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눈에 잘 띄는 초록색 원형의 스타벅스 간판은 목 좋은 코너마다, 큰 빌딩 코너마다 없는 곳이 없고 어느 가게나 들어가면 한참씩 줄을 서야 커피 한잔 사 마실 수 있다.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손에도 스타벅스 커피가 들려 있다. 그런 스타벅스가 왜 갑자기 초심 운운하며 경영 방침을 재정비하겠다고 다짐을 하는가?
전미국은 물론 세계 방방곡곡에 초록색 깃발을 날리며 승승장구하던 커피업계의 제왕 하워드 슐츠가 더 오래오래 깃발을 흔들기 위한 초석 다짐이었다. 갈아서 포장을 해 놓았다가 쓰는 간편함을 버리고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금방 물을 내린 신선하고 진한 커피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처음의 신조대로 돌아가서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지지 않고 으뜸의 자리를 계속 지키겠다는 비장한 각오인 셈이다.
초심. 처음에 가진 마음을 초심이라 한다. 꿈을 꿀 때 갖는 처음의 마음이다. 그 처음의 마음을 바탕으로 계획을 하고 실천에 옮기면서 우리는 꿈을 실현해 간다. 초심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어느 사이인가부터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잊어버리고 만다. 처음에 어떤 처지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까맣게 잊고 산다.
그러나 가다가 힘들어지고 무언가 궤도가 틀어진다고 생각될 때는 얼른 처음으로 돌아가 원점부터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커피빈은 물론 맥도널드의 커피 맛과도 비교되며 성장 속도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슐츠가 공표한 초심으로 돌아가기의 선언은 우리에게도 무언가 깊이 생각하게 하는 게 있는 것 같다.
매상은 형편없이 저조하고 집 페이먼트가 밀려 차압통지를 받는 한인들도 꽤 된다. 그동안 피땀 흘려 일궈 놓은 사업체가 쓰러지고, 온 가족의 보금자리가 은행으로 넘어가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프고 눈물겨운 얘기다. 경제적인 고통과 압박을 못 견뎌 생명을 끊기도 하고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 아픔과 절박함이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럴 때가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초심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낮은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세다.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원래 가진 것이 없었다. 재산과 건강을 다 잃은 상태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세상에 와서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가고 재산을 주신 이도 취하시는 이도 여호와’라는 욥의 신앙까지야 바라지 못 하지만 빈손으로 시작했던 순간을 돌이켜 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빈손으로 많은 것을 일굴 수 있었듯이 다시 또 일어나서 그렇게 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미국에 올 때 가졌던 각오들을 돌이켜본다.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고 그래서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어찌 보면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던 꿈들을 되새겨 본다. 어느 순간 이룬 것 같기도 하다가도 늘 부족해서 더 채워야 할 것 같은 끝 간 데 없는 욕망으로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았는가도 생각해 본다. 그렇게 열심이 일해서 일구고 가꾸고 소유한 것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목숨만큼 귀하게 생각되는 것도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다. 많이 아프지만 갖고 있던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며 자신을 던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다.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었던 교만과 허세를 던져버리고 한겹 한겹 싸여있던 허물을 벗어 던지는 용기,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초연해질 수 있다. 마음을 크게 갖자. 집이나 사업체가 소중하고 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가족 간의 사랑, 우정, 신의, 건강 등은 돈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소중한 것들이 아닌가? 돈을 잃는 것은 그것으로만 끝내야 한다.
내 뜻과 노력과 상관없이도 어려움은 찾아올 수 있고 그 어려움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고 다스리는 절대적인 힘이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또한 겸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 비운 상태에서의 겸손은 다시 도약하려는 두 날개를 펴서 가뿐히 비상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가볍게 해 줄 것이다.
그동안에 쌓았던 경험과 지식들을 재정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짐으로 내일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디뎌 보자. 처음에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결단은 잃은 것 보다 더 귀중한 것을 갖게 해 줄 것이라는 굳센 믿음으로,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아픔을 나눠 갖고 싶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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