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해밀튼 메디슨하우스 아시안 아메리칸 건강회복 프로그램 약물담당 소셜워커)
약물 남용과 정신보건 문제를 담당하는 연방기관(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한명이 술이나 마약문제를 적어도 한 번은 경험한 적이 있고 10명 중 한명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약물 남용 또는 의존상태라고 한다.
이미 미국사회에서는 약물 남용이 중요한 이슈로 인식되어 있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연간 114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반면 한인사회에서는 약물 중독의 심각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미국인들에 비해 문제가 적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 중대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실제로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약물문제를 연구하는 기관 발표에 의하면(National Asian Pacific American Families Against Substance Abuse)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습관적 음주 비율이 미국인들과 비교할 때 더 높으면 그 중에서도 한국인과 일본인은 50% 이상이 한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는데 먼저 술 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 문화를 들 수 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술은 다수의 한인들에게 일상생활의 큰 부분이 되어 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오래 전부터 보편화되어 있고 음주에 대한 태도 역시 매우 관용적이다. 많은 한국사람들은 술이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이렇듯 많은 한인들이 술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적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마약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고 관련된 지식도 적은 편이다. 현재까지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마약 남용 비율은 다른 미국인들에 비해 아주 낮게 보고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아시안들은 권위와 가족에 충실하고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여러 미국인들과 문화적으로 동화되고 이에따라 비슷한 문제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약물 남용이 그 예가 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아시안계 미국 청소년들의 마약 사용이 급속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반해 한인 부모들은 이 문제에 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마약을 사용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설령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손쉽게 대마초나 코케인, 환각제 등을 구할 수 있는 반면에 다수의 한인 부모들이 전혀 마약을 경험해본 적도 없고 어떤 종류의 마약이 있는지도 모르다 보니 아이들과 어떤 식으로 문제를 이야기 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래서 일방적인 설교를 하게 되고 자녀들과 충돌을 빚게 되어 오히려 사이만 더 나빠지는 결과가 생기게 된다.사실 바쁜 이민생활에 쫓기다 보면 자녀들과 대화할 기회가 부족한 것이 우리 한인가족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약물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부모들의 관심과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식구들이 같이 모여 하루에 한 끼라도 식사를 하는 가족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마약 사용률이 식구들과 식사를 별로 하지 않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술이나 마약문제는 가정폭력과 교통사고와 연관이 많고 이로 인해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구성원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문제의 중요성을 빨리 인식하고 중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이렇게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담치료를 통해 더 심한 중독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술로 인한 문제를 심각하게 간주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이나 정신과 상담에 대한 편견 때문에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거나 혹은 큰 사고로 인해 법적인 제재를 받고서야 비로소 상담소를 찾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어떤 병이든 발견 즉시 재빨리 대처하는 것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듯이 술 중독과 약물 남용도 초기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약물 과용이나 금단증상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치료기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뉴욕시에 여러 약물치료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한인들이 이용하기에는 힘든 점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술과 약물문제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이중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맨하탄 차이나타운에 있는 해밀튼-매디슨 하우스에도 술이나 약물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한인 카운슬러가 있다.(212-720-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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