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거룩한 성자(깨달은 수행자)가 어느 장자(엄청난 갑부)의 집 대문 앞에 섰다. 늘 하던 대로 걸식을 위해서였다. 수행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그곳의 당시 풍습과 달리 장자는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었다. 성자는 빙그레 웃었다. 장자는 더 골을 냈다. 성자는 넌지시 말문을 열었다. “누가 당신에게 주려고 금은보화를 가져왔다 칩시다.
당신이 그걸 받지 않으면 그건 누구의 것이요?” “그걸 몰라서 묻소? 가져온 사람 것이지!” “욕설도 이와 같소, 나는 당신의 욕설을 받지 않았소.” 장자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성자를 안으로 모셔 극진히 대접했다. 밥상을 물린 뒤 들려준 성자의 귀한 말씀에 더욱 감복한 장자는 이내 그의 제자가 됐다.
존경하는 스승께서 자주 들려주는 말씀이다. 내가 쓴 이런저런 기사에 불편해진 사람들과 그 언저리 사람들이 온갖 불평을 하고 악의적 소문을 지어내고 또 동네방네 퍼나를 때 불쑥불쑥 회오리치는 한생각을 나는 그 수행자와 스승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잡곤 한다. 1년 2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나를 시험하는 그들 덕분에 도리어 내가 단련이 됐는지, 갈수록 화도 덜 나고 바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상담역 내지 조언자 역할을 감히 흉내내기도 한다.
바로 요즘 도마위에 오른 낙찰계 파동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한 계원이 있었다. 몇년동안 곗돈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냈고, 조금만 더 내면 수십만여달러를 받을 처지인데, 계 돌아가는 품새가 이상해서 얼마전부터 이것저것 알아보고 따졌더니 느닷없이 계를 깨는 사람으로 뒤집어씌워 속상해 죽겠다는 것이었다,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겨우 진정된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 소문 갖고 뭘,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나는 내 얘기를 지렛대로 어쭙잖은 컨설팅을 주섬주섬 풀어갔다.
작년 가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SF한인회-총영사관 갈등국면에 본의 아니게 나와 사이가 불편해졌지만) 천인필 전 부총영사와 관련해서다. 이따금 만나 식사를 하고 마시지도 않는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통 소식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골프니 식사니 하는 문제로 고약한 소문들이 돌아 아예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 소문 갖고 뭘…” 간만에 만나 밤깊도록 한담을 나누는 동안 어느덧 그가 나를 위로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어찌어찌 일이 꼬여 잘 가세요 잘 있어요 인사도 나누지 못했지만 서울로 간 그가 혹시 이 글을 본다면….
그럼, 도대체 내 소문이 뭐길래? 그대로 옮기는 게 나를 욕되게 하는 게 아니라 되레 그걸 지어내고 퍼나르는 이들을 욕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알고 계속 그러는지 모를 그 근면한 소문의 창조자들 and/or 유포자들에게는 나도 알고는 있음을 알려주는 의미에서, 제3자들에게는 차제에 소문생각을 가다듬는 계기를 주는 차원에서 몇가지만 열거하자.
▷LA에서 돈을 먹다 잘려서 북가주로 쫓겨났다. ▷SF체육회 공금의혹에 대해 비판기사를 쓴 것은 윌리엄 김 전 SF체육회장에게 도장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한 뒤 앙심을 품은 때문이다, 예산집행 및 결산보고 문제로 윌리엄 김씨와 대립관계에 있던 문규만 농구협회장에게 수천달러를 받아먹은 때문이다(체육회 공금의혹 사태와는 별개로 나중에 문씨의 아들이 미 육군사관학교에 최우등 특차합격을 해 중앙일보와 같은 날 같은 기사를 썼는데도 괴소문공장장은 인터넷에 내가 3,000달러를 받고 썼다고 속편을 내놓았다)
▷불법으로 정부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정도는 약과다. 괴소문공장장은 아무래도 더 약발이 센 게 필요했는지 최근 몇달동안 한층 기발한 소문을 제작해 출시했다.
▷직장에서, 그것도 근무시간에, 여직원을 3명이나 성폭행했다(이렇게 얼굴을 감춘 괴소문공장장들에 비하면, 작년 5월에 업무지시 불이행 등으로 나로부터 질책을 받고 그날로 퇴사했다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이틀 뒤 회사로 찾아와 내게 죄송하다 해놓고는 또다시 무슨 앙심이 작동했는지 얼마 안가 성희롱에 임금차별에 부당해고에 별별것 다 붙여 소송을 제기한 교차로뉴스 오지은씨는 이름이라도 걸고 했으니 괜찮은 편이겠다.
기왕에 교차로뉴스 얘기가 나왔으니, 김대부씨나 박성보씨도 이름을 내놓고 무슨 성명서를 내고 칼럼을 쓰고 했다는 점에서 오지은씨와 같은 차원에서, 즉 도대체 누굴까 하는 궁금증만은 생기지 않도록 해줬다는 점-물론 괴소문공장장들을 다 모르는 건 아니다, 몇몇은 즐겨쓰는 문체와 어투 때문에 게다가 자신들이 근질거리는 입을 주체하지 못해 떠들고다닌 바람에 가만 있어도 알게 되는 법이다-에서 내가 도리어 고마워해야 할까?)
이쯤 되면 나는 벌써 부자가 됐겠다. 응당 치떨리는 인면수심 범죄자요, 요상하게 비뚤어진 눈으로 보면 부러운 짐승이기도 하겠다. 아닌 게 아니라 교차로뉴스 오지은씨가 낸 고소장(Case No. RG07344725)을 보면 나는 내가 봐도 이런 짐승이 따로 없다.
정말로 요상하게 비뚤어진 눈의 소유자라면, 그리고 혹시나 몰라 소장에 기록된 천인공노 범죄기간(07년 5월10일-14일)의 신문을 들춰 내 행적과 대조하면서 읽는 사람이라면, 다른 평범한 나날도 아니고 유달리 바쁘게 뛴 흔적들이 다른 곳도 아니고 신문에 그렇게 소상하게 기록돼 있는데 그 와중에 그 몹쓸 짓을 그렇게 부지런히 저지를 수 있을까 하면서 그 초능력에 부러움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악의적 괴소문에 대한 대응은? 나도 모른다. 다만, 지어내고 퍼뜨리는 건 온전히 그들의 자유요, 받느냐 마느냐, 즉 거기에 휘둘려 허우적거리느냐 마느냐는 내 몫이다.
정태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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