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로는 존 매케인이 거의 확정됐으나 민주당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버락 오바마가 루이지애나와 워싱턴, 네브라스카, 메인, 포토맥(DC, 버지니아, 메릴랜드) 프라이머리 등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초반 리드를 지켰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는 있으나 힐러리가 끝까지 싸울 의사를 밝히고 있어 경선은 아직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집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클린턴과 오바마가 확보한 대의원 수 차이는 100명 정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총 1,311명의 대의원을 확보했고 클린턴은 1,211명이다. 선거로 뽑은 대의원 수에서는 오바마가 130명쯤 앞서 있고 소위 수퍼대의원 수에서는 힐러리가 30명쯤 많다. 역대 미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이 이처럼 치열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우리 한인들은 11월에 어떻게 투표할까이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우리는 매케인과 오바마/클린턴 중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까. 표를 던질 기준으로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나는 19세기 조선의 개혁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다산은 1818년 유배지 강진에서 조선 최고의 정치/행정 지침서로 꼽히는 ‘목민심서’를 완성했다. 관리로 임명받고 취임해서 정치를 베풀고 나서 물러나기까지의 전 과정을 세세히 짚어가면서 수령이 지킬 도리를 명시한 책이다. 전편이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특히 4편이 눈길을 끈다. 제목부터 ‘애민 6조’다. 백성을 사랑하는 여섯 가지 방법, 즉 요즘 말로 6가지 서민정책이다.
다산이 꼽은 6가지 서민정책은 노인을 부양하고(養老), 어린이를 돌보고(慈幼), 곤궁한 사람을 돕고(振窮), 상을 당한 사람을 애도하며(哀喪), 병든 사람을 돌아보고(寬疾), 재난당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다. 얼른 보면 낯선 한자 표현 때문에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200년 전 다산의 애민정책 중 적어도 4가지는 2008년 미국 대선의 핫 이슈임을 알 수 있다. 양노(養老)는 소셜 시큐리티 정책이고 자유(慈幼)는 교육정책, 진궁(振窮)은 중산/빈곤층을 위한 경제부양책이며 관질(寬疾)은 의료보험 정책이기 때문이다.
다산이 200년 전에 2008 미국 대선의 쟁점 정책을 이미 논한 것은 그가 선견지명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 쟁점들이 동서양과 고금을 통해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고전을 읽는 것은 오늘의 미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주기도 한다.
이 양노, 교육, 복지, 의료 등 네 가지는 부시행정부 8년간 완전히 망가진 분야들이다. 내치 실패를 전쟁과 테러 위협으로 위기감을 조성해 근근이 버텨왔을 뿐이다. 그래서 매케인은 이 4가지 정책을 잘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 클린턴과 오바마는 이 4가지 정책에서 적극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11월 대선에서 표를 던지기 전에 매케인과 클린턴과 오바마의 4가지 민생 정책을 찬찬히 살펴서 누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계획 중인지 판단해 봐야 한다.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을 지지하며 경제 정책이나 사회 복지 정책도 부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반면 힐러리는 전국민 의료 보험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버락 오바마도 비슷하다. 오바마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마련하고 저소득층 복지 확충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는 또 무엇보다 여러 대선 후보 중 과연 누가 이민 현장의 목소리를 바로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매케인은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여러 명 중에서는 불법 체류 단속 등 이민 문제에 관해 가장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부시와 마찬가지로 당내 보수파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체로 이민자에 대해 우호적이며 외국인의 아들로 태어나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오바마는 더욱 그렇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에 뽑히는 미국 대통령은 4년간 미국은 물론 세계 정치를 주도해 나가게 된다. 과연 누가 한인을 위해서나 미국과 세계를 위해 꼭 필요한 지도자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조정희
봉사교육연구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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