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 장로는 국회의원 되기보다 더 어렵다’는 기사가 얼마전 나왔다. 이 기사에 의하면 2008년 장로선거에 후보 등록한 사람들은 SK텔레콤 대표이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금융감독원 국장, 한양대 의대교수를 비롯해 교수 4명, 의사 5명, 기업 CEO 18명 등 45명이다.
소망교회 다니는 전·현직 장성의 별을 모으면 200개가 넘는다는 말도 있고, 한국 엘리트의 3대 조건이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에 살면서, 소망교회 다니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가 유독 심한 편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대형교회 지도자들은 이제 사회 기득권층, 유력인사들, 부자들의 집단이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요즘 신문이나 인터넷에 뜨는 교회 관련기사 제목을 보면 주로 이렇다.
‘새정부 요직 개신교인 압도적’ ‘교회가 세속주의에 물들었다’ ‘한국교회 귀족화되고 있다’ ‘대형교회 목사의 호화생활 충격’ ‘바알주의, 한국교회를 위협한다’ ‘교회여 낮은 데로 임하소서’… 최근 MBC PD수첩이 조용기, 곽선희, 김홍도 목사의 초호화생활 실태와 목회자 세금납부 문제를 잇달아 보도하면서 교회에 대한 비판 수위는 훨씬 높아졌다.
사태가 이러하니 과연 오늘의 교회에 희망이 있는지, 교회라는 공동체, 혹은 건물, 또는 제도가 기독교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의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교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언제나 머조리티였던 개신교신자들이 51%로 크게 줄었고(2008년 2월 퓨포럼), 성인 86%는 “교회에 가지 않아도 하나님과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했으며(2007년12월 라이프웨이 리서치), 교회 대신 가정에 모여 예배를 갖는 사람들이 10년새 9배나 증가했다(2007년7월 바나 리서치).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교회 회의론이 한국에서는 기독교가 전래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있어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은 김교신이란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치무라 간조의 무교회주의와 애국사상에 깊이 감화된 그는 1927년부터 1942년까지 15년동안 ‘성서조선’이라는 신앙잡지를 발행하며 무교회주의를 주장하고 한국교회의 갱신을 역설한 평신도신앙운동가였다. 잡지 창간사에서 김교신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마음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 ‘조선’이란 두 글자이고 애인에게 보낼 최고의 선물은 성서 1권뿐이니 양자의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하여 된 것이 그 이름이었다. 성서조선아, 너는 소위 기성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보다 외국인을 예배하고 성서보다 회당을 중시하는 자의 집에서는 그 발의 먼지를 털지어다”
김교신과 함께 무교회운동을 벌인 함석헌도 이런 말을 썼다. “기독교의 기를 세워 만인을 모으려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본의에 합한 것일까. 그리스도는 교회당의 문을 넓이는 것을 보고 칭찬할가. 음악연주를 하여서 전도를 하는 것을 과연 영리한 일이라고 할가. 재단법인을 조직하야 기초를 든든케하려 노력함을 상 줄가…”(성서조선 23호)
성서조선은 마지막호(158호)가 조선 총독부의 검열에 걸려 폐간되고 김교신과 함석헌 등 13명이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름으로써 끝을 맺었다. 김교신의 사후(1945년4월25일) 그의 신앙적 동지와 제자들은 거의 소실된 성서조선을 헌책방이나 골방, 검찰청 창고에서 찾아내 전 158권을 확보, ‘김교신 전집 6권’으로 완간했다.
‘김교신 그 삶과 믿음과 소망’(김정환 저)을 읽어보면 1930년 한국교회에 이미 ‘전도 데이’ ‘전국 총동원’ ‘대거 깃발 행렬’ 같은 문구나 선동이 있었고, 기독교내에 암투와 분열이 멈출 줄 몰랐다. 심지어 김교신은 성서를 연구하겠다는 제자에게 ‘제발 신학교만은 가지 말라’고 뜯어 말렸다는 일화도 나온다.
공간을 점유한 회당을 진정한 교회로 인정하지 않고, 강대상·성가대·헌금·목사·장로·집사가 있는 제도권교회를 부정한 그는 세례와 성찬식도 상징적인 의미일 뿐 의식 그 자체에 무슨 효과가 있지 않다고 해석하여 이단자로 낙인찍혔다. 아울러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우치무라 간조와 김교신의 무교회주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비판이 적지 않고, 예배당 성수주일과 세례 및 성찬예식을 중요시하는 교회에서 볼 때는 기독교가 아니라 도덕강론 단체라는 공격도 받아왔음을 밝혀둔다.
무교회주의가 좋은 대안인지, 성서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왜 자꾸 교회가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게되는지, 그걸 깊이 성찰하는 일이라고 본다.
정숙희 특집 1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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