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기교… 폭발적 힘… “전율”
화려하고 매혹적인 공연이었다.
클래식 ‘골든 보이’, 수퍼스타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중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의 연주는 디즈니 홀을 꽉 메운 청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어찌나 현란하고 열정적이던지 뜨거워서 델 것 같았고, 어찌나 델리킷하고 세밀하던지 듣는 내가 몸이 다 움츠러들기도 했다. 그의 손은 건반 위를 날아다녔고, 그의 팔은 피아노를 벗어나 앞으로, 뒤로, 옆으로, 위로 튀어 올랐다. 그의 얼굴은 울고 웃고 기뻐하고 화내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모든 순간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했다.
그런 랑랑의 연주가 일부에서 폄하하는 것처럼 요란한 쇼맨십인지, 퍼포먼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주 재미있었고, 들을 만했고, 볼만했다. 그런데 만일 그의 연주를 보지 않고 듣기만 했다면 어땠을까, 솔직히 그것 역시 잘 모르겠다.
랑랑은 강력한 힘과 기교의 천재로 불리는 25세의 피아니스트로, 그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일년에 130여회의 연주회를 소화한다는데 가는 곳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3월4일 열린 이번 연주회도 벌써 오래 전부터 완전 매진되어 표를 구하러 이리저리 애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본보가 유일한 미디어 스폰서로 개최된 이날 리사이틀에서 랑랑은 모차르트 피아노 B플랫 소나타, 슈만의 팬터지 C메이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Los requiebros), 리스트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편곡 중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 그리고 헝가리언 랩소디를 연주했다.
또한 연주회 중간에 중국음악 소품 연주하기를 즐겨하는 랑랑은 이날도 인터미션 직후에 5개의 짧은 중국 곡(호수에 비친 달빛, 달을 쫓아가는 구름, 중국의 탱고 등)을 선사했고, 앙코르 곡으로는 쇼팽의 에튀드를 우아하게 연주했다.
처음에는 그의 표정이 어찌나 다양하고 극적으로 변하는지 과장하는 듯 보였고 일부러 연기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연주가 계속될수록 그의 표정과 제스처와 연주는 더욱 화려해졌고 더 커졌고 더 재미있어졌다. 그는 빠른 부분은 더 빠르게, 느린 부분은 더 느리게, 강한 부분은 무지하게 더 강하게, 약한 부분은 더할 수 없이 여리고 약하게 연주했다.
얼굴과 손과 몸 전체가 반응하며 마치 춤을 추듯 연주에 몰입한 그는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에 이르러 건반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폭발적인 파워를 실어 피아노를 두들겼다. 그때 그 모습은 자신의 격정을 이기지 못해 피아노와 싸우는 전사요 영웅과 같았다.
랑랑은 1982년 선양 출신이다. 세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 5세때 첫 리사이틀을 가졌고 베이징 중앙음악원과 커티스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13세때 차이코프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17세때 시카고 심포니(지휘 에셴바흐)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하루 아침에 피아노계의 수퍼스타로 떠올랐다. 19세때 뉴욕 카네기 홀 데뷔 연주회에서 전석 매진과 함께 대단한 호평을 이끌어내며 명실공히 국제 스타가 된 이후 세계 주요 음악홀에서 펼쳐지는 랑랑의 연주회는 매진사례를 거듭했다. 세계 오케스트라의 양대 산맥인 베를린 필과 빈 필, 그리고 미국의 5대 뉴욕 필,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과 연주한 최초의 중국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랑랑은 대중에게도 적극 다가서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미국 TV 프로그램 ‘투나잇 쇼’와 ‘60분’ ‘굿모닝 아메리카’ ‘세서미 스트릿’에 출연하는가 하면, 유엔국제아동기금(UNICEF)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영화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ail)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연주를 맡기도 했다. 이 음반은 2006년 LA영화비평가협회 상, 2007년 골든 그로브상을 수상했다. 심지어 ‘스타인웨이’ 피아노사는 어린이를 위한 ‘랑랑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제작했는데 스타인웨이가 연주자의 이름을 딴 피아노를 만들기는 15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아무튼 대단한 공연이었다. 랑랑의 콘서트는 클래식 연주회에 대한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준다. 랑랑은 올 여름 할리웃 보울에서도 연주할 예정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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