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중요한 존재가 되도록 각자의 특별한 환경에 처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USC의 철학교수 달라스 윌라드가 지은‘신의 모략’(The Divine Conspiracy)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우리는 누구나 신으로부터 삶이라는 한 평생을 선물로 받아 이 우주에 살다가지만 타임테이블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남과 비교하는 소모적인 경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내 자녀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닦달하는 것은 부모들의 통찰력 부족 탓이다. 더구나 태어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보통 아이들은 2~3세가 되면 어휘력이 늘고 단어와 단어를 연결, 문장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이에 따라서는 왠지 이런 과정이 힘든 경우가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3세 때까지 단어조차 말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지만 그런 일이 보통사람에게도 일어날지는 의문이다. 우리 아이, 말이 단순히 늦는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장애가 있는 것인지 구분하는 법을 페어런츠지 3월호가 다뤘다.
옹알이 안하고 발음 토막토막 끊어지고
문법 틀리며 문장대신 단어 쓰는 증상땐
전문가와 상담한 후 조기 치료하면 효과
한 엄마의 경험담.
맥스는 2세 때까지 겨우 몇 가지 단어만 말할 뿐이었다. 엄마, 아빠, 와우, 오 노우, 하이, 이건 뭐야? 등이 구사력의 전부였다. 또래 아이들은 물 주세요, 유유 먹고 싶어요, 배 고파요 등 단어를 이어 간단한 문장을 구사할 때였다.
맥스는 단어 구사력이 짧은 대신 어깨를 올렸다가 내리거나, 때리거나, 자신의 머리를 벽에 들이받는 경우가 많았고 표현이 잘 안될 때는 히스테리칼해졌다. 맥스 엄마는 온라인 서치에 나섰고 자신의 아이가 자폐증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눈앞에 검은 휘장이 드리워졌다. 28개월 때 맥스를 전문가에게 의뢰, 진단을 받은 결과 다행히 자폐증은 아니고 운동신경 장애(apraxia)라는 언어발달 장애가 있음을 알았다.
이는 뇌에서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입안의 근육과 입술, 턱이 조화롭게 움직이지 못해 말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이다. 이후 맥스는 일주일에 4번씩 초강도 스피치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어휘력은 물론 의사소통 스킬이 놀랄 만큼 진보를 보였다.
그의 행동이 난폭함에서 온건함으로 바뀐 것도 덤으로 따라왔다. 맥스의 경험으로 인해 그의 여동생이 같은 진단을 받았을 때 맥스 부모는 전보다 더 차분히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와 같은 언어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미국에서 300만 명~600만명에 이른다. 희망사항은 일찍 발견해서 조기 치료에 들어가면 효과가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녀의 언어구사 능력에 의심이 간다면 아메리칸 스피치- 랭기지-히어링 웹사이트(www.asha.org)에 들어가서 지역 전문가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언어치료 전문가들은 진단에 의해 다른 방법을 택하지만 부모로서도 장애의 차이점을 알고 집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방법을 동원하면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된다. 언어장애 구별법은 다음과 같다.
■운동신경장애(Apraxia)
지적인 언어를 구사하려면 혀, 턱, 입술, 입천장이 함께 협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할 말을 기획하고 구사하는데 장애를 받는 증상이다. 신생아 때 옹알이를 안 하거나 물건을 지적하고 가르치면서 간단한 단어를 말하지 않거나, 발음을 흉내 내지 않거나, 표현하는 것보다 이해력이 훨씬 더 빠르거나, 모음과 자음을 지속적으로 실수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이에게 좌절감을 줄여주기 위해 사인 랭기지나 그림책을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을 지적함으로써 의사 표현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책을 읽어줄 때도 반복되는 끝 문장은 아이에게 말해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갈색 곰, 갈색 곰, 너 뭐-?”라고 하면서 끝에 올 “봤지”라는 단어를 아이에게 말할 차례를 주는 것이다.
■끊어지는 발음(Articulation Disorders)
발음이 이어지지 않고 토막 토막 끊어지는 것이다. 소리를 생략하거나(버스를 버라고만 말한다), 다른 자음으로 대체하거나 (lamb을 wamb로 발음한다), 소리를 바꾸거나(lips를 lisp로 바꾼다), 다른 소리를 집어넣으면(애니멀 대신 애니머멀이라고 하는 등) 의심해 봐야 한다. 물건이나 장난감 등을 가지고 얘기할 때 아이 가까이에서 말한다. 아이가 말하는 사람의 입모양을 잘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가 “나 ‘렐로’ 크레용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맞아, 그거 예쁜 ‘옐로’ 크레용이지. 렐로가 아니라 옐로라고 다시 말해봐”라고 말해준다. 아이는 yellow에서 y대신 l을 집어넣어서 발음하고 있는 것이니까.
■청각발달장애(Auditory Processing Disorder)
이 장애가 있으면 듣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고, 조직하고, 골라내고, 생각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주의력 결핍증이나 난독증, 자폐증과 함께 동반되기도 한다.
소음을 구별하지 못하고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단계 지시를 따르지 못하고, 이미 말한 것을 반복해서 요청하거나 다시 명확하게 해주기를 요청하는 경향이 있다. 소음을 줄이고 말하기 전에 이름을 부르거나 어깨를 짚어줘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언어보다 제스처나 그림, 바디 랭귀지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 본다.
■발음이 새고 웅얼거리는 증상(Dysarthria)
말할 때 호흡조절이 잘 안되어서 말이 느리고 발음이 새며 쉰 목소리로 말해 알아듣기가 힘들다. 입술과 혀, 입천장, 후두의 근육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게하고(걸으면서 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앉거나 설 때 똑바로 자세를 취하게 해서 호흡에 어려움이 없게 해줘야 한다.
■표현력 장애
말을 조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단어표현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문법이 틀리고 문장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옹알이나 첫 단어가 느리고 26개월까지 두 단어 문장을 말하지 않거나, 물건 이름을 말하지 않고 그냥 ‘물건’이라고만 표현하거나, 동사나 전치사 사용을 난감해 하고 3~4세가 되었는데도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해보라고 할때 잘 못하면 일단 의심해 본다. 틀린 문법을 고치지 말고 응수해 준다. 아이가 그냥 “공”이라고 말하면 “그래, 그거 크고 파란 공이지”라고 되도록 완벽하고 긴 문장으로 답해주고 같은 단어를 반복해 어휘력을 늘려준다. 예를 들면 “인형에게 당근 먹였니? 인형이 당근을 좋아하니? 당근은 아삭아삭하지?”라고 당근이라는 단어를 반복, 활용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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