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범죄로 재판 앞두고 살인마 돌변
아내까지 살해뒤 자살추정 사고사
아이오와 주에서 은행 고위간부 출신의 미국인 남성이 부인과 한국에서 입양한 어린 네 자녀 등 일가족 5명을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미주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오와 시티 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6시45분께 아이오와 시티 교외에 있는 스티븐 수펠(42)이 부인 셰롤(42)과 한국인 입양자녀 이튼(10), 세스(7), 미라(5) 엘리너(3) 등 일가족 5명이 심한 외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수펠이 집에서 부인을 먼저 야구 방망이로 때려 살해한 후 자녀들을 차례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펠은 부인을 살해한 후 차고에 세워둔 미니밴에 아이들을 태우고 차 시동을 걸어 배기개스를 이용한 질식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자녀들도 야구 방망이로 때려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집 안에서 피해자들을 살해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야구 방망이 2개와 수펠이 남긴 유서들을 발견했다.
가족을 살해한 수펠은 범행 직후 직접 911에 연락해 “경찰은 즉시 출동해 달라”고 말하고선 전화를 끊었고 이로부터 약 6분 뒤 자신의 집에서 9마일 정도 떨어진 80번 프리웨이 선상에서 운전 도중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고 차량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일으켜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수펠이 차를 몰고 도주하던 중 일부러 사고를 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행을 저지른 수펠은 이 지역의 ‘힐스 뱅크 앤 트러스트’의 부행장으로 최근 돈세탁 및 공금횡령 등 금융사기 혐의로 연방 법원에 기소된 상태였다. 경찰은 수펠이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비관해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오와 시티 경찰국은 25일 수사경과 보고 기자회견을 갖고 “부인 셰롤과 작은아들 세스, 큰딸 미라는 각각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큰 아들 이튼은 거실에서 숨진 뒤 침실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작은 딸 엘리너는 장난감 놀이방에서 살해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수펠이 부활절인 지난 23일 아버지와 형제들 직장 등에 전화를 걸어 가족들을 실망시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이날 밤 살인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수펠은 지난 달 자신이 몸담아 오던 은행의 공금 56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이후 연방검찰에 기소돼 오는 4월2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오와 시티의 유력한 법조인 집안 출신인 수펠은 부인 셰롤과 지난 1990년 결혼, 자녀들을한국에서 입양했었다.
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며 활발한 커뮤니티 봉사활동도 해온 스티븐 수펠이 부인과 한국에서 입양된 네 자녀를 야구 방망이로 잔인하게 때려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인구 6만명의 소도시 아이오와 시티의 주민들은 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수펠 부부가 다녔던 세인트 메리 성당 신자들은 “수펠 부부는 자녀들과 함께 단란한 모습으로 부활절 예배에도 참석했었다”며 하루아침에 저세상 사람이 된 일가족 6명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시했다.
성당의 아그네스 기블린 수녀는 “스티븐과 부인 셰롤은 지난 90년 결혼한 뒤 임신이 되지 않자 한국에서 자녀들을 입양했다”고 전했다. 이튼(10)과, 세스(7), 미라(5), 엘리너(3)는 한국에서 입양된 후 이 성당에서 세례도 받았다. 특히 막내 엘리너의 경우 불과 입양된지 한달 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이웃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당의 케네스 컨츠 신부는 “수펠 부부는 5월에 있을 자녀들의 첫 세례성사를 미리 준비할 정도로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성당 신자들은 숨진 4명의 자녀가 각각 개성이 뚜렷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기블린 수녀는 “초등학교 4학년인 이튼은 골프와 축구를 잘하는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둘째 세스는 동물과 식물에 관심이 많았으며 미라는 당당한 성격이었고 ‘작은 공주‘로 불리던 엘리너는 멋쟁이에 바비 인형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수펠은 아이오와 시티에서 45년 동안 로펌을 운영해온 유명한 법조인 집안 출신으로 7명의 형제가 모두 변호사, 의사, 정치인, 은행가 등 전문직으로 성공한 것으로 유명했다.
유가족들은 추도문을 통해 “스티븐과 셰롤이 지난 몇 달간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가족들은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스트레스 등 징후에 각별히 신경을 썼지만 심각한 증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펠은 부활절 주말을 친지들과 함께 보냈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부인 셰롤은 1989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2000년 큰아들 이튼을 한국에서 입양한 후 교직생활을 중단하고 자녀 양육에 전념해왔다. 이웃들은 “셰롤이 막내 엘리너의 입양 절차가 한달 전에 마무리 됐다며 매우 기뻐했다”며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이튼과 세스, 미라는 착하고 활동적인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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