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군 군단장회의 무산
5월18일 매부인 육사교장 강영훈 중장이 육사생 혁명지지 행진을 허락지 아니 하였다하여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김웅수 6군단장과 처남 매부간의 내통으로 믿지 못하게 되어 구속했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미 1군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1군이 갖고 있는 서울 비상계획은 쓰지 않고 있는가, 서로간의 유혈사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힘으로 쿠데타 군과 협상을 할 준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혁명을 막기가 늦었다면 그리고 공산 혁명을 피하며 조속한 시일 내 민정으로의 회복을 기대하려면 어느 개인의 혁명이 되지 않도록 군 조직체가 혁명 주도세력이 되게 협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야전군의 사명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의견은 야전군내 지휘관들 가운데서 토의됐어야 하는 아쉬움을 면치 못하였다.
그날 저녁 무렵 라이언 장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은 8군 사령관에게 나의 말 내용을 전달하였으며 장도영 장군을 만나려 노력하였으나 이제는 장 장군이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8군 사령관이 헬기로 이한림 장군을 방문하여 이야기하였더니 내가 하겠다고(I will do) 하였으니 오늘밤에 이 장군으로부터 전화가 올 터이니 이 장군을 도와주었으면(encourage)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 8군 사령관이 장악한 각군 참모총장들의 혁명에 대한 태도를 알려주었다. 김신 공군 참모총장과 이성호 해군 참모총장은 군사 혁명에 반대이며 김성은 해병대 사령관은 김포의 해병 여단이 혁명에 가담했으므로 자기도 혁명에 동조하겠다는 의사 표명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날 밤에 이 장군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있었다. 동지로서 자기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이 장군의 성격으로 동지로서 도와 달라는 말은 들어보기 힘든 말이었다. 내일 아침 8시에 원주에서 군단장 회의를 갖겠다 하였다. 나는 어제 군단 참모장으로부터 들은 이한림 장군의 원주 방송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5월19일은 쾌청한 날이었다. 나는 오전 여덟시 회의를 위해 늦어도 아침 7시30분까지는 횡성 비행장에 도착되도록 이른 아침 군단 포천 비행장을 떠났다. 횡성 비행장에 도착하였더니 비행장에는 나의 수석 고문을 하다가 야전군 사령관의 차석 고문으로 전임된 바드너 대령이 마중 나와 있었다. 바드너 대령은 나에게 오늘 새벽에 이한림 장군이 장교들에게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어 가는 중이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하였다. 비행장에서 윤춘근 야전사 부사령관과 임부택 1군 예비 군단장을 만났다. 나는 비행기를 다시 포천으로 돌렸으며 최소한 야전군 산하 지휘관들이 나라를 위한 고민을 서로 교환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길 없었다. 그리하여 쿠데타는 혁명으로 변해가는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5월 20일로 기억을 한다. 대통령 특사가 방문한다며 그것도 군단 비행장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군용 경비행기로 두 비서가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대통령 비서는 윤보선 대통령의 서신을 내놓았다. 한 장에 타자된 간단한 서신으로 기억되며 그 자세한 내용의 기억은 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서신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였다.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 아니라 우회적 정치가의 표현이었다.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요지가 분명치 않아 추측하게 만들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그 서신이 대립을 피하고 쿠데타에 협력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나는 그 서신이 강압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하였다. 그 서신으로 보아 나는 비서들에게 질문이나 조언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하였다. 후일 비서의 한사람의 회고록에 군단 방문 중 최석 장군을 제외하고는 쿠데타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던 군단장은 없었다 라고 읽은 기억이 난다. 그날 밤에 장도영 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인 오치성 중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최고회의 의장 장도영 장군이 나를 오후 1시에(지금 시간 기억은 확실치가 않다) 보자고 한다고 한다. 어차피 서울에 가있는 군단 포병 대원들을 만나보아야 할 시점이기도 하여 나가겠다고 답변하고 참모장에게 포병단장에게 통지토록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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