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시절 6.25 전쟁으로 경상도의 조그마한 농촌으로 피난을 갔다. 마을 전체는 100호쯤 되는 기차도 서지 않는 간이역의 마을이었고 마을과 조금 떨어진 동네 어귀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 초등학교의 돌담 옆에는 조그마한 초가집 한 채가 있고 그집 뒤쪽에는 S 모양으로 꾸부러진 노송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이 소나무엔 거의 1년 내내 울긋불긋한 헝겊으로 줄이 매여 있었고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서낭당이라 불렀다. 그 당시 개구쟁이들인 우리들도 그 곳을 지나가기가 으스스하여 대낮에도 멀리 돌아서 다니곤 했다.
그 서낭당 앞의 초가집이 우리 초등학교 동급생인 재돌이의 집이었고 그의 홀어머니는 이 동네에서 유일한 무당이었다. 재돌이네 집에서는 한 두 달에 한번 정도 그의 집 앞마당에서 마당 굿을 하곤 했다.
굿판이 절정에 달하면 망자가 살아서 이루지 못한 응어리진 속내를 무당은 울음 섞인 소리로 토해 내면서 망자의 대변인이 된다. 이때가 되면 굿을 부탁한 가족은 복채를 더 놓으며 구천에 떠도는 불쌍한 영혼이 극락세계로 가게 해 달라고 무당을 향하여 두 손 모아 빌면서 연신 절을 한다. 만일 정성(복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무당은 원혼이 극락에 못가고 아직도 구천에서 맴돈다고 소리를 지른다.
어릴 때의 이런 광경이 공포와 신비로 뇌리에 각인 되었는지 모르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굿판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되어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현대 기독교가 무속신앙과의 차별화를 이야기 할 때 무속신앙은 역사의식이 없고 비윤리적이고 치유기복만을 추구하는 샤머니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독교도 무속신앙과 확연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변하지 않으면 유럽 기독교 같이 역사 유물 전시관이나, 노인들의 집합장소로 변해가는 전철을 밟지 말라고 누가 장담 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한국 기독교인의 숫자가 1,200만에서 1,000만명, 지금은 800만을 밑돈다는 것이다. 흥망성쇠의 진정한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국가가 그렇고 종교도 역사적으로 예외는 아니었다.
500년 전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으로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직접 나갈 수 있다는 만인 제사장직을 부르짖었다. 그 종교개혁의 총체적인 원인이 성도들에게 있지 않고 성직자에게 있었다. 기독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순종이라는 단어가 더욱 더 성직자들의 입에서 강조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성직자들과 의견이 틀리거나 아이디어가 다르면 사탄의 역사로 치부하고 영적 권위에 도전한다는 말로 왕따시켜 버린다. 순종이라는 말이 교회의 부정과 비리 권위를 지키기 위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어 지는 세상이다. 이러다간 목을 내어 놓을 수 있는 마틴 루터와 같은 제2의 순교자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반 직업과는 달리 어느 종교의 성직자는 성직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성(聖)이라는 단어와 양립 할 수 없는 명예나 권력이나 재물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인간은 부족하고 통제 능력이 한정된 피조물로 창조주는 한 인간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만들지는 않았다.
세상적인 성공을 위하여 은혜/축복/병 고침을 마치 종교의 목적같이 순진하고 미성숙한 종교관을 가진 성도들을 무속 신앙과 혼돈되게 호도하는 행위는 진정 성직자의 길이 아닐 것이다. 종교는 안 믿는 것보다 잘못 믿는 것이 더욱더 사회문제가 된다는 것이 종교학자들의 이야기다. “참 종교는 언제나 진리에 머물도록 가르쳐 주며 참 신앙은 선이나 휴머니즘을 넘어 영원에의 도달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음일 것이다라는 어느 철학교수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이영송
한미문화 교류 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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