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Married Life)★★★(5개 만점)
아내 떠나고픈 중년, 빗나간 사랑유희
1940년대 두 쌍의 남녀 둘러싼
질투와 배신, 느와르성 멜로물
리처드는 친구의 정부 케이와 눈이 맞는다.
알다가 모를 것이 결혼생활인데 결혼연구이자 필름 느와르요 또 다크 코미디인 이 영화도 알다가 모를 것이 그 것이라고 묘사한다. 1949년을 시간대로 한 멜로드라마로 질투와 배신과 살인 의도가 두 쌍의 남녀를 둘러싸고 소용돌이를 친다.
상당히 흥미 있는 내용으로 연기파 배우들이 옛 의상들을 입고 점잔을 빼면서 사랑의 유희를 하는데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 대사 위주의 연극 분위기를 갖춘 영화로 깊이나 정열이나 힘이 부족하지만 볼만하다.
1949년 11월. 중년의 신사 해리(크리스 쿠퍼)가 고급 식당에서 아직도 총각으로 플레이보이 기질이 있는 친구 리처드(피어스 브로스난)에게 조강지처 팻(패트리샤 클락슨)을 떠나겠다고 고백한다. 새 애인이 생겼는데 그 여자야말로 자신의 남은 생을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이라는 것이다.
해리는 리처드에게 젊고 착실하고 섹시한 금발미녀 애인 케이(레이철 맥애담스)를 소개해 주는데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해리의 이 행동이 실수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한 가지 믿어지지 않는 것은 아무리 케이가 자기가 의지할 남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남자로 무덤덤한 나이 먹은 해리를 골랐다는 사실).
해리가 팻과 이혼하는 대신 아내를 독살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영화는 스릴러 분위기를 갖춘다. 해리가 이혼 대신 독살을 택한 것은 팻이 이혼의 고통과 슬픔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해리가 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나온 생각이다. 팻은 팻 대로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을 해리는 모른다.
해리는 사진 현상용 화학물질로 팻을 독살하기 위해 사진관에 가서 그것을 산 뒤 범행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 나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리처드와 케이가 눈이 맞아 뜨거운 사이가 된다. 해리는 그것도 모르고 팻을 죽이려고 시도하면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끝이 허무할 정도로 맥 빠진다. PG-13.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아크라이트(323-464-4226), 모니카4(310-394-9741), 웨스트팍 어바인(949-622-8600), 아크라이트 셔먼옥스(818-507-7033).
‘CJ 7’
‘소림사 축구’와 ‘쿵후 허슬’을 감독하고 주연도 한 홍콩의 스티븐 차우의 영화. 역시 감독과 주연을 겸했다. 특수효과 위주의 슬랩스틱 코미디로 귀여운 외계생물과 가난한 소년 그리고 이 소년과 그의 아버지의 관계를 그린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다. 정직하나 가난한 홀아비 타이는 열심히 돈을 벌어 어린 아들 디키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낸다.
그러나 가난한 디키는 학교에서 선생과 동급생들로부터 괄시를 받는다. 디키에게 친절한 유일한 선생은 천사 같은 미스 유엔.
한편 디키는 늘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인 로봇 개 ‘CJ 7’을 아버지가 사주지 않자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런데 타이가 쓰레기더미에서 주워 온 녹색 공이 디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짖는 강아지 모양으로 변형된 이 녹색 공이 마법을 발휘해 디키에게 초능력을 주면서 디키는 이 힘을 믿고 망나니처럼 군다.
PG. 선셋 5, 모니카, 플레이하우스 등.
‘미스 페티그루는 1등 하녀’(Miss Pettigrew Lives for a Day) ★★1/2
1939년 런던. 부당하게 하녀직에서 쫓겨난 기네비어 페티그루(프랜시스 맥도만)는 직업 안내소를 찾아갔다가 ‘비서’를 찾는 구인 내용을 슬쩍한 뒤 비서를 찾는 집에 도착한다.
초호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철딱서니 없는 아이 같은 미국 여배우이자 가수인 델리시아(에이미 애담스). 자기 신분을 속인 페티그루는 대뜸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하는 델리시아의 신임을 사 비서가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페티그루는 델리시아의 애정문제와 직업인으로서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모두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페티그루는 사교계의 유명디자이너에게 은근히 마음을 주는데 이 디자이너의 약혼녀가 페티그루의 정체에 의심을 품는다. 연극 같은 영화. PG-13. 아크라이트, 그로브, 센추리 15 등.
