는 시속 5마일 저속으로 달려야 한다.
*금연 구역이라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텐트 숙소와 캐빈 숙소가 있는 엘 캐피탄 캐년 모습.
숙소 내 2층 로프트에 마련된 매트리스를 모두 깔고 아이들이 신나는 듯 침낭에 누워 즐거워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 진원희(6), 임해이나(8), 정하나(7)양.
엘 캐피탄 캐년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 및 이벤트
‘어른-아이 함께 모십니다’
*하이킹
가이드를 동반한 하이킹을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인 빌 월레스 트레일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 주립 공원과 파트너십으로 2,500에이커에 이르는 엘 캐피탄 캐년과 인근 지역을 다니는 하이킹이다. 트레일은 12마일로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 캐년 마켓에서 하이킹 팀이 모여 출발한다. 3~4시간 소요. 문의 (805)733-1303
*여름 콘서트 시리즈
5~10월에는 토요일 저녁마다 콘서트가 열린다. 재즈, 블루스, 블루그래스 컨트리 음악 등 라이브 여름 콘서트가 열린다. 캐년에 숙박하는 경우는 무료. 한편 BBQ 디너는 어른은 18달러, 어린이는 12달러 선.
*보트 및 고래 구경
선셋 키즈 세일링(www. sunsetkidd.com), 샌타바바라 세일링 센터(www.sbsail.com), 콘도 익스프레스(www.condorcruises.com) 등을 이용한다.
*비치 크루저 바이크
선착순으로 빌릴 수 있다. (805)685-3887 Ext. 533
*골프
인근 지역에 골프장도 있다. 글렌 애니 골프클럽(Glen Annie Golf Club: www. glenanniegolf.com), 오션 메도우스 골프클럽(www. oceanmeadowsgolf.com), 랜초 샌마르코스 골프코스(www.rsm1804.com), 샌드파이퍼 골프코스(www.sandpipergolf.com) 등이 있는데, 특히 샌드파이퍼 골프코스는 바닷가 절경이 아름다워 유명하다.
*별 관측
캐년 마켓 앞 잔디밭에서 전문가가 나와 별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 이벤트는 날씨에 따라, 또한 계절에 따라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마사지
스톤 마사지, 클래식 마사지 등 할 수 있다. 클래식, 발 마사지 등의 가격은 55분에 100달러, 85분에 140달러 선. 스톤 마사지는 85분에 150달러선.
*카약, 카누 등 워터 스포츠
샌타바바라 어드벤처 컴퍼니를 이용하면 카약, 카누 타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와인 테이스팅, 승마, 하이킹, 자전거 등도 가능. www. sbadventureco.com
*오프 로드 트레일 지프 투어
등반이나 지프 투어도 가능하다. www.ccjeeps.com
<글·사진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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