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계를 운영하며 일명 ‘계 대모’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계주 C씨가 지난 주말(2월 29일-3월 1일경) 한국으로 출국(본보 6일자 A3면 보도)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30대 초반의 계원 K씨는 한국에 있던 4년 전부터 이곳에 사는 친척분의 권유로 미국 이주를 준비하기 위해 계를 부어왔고, 2년 전에 미국에 들어와 산호세 다운타운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소문을 통해 계주가 어디로 가버렸다고 들어 누구라도 찾아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인데 모두들 쉬쉬 하는 것 같고, 앞으로 돈을 계속 내야 될지 말아야 될지도 모르겠어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는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계주 C씨가 운영해온 7만5천-11만 달러에 이르는 20-30개의 낙찰계마다 계원들은 50-100명씩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 규모는 최소 총 1천만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주 C씨는 지난 2월 20일 산타클라라 모처에서 다른 계주들과 계원들의 추궁에 “계원들의 명의로 (그 계원들도 모르게) 계를 탔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으며, 이밖에도 차명 또는 가명을 이용한 깡통구좌로 상당 수의 계를 탄 뒤 돌려막기 수법으로 다수의 계들을 운영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출국 계주 C씨 “다음주 들어와 해결 주장
계주 C씨는 지난 4일(화) 오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계를 안 깨려고 이렇게 막고 저렇게 막고 했었는데, 많이 타간 일부 사람들은 계가 깨지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며 “곗돈을 안내는 이들이 있는데, 왜 나만 피해를 봐야 되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통화에서 “2, 3주 후쯤 몸을 추스리는 대로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며, 6일(목) 아침 계주 C씨와 전화 통화를 한 어느 계원에게는 “다음 주중으로 들어와 해결할 테니 믿어달라. 계는 정확히 다음달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계를 계원들의 동의 없이 1개월을 계주 마음대로 연장한 것은 말도 안되며, 사실상 계는 깨졌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지역의 한인계 은행 관계자는 “계와 관련된 이들이 이미 들어온 수표에 대해 페이먼트 스탑을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해 계원들 간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계원들마다 입장 달라
기존에 있어온 계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계 파동에서도 계원들 간에 크게 2가지 입장이 나뉘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곗돈을 한번도 못 탔거나 들어있던 몇 개의 구좌 중 상당 수를 못 탄 이들의 입장은 계주에게 만일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아있는 계원들끼리 계가 끝까지 운영됐으면 하는 입장이며, 낙찰계를 이미 탔던 이들 중에 상당수는 계가 깨지길 바라고 있다는 주장도 공공연히 들려오고 있다.
계주 C씨가 계주로 있는 낙찰계에 7만5천달러 5개, 11만달러 7개 등 총 12개 구좌를 갖고 있는 계원 Y씨(샌프란시스코 거주)는 “지난 2005년 2월부터 현재까지 불입한 곗돈이 총 28만 달러 정도”라 밝히고 “만일 계주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원들끼리 대책모임을 가져 이미 탄 사람들은 원금을 불입하고, 안 탄 사람들도 곗돈을 계속 내 계가 끝날 때까지 운영됐으면 한다”면서 “그보다 최선책은 원래의 계주가 해결하는 방법인데, 언론에서 한쪽 주장만 듣고 계주를 너무 한쪽으로 몰면 계를 살리고 싶어도 못 살린다. 따라서 진위 파악을 정확히 한 뒤 보도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또 다른 뜨거운 감자 ‘채무이행 약정서’
계주인 C씨가 낙찰계를 타는 계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았었던 약정서가 이번 계 파동의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Non-Negotiable Promissory note’라는 약정서 사본에 따르면 채권자(Lender)란에는 계주 C씨의 풀 네임이 적혀 있고, 채무자(Debtor)란에는 계를 타간 각 계원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 영문 약정서에서는 특히 채권자란에 계주 1명(C씨)의 이름만 적혀 있고, 내용상으로도 계라는 형식을 통해 발생한 원금을 상환하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힘들어, 그저 일반적인 채무 채권 관계와 다름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약정된 불입일로부터 15일이 경과될 때까지 채무자인 계원이 약정금을 불입하지 않았을 경우, 채권자인 계주 C씨는 약정서에 기재된 전체 원금의 반환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쌍방간(채권자 C씨와 채무자인 계원)의 법정 소송비용 전액을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못박고 있다.
이는 예를 들어 10만 달러짜리 계에서 이자를 4만달러로 쓰고, 6만 달러를 수령했을 때 원금상환을 위해선 48개월간 매월 1,250달러씩을 불입해야 되는데, 계원이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하게 될지라도 승패소와는 관계없이 양측의 변호사비용을 물어야 되므로 상환할 원금 액수에 버금갈 수도 있는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실상 계원이 소송을 할 경우에도 실익이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계주 C씨가 이 ‘약정서’에 따라 약정서에 서명을 했던 계원에 대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경우 이 계원은 원금을 매달 C씨 앞으로 불입하거나,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적지않은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돼 결론적으론 계 파동을 둘러싼 계원들의 부담액은 현재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계주 C씨 계 말고도 또 있다 ‘도미노 현상 가중’
산호세에 거주하는 J씨는 6일(목)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도를 통해 알려진 계주 C씨의 계가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다른 계주 K씨가 운영하던 계가 사실상 와해되며 도미노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는 “각기 다른 계를 운영해 오던 C씨와 K씨는 서로간에 계를 들고 있었는데, K씨가 계주로 있던 계가 지난해 4월부터 문제가 발생한 이후 계원들이 모여 대책을 협의해 월 2백 달러씩의 손해를 감수하고 계를 끌고 나가려 했으나, 다시 10월에 문제가 생겨 지난 연말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깨진 상태가 됐으며, 그 여파가 C씨에게까지 미친 것 같다”면서 “계주 C씨가 운영하는 계들은 5년, 7년, 10년 등으로 기간이 길어 중간에 이사를 가거나 개인적 사정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이 빠져나간 자리를 트레이드 하지 않고 계주가 대신 낙찰계를 타고 여기에 깡통구좌를 만들어 탔던 계들이 점차 불어나며 나중에는 한 달에 부담해야 되는 돈이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 결국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인 변호사 C씨와 L씨가 이번 계 파동에 있어, 형사법 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현재 확인 작업에 착수한 상태며, 6일(목) 저녁 6시 30분, 산호세 산장식당에서 일부 계주들과 계원들이 참석하는 대책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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