에디트 피아프가 클럽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
파란만장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
제80회 오스카 여우주연상과 분장상 수상작으로 재상영 된다. 프랑스의 유명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개인생활과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그린 영화는 1959년 2월16일 피아트(마리옹 코티야르)가 뉴욕 무대에서 영어로 노래하다가 쓰러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피아트는 이로부터 6년 후 47세로 사망했는데 그녀의 삶은 술과 약물과 비련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이어 장면은 1918년 파리의 달동네 벨르빌르 전환된다. 거리의 가수인 피아트의 어머니 아네트는 남편 루이가 군에 간 사이 피아프를 거의 버리다시피 했다.
군에서 제대한 루이는 거리 곡예사로 밥벌이를 했는데 이때부터 소녀 피아프의 노래 실력이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루이는 피아프를 노르망디의 색주가 주인인 자기 어머니에게 맡긴다. 피아프는 여기서 살 때 눈병에 걸려 한 동안 앞을 못 봤었다.
성장한 피아프는 파리의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녀의 재주를 산 사람이 유명 흥행사 루이 르플레(제라르 드파르디외).
그리고 피아프는 르플레의 후견 하에 수퍼스타가 된다. 영화는 프랑스와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왕래하며 진행되면서 피아프의 회상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서술방식을 취했다.
‘작은 참새’라는 별명을 지녔던 피아프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영화로 강렬하고 정열적으로 한 비극적 여인의 일생을 묘사했다. 피아프의 대표곡들이 모두 노래되는데 이를 담은 CD도 나왔다.
올리비에 다앙 감독. PG-13. 페어팩스(323-655-4010), 파세오 카마리요(805-333-2267), 사우스코스트 빌리지(714-557-5701), 타운센터 5(818-981-9811), 원 콜로라도(626-744-1224), 캐멜롯(760-325-6565).
‘패라노이드 공원’(Paranoid Park) ★★½
소외되고 주위에 무감각한 청소년들의 얘기를 잘 다루는 거스 밴 샌트 감독의 또 하나의 청소년 영화인데 초현실적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영화라기보다 사진과 음악과 음향의 예술적 전시효과와도 같은 작품. 포틀랜드의 후진 동네에 있는 패라노이드 공원은 이단적 스케이트보더들이 만든 연습장. 16세난 고교생 알렉스는 이곳을 자주 찾아 남이 보드 타는 것을 감상한다.
그런데 공원 인근 철로에서 경비원이 사체로 발견되면서 경찰은 이것을 살인사건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알렉스. 그러나 알렉스는 자기가 관계된 사건을 끈질기게 부인한다.
알렉스의 심리상태와 함께 그와 동급생 여자 친구 그리고 이혼 수속중인 알렉스의 부모와의 관계가 묘사된다. R. 선셋 5, 모니카 등.
‘걸스 록’(Girls Rock!) ★★★
미 전국에서 온 8~18세의 소녀들이 록 뮤직을 배우고 연주하고 또 작곡하고 노래 부르는 오리건의 록 캠프에서의 1주일간 생활을 담은 재미있는 기록영화. 캠프에서 소녀들이 밴드를 구성하고 작곡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는 과정을 포착했다.
감독은 특히 4명의 소녀들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모든 것이 분명한 오클라호마에 사는 한국계 입양아 로라(사진). 로라는 데스메탈에 심취해 있다. 히로뽕 중독에서 갱생을 시작한 집 없는 에스터와 헤비메탈 광인 8세난 팰리스 그리고 자신의 치와와 애견 피피에 관해 14개의 연작 노래를 작곡하는 8세난 아멜리아가 나머지 소녀들. 이들의 꿈과 미국사회에서의 여자의 개념 및 로큰롤에 관한 애착 등이 얘기된다. 13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폴의 종착지’(Last Stop for Paul) ★★★
초저예산 인디영화로 두 친구가 사망한 친구의 유해를 전 세계에 뿌리기 위해 2주간 25개국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얘기와 모험을 재미있고 우습게 그렸다.
제작자요 감독인 닐 맨트와 촬영감독인 마크 카터가 작은 휴대용 카메라 하나를 들고 자신들이 배우 노릇도 하면서 세계 유람 경험을 찍었다. 맨트는 선전과 배급도 자기가 직접 했다.
상양하고 귀여운 로드무비로 자유로운 기운으로 가득 찬 즐거운 영화다. 아무 계획도 없이 세계를 돌면서 자신들에게 닥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기는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PG-13.
선셋 5(323-848-3500), 샌타모니카 브로드웨이(800-326-3264).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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