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스피처는 고등학교 때부터 골든 보이(Golden Boy)로 알려져 왔다. 우선 자수성가로 백만장자가 된 아버지와 사랑 많은 어머니 슬하에서 부족함이 없이 자랐다. 공부도 잘 해서 프린스턴 대학을 거쳐 하바드 법대를 나왔고 법대 동기생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데다 정치적 야심까지 있었기에 스스로 “나는 미국 최초의 유대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지인들에게 말했을 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는 이야기다. 뉴욕 검찰총장을 두 번 연임하는 사이에는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등의 부정부패에 철퇴를 가할 뿐 아니라 조직적 성매매업소들도 가차 없이 폐쇄시키는데 앞장서서 ‘월가의 보안관’, 그리고 ‘미스터 클린’(Mr. Clean)이라는 별명마저 받았었다.
미스터 클린의 이미지로 뉴욕 주지사에 출마해서 뉴욕 역사상 최고 득표율인 69%로 당선되어 취임한 게 작년 1월이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얼마 후의 백악관 점령뿐으로 보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 주지사 출신으로 ‘밴 부렌’, ‘그로버 클리블랜드’, ‘티오도르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통령이 되어 스피처가 그들의 전철을 밟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와 속이 다른 경우를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지만 스피처의 경우는 너무하다. 만약 어느 소방서장이 건물에 불을 지르고 진화에 앞장서서 칭찬을 받았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면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것처럼 스피처는 성매매업자들을 처벌하는 과정에서도 창녀들을 사곤 했었다는 것이니 그 뻔뻔스러움에 어지럼을 느낄 정도다. 교단에서는 간음을 정죄하는 설교를 하고는 여신도를 꼬여 성관계를 맺거나 어린아이들에게마저 동성애 성폭행을 일삼아 감옥에 갔거나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교직자들을 연상시키는 가증한 행위다. 그렇기에 스피처는 그가 사용한 성매매업소 운영자들에 대한 연방 검찰의 기소장에 ‘고객 넘버 9’으로 나와 있는 게 바로 뉴욕 주지사였다는 뉴스가 나온 지 불과 48시간도 못 되어 사직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고립무원의 신세가 된 것이다.
그가 월요일에 자기 자신의 표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애매모호한 1분 몇 초의 사과 발표를 할 때 옆에 서있던 그의 부인의 모습과 수요일 2분40초 걸린 사임 발표 때의 부인 모습을 비교하면 이틀 사이 적어도 몇 년을 늙은 듯한 가련한 것이었다. 그의 사과(?) 성명과 사직 성명이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연방 검찰이 그를 기소할는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피처가 발렌타인 전날 밤 워싱턴의 어느 호텔 방으로 뉴욕에 거점을 둔 창녀가 오도록 주선한 것은 부도덕한 목적으로 여자에게 주 경계선을 넘게 하는 것은 중범죄라는 연방 법령을 어긴 것이다. 또 그 창녀가 소속된 성매매업소의 가명 계좌에 8만여 달러나 여러 차례 집어넣었다는 스피처의 행위는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출납을 발견하기 위해 제정된 연방 은행관계법을 위반한 것이니까 기소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워싱턴에 성관계를 위해 오면서도 뉴욕 주 정부의 비행기를 썼고, 또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온 것도 공금유용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에 그는 이미 한 시간에 800불 이상 요구하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들을 셋이나 고용한 상태다.
그 부인의 속이 얼마나 상했을까. 21년 결혼생활에 10대의 딸을 셋이나 둔 가정이었는데 그와 같은 철저한 배신이 있을 수 있는가. 아마도 스피처 부인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파렴치범으로 옥고를 치루는 것은 막아야 하겠다는 처절한 심정으로 TV 카메라 앞에 두 번 섰을 것이다. 스피처의 가증한 이중생활은 뉴욕 시민들에 대한 배신만이 아니라 우선 그의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건강도 악화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남자나 여자나 배우자를 배신하고 간통 등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죄인가를 명심하여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함으로써 스피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그래야 ‘간음한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말라기 3: 5)을 피할 수 있고 그 이전에 양심의 가책과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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