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이 급등해 나이지리아 주민들은 빵 구입을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을 심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노스다코타 농부 데니스 밀러.
밀·옥수수·보리·콩 등 모든 곡물가 폭등
제3세계 일부 지역에선 식량 폭동까지 발생
곡물가격 폭등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농부들은 오랜만에 쾌재를 부르고 있는 반면 제3세계 빈민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데니스 밀러가 올해 2,760 에이커에 달하는 그의 농장에 무엇을 심던 세계는 그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밀 값은 두 배로 뛰었다. 옥수수, 보리, 해바라기 씨, 콩 값 모두 크게 올랐다.
밀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바람에 나이지리아의 빵 값은 폭등했다.“장래를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밀러는 말했다. 그러나 농사에 대한 밀러의 믿음을 회복시켜준 가격 상승은 세계 곳곳에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에서 재단사로 일하고 있는 아벨 오주쿠는 최근 그와 가족이 좋아하는 빵 구입을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전에는 세 덩어리를 샀지만 이제는 하나 밖에 못 산다”고 그는 말했다.
어디나 식품 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오래 계속될 것인지는 지금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의 하나가 됐다. 가격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수요의 폭증이다. 개발도상국은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빠른 연 7%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고성장 덕에 수 억 명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보다 나은 식단 같은 생필품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한 수요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 농부들은 생산 증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농업 수출은 올해 23% 늘어난 1,01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곡물 재고는 수 십 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시카고 컨설팅 회사인 애그 리소스사의 대니얼 배스는 “세계 모든 사람이 미국인처럼 먹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지구가 두세 개 더 있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상승과 달리 이번 곡물가 폭등은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투자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음식 가격 상승으로 미국은 이미 70년대를 상기시키는 인플레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은 더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일부 나라에서는 사회 불안과 폭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길게 보면 식량 공급은 늘어날 것이다. 버려진 땅이 농지로 개간되고 여러 나라의 낡은 농업 방식이 현대화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식품 소비를 줄일 것이다. 문제는 그런 변화가 수요 공급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미 농무부 수석 경제학자인 조셉 글라우버는 “사람들이 이제 새 시대에 접어든 것인가 묻고 있다”며 “식품 값이 한없이 오를 것인가가 궁금한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농부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농무부는 올 농업 수입이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50%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돈 때문에 땅값은 오르고 있고 농부들은 새로운 낙관론에 빠져들고 있다.
노스 다코타 파고에 있는 노던 크랍 연구소의 브라이언 소렌슨은 “갑자기 농부들이 힘을 쥐게 됐다”며 “모두가 문을 두들기며 이것 좀 길러달라고 사정을 한다”고 말했다. 밀러 가족은 대평원 지역에서 100년 이상 일했다. 지난 달 그는 자기 사무실에서 곡물 가를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이것 좀 봐.” 보리는 더 심어도 좋을만한 수준인 부셜당 6달러 40센트에, 콩은 지난 8월 8달러 50센트에서 12달러 79센트로 올라 있었다.
아직 밖의 땅은 얼어붙어 있었지만 밀러는 무엇을 심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작년에는 결정이 쉬웠다. 정부에서 에타놀 생산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옥수수 값은 높았다. 올해는 값이 오를 것 같은 곡물은 너무 많은데 기를 땅이 부족한 형편이다. “밀이냐 보리냐 해바라기 씨냐 콩이냐 옥수수냐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밀러는 말했다.
단 하나 걱정은 생산 경비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랙터를 모는데 필요한 디젤 값과 비료 값이 폭등했다. 곡물 값이 올라야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이다.
최근까지 그는 밀 한 부셜 당 3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인플레를 감안하면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받던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다. 미국인들이 탄수화물을 기피하는 바람에 소비가 계속 준데다 수출 시장은 경쟁이 심했다.
그러나 밀 가격은 세배로 뛰었다. 호주 등지의 가뭄 탓도 있지만 빵과 국수, 크래커에 대한 세계 시장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8년간 7년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재고는 몇 십 년래 최저다. 밀은 세계적으로 희귀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1월부터 군대가 밀과 밀가루를 싣고 가는 트럭을 지키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밀가루를 라이선스 없이 수출하는 것을 불법화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가을 소비자들이 가격 앙등에 항의, 하루 파스타 안 먹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0월 이래 파스타 가격이 20% 상승했으며 밀가루는 여름 이래 19%가 올랐다. 전반적인 식품 가격은 20년래 최대 폭인 연 4%씩 오르고 있다. 미 제빵협회는 나중에 취소하기는 했지만 지난 달 밀 수출을 제한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미 농부들의 황금시대가 도래한 것 같지만 아이오와 스테이트 경제학자인 브루스 뱁콕에 따르면 이 기간은 짧을 수도 있다. 그는 농부들이 수확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보존용으로 놀려두었던 땅까지 경작에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농부들은 인센티브만 있으며 경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무부는 세계 밀 생산이 올해 8%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밀 경작지가 200만 에이커 늘어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가격은 부셜 당 7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다른 작물을 심으려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것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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