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는 이 세상. 우리의 실제 생활이야 말로 우리의 진실이요, 현실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수레처럼 덜컹거리는데 어떻게 옆집 아이들은 유람선처럼 저렇게 평탄하게 순항하는 것일까? 전문가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집안 잡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10세가 넘고 틴에이저가 되면 이미 늦었다는 것. 어릴 때부터 집안 잡일 착착 잘 알아서 하는 아이가 남의 사정도 잘 알고 커서 공부도 잘한다고 교육자들은 말한다. 6~8세 아이들에게 집안 잡일 잘 가르치는 요령을 3월호 페어런츠지가 소개하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식탁 차리기·쓰레기 버리기 등
처음엔 간단한 일 거들기부터 시작
잘하면 하나씩 추가하는 게 좋아
완벽하게 못해도 다시 고치지 말아야
잔소리 피하고 말 안들으면 벌칙 줘라
“부모가 아이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살지 않고 같이, 함께 살려면 어릴 때부터 책임감과 경쟁력,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고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미네소타 대학의 아동심리학 교수팀은 말하고 있다.
그러려면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할 일을 맡기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돕기 좋아하고 협동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부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며 부모의 인정을 받는 것이 이들에게는 곧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때 이를 충분히 활용하라고 뉴욕의 가든시티에 있는 아델피 대학의 심리 및 교육 클리닉 교수 마이클 오라클린은 조언하고 있다.
■계획을 세운다
부모가 미리 결정을 한다. 처음에 과욕을 부려 일거리를 잔뜩 안겼다가 나중에 덜어내는 것보다는 하나씩 더 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식탁을 셋업하거나 치우거나 혹은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등 한 가지 일만 시킨다. 이 한 가지를 착실하게 잘해 내면 다음에는 아이 자신과 관련된 일을 맡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빨래를 개키거나, 자고난 잠자리를 정리하거나, 매주 백팩을 정리하는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더 할 것은 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애완동물 먹이를 주는 것, 즐기는 게임이나 DVD를 제 케이스에 정리하는 것, 화분에 물주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일을 순차적으로 섞어놓으면 아이는 결과와 보상이 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배워가게 된다.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부모에게 이미 세척이 된 디시워셔를 정리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수분이면 끝날 일이다.
그러나 6세짜리 아이는 국그릇과 스푼이 다른 자리에 놓여야 세척이 제대로 된다는 것을 모를 수가 있다. 양파 껍질을 벗기려면 눈물이 나는 것쯤은 고사해야 한다. 부모가 하면 몇 분이면 끝날 일도 아이는 몇 십분씩 낑낑대며 한다고 해도 이를 참고 가르치며 인내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부모가 바라는 결과를 명확히 얘기해 주고 일이 잘되면 결과가 이렇게 된다는 것도 시범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도 모든 것이 순항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애완동물에게 물을 먹이려고 해도 아이가 물그릇 뚜껑을 열지 못하면 헛일 아닌가. 작은 일 하나 가르치는 데도 복병은 여기 저기 도사리고 있다.
■합리적인 기준을 정한다
7세 아이가 부모처럼 일을 완벽하게 잘 끝낼 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아이가 최선을 다했다면 노력에서 A를 줘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도우려고 하고 협조하려는 아이의 예쁜 마음에 찬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엄마처럼 빨래를 단정히, 반듯이 개키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이를 다시 고쳐서 개키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관할영역을 갖는다는 것은 존재 의미와 힘과 능력의 핵심으로 연결된다. 내 의지와 내 식대로 행동하고 일을 처리했다는 아이의 의식은 명백하고 즐거운 것이기 때문에 이를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만일 이를 부모 식대로 고쳐서 다시 해버리면 아이는 자신이 한 일이 열등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는 일을 돕지 않겠다”는 잠재적 반발의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토를 달고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만약 정 아이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같이 한번 하면서 부모의 기대치를 아이에게 재확인시켜 주는 선에서 획을 그어야 한다고.
■단호하되 잔소리는 금물
방 치우기보다는 다른 재미있는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에게 계속 잔소리를 퍼부어봐야 별 효험이 없다. 대신 “바깥에 나가 놀기 전에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알지?”라며 아이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런대도 일이 진척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방을 조사했는데 전혀 치운 흔적이 없다면 놀이시간을 15분 단축하는 식으로 벌칙에 들어가는 것이다.
■결과를 명확히 하라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으나 그 선택에 뒤따를 결과를 선택할 수는 없다”는 말을 되새기면 된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한 숙제를 집에 두고 갔다고 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개인 딜리버리 서비스를 자처하지 말라고 오라클린 박사는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숙제 챙기기에 등한히 하게 되고 다음에 또 가져다 줘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숙제를 가져다 주는 대신 TV 시청이나 비디오 시청, 플레이데이트 시간을 줄여 아이가 다음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숙제 내가 챙겨야겠다’고 각오하게끔 만든다.
■기여를 빛내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든다는 명약이다. “네가 부엌일을 도와줘서 엄마가 책 읽을 시간이 다 나는 구나!”라고 감사해 한다. 잡일에 대한 대가로 용돈을 주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족이 서로 상의해서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힘든 일 끝에 잠바주스를 마시러 가던지, 프로즌 요구르트 샵으로 가던지 아무튼 기쁨의 보상을 해주는 것은 유년시절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아이가 집안 잡일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려면
1. 페이퍼 타월이나 쓰레받기 등을 아이의 손이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비치한다.
2. 스낵이나 음료도 아이가 손쉽게 꺼내 먹을 수 있는 곳에 배치, 엄마가 웨이트리스 역을 하지 않도록 한다.
3. 아이가 침대정리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불이나 듀베커버를 편안한 것으로 사용한다.
4. 서랍이나 상자, 선반에 이름을 붙여 아이가 물건정리를 쉽게 하도록 돕는다.
5. 잊기 쉬운 것을 상기하기 위한 노트를 냉장고나 방문 앞 등 잘 보이는 곳에 붙인다.
6. 아이가 집안일을 할 때 경쾌한 음악을 틀어 지루하지 않게 하고 타이머를 작동시켜 제 시간에 끝내게 하고 잘했다, 멋지다, 고마워 등의 노트를 세탁기나 드레서, 그릇 세척기 문에 붙여 응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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