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희(국방부산하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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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의 대립적 배태
우주 앞에 선 나, 자연 속에서의 나로부터 철학은 시작된다. 우주의 본질은 무엇이며, 인간의 궁극적 존재의의란 무엇인가라는 회의적 명제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갑론을박을 자행해 왔으나, 아직도 우리 인류는 이에 대한 절대적인 궁극적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학문명이 전무했던 원시공동사회에서의 철학의 배태는 자연의 신비성에 대한 범신론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초인간적인 자연현상의 경이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했던 무지몽매한 원시사회에 있어서의 인간이성은 다신교적 신앙에 지배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우주의 신비성과 자연의 외포성에 대한 무지의 자각에서 맹목적인 종교적 신앙은 싹트기 시작했다. 극히 미개했던 원시시대에 있어서의 이간이성의 발전단계에서는 이것은 하나의 역사적 필연이다. 왜냐하면 종교란 자연의 신비성에 대한 인간이성의 굴종이요, 무지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시공동사회에서의 지배적인 생활원리는 동물적인 약육강식이였고, 극단적인 무단정치가 형성됨으로써 가부장적 전단적 정치체재가 확립됨에 이르렀다. 국가간의 전쟁은 노예제를 탄생케 했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노예제 전제국가체재로 발전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권력의 파지자는 자기권력의 정당성과 권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하나의 정치적 수단을 강구하게 되는 것이니, 여기서 비로소 사회적 의식형태의 하나로서의 철학은 그 복속의 합리적인 이론적 근거로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피정복민족의 노예화에 대한 정당성과 실효성을 학보하기 위하여,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회의 제질서의 정치체재는 신이 자연에서 확립한 제질서의 연장이며, 신은 인간을 통치하기 위하여 지배자를 만들고, 인간을 부양하기 위하여 전 세계에 식물과 동물을 만들어 놓았다.고 설파하고 있다.(1)
뿐만 아니라 기원전 7000여 년 전 만주대륙에서 발흥한 인류 최초의 문명국가 환제국은, 동으로는 흑룡강으로부터 중동의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광활한 대륙에, 수밀이국(Sumer왕국)을 위시한 12개 봉건국가를 통할함에 있어 홍익인간이란 통치철학을 실천화 함으로써, 수 천년 간 아세아대륙을 지배하였음이 우리의 환단고기에 명백한 기록으로 남겨져있다.(2)
기원전 2000년대 후반 중국의 상은시대에는 권력의 확보를 위하여 왕권을 천제의 사자로 신격화시킴으로서 피정복계급의 반발을 억압하는 통치수단으로써 일종의 종교적 신앙을 강요했다. 이른바 세계를 신의 의지의 구현으로 보고, 영혼불멸과 신에 의한 세계창조를 주장하는 종교적 관념론이 노예를 소유하는 왕과 귀족계급의 지배의 원리로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고대 동방국가에서의 철학, 자연과학 및 정치사상은, 세계철학사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서구문명의 최초의 발단인 그리스문화보다도 근14세기, 아니 66세기나 앞서 형성됨으로써, 지금까지의 서구 중심적 인류역사의 전개에 대한 근본적인 타파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3)
이렇게 종교적 통치철학으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민족의 발칸반도에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버트란드러셀이 경탄의 찬사를 보냈듯이, 그리스문명은 놀라울 정도로 갑자기 융성해졌다.(4) 이집트와 바비로니아, 특히 수메르왕국의 선진적인 천문학, 물리학, 의학 등 과학문명의 전파는 무역과 상업으로 융성화 된 도시국가의 탄생을 가져왔고, 그 도시국가간의 대립투쟁과 식민지쟁탈전은 노예제 전제정치와 노예제 민주정치의 극한적 대립을 가져왔다.
그리스 유물론의 창시자라 일컫는 탈레스(BC624~547)는 만물의 근원을 물( )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신의 우주창조론과 왕권신수설이 지배했던 당시의 종교철학적 세계관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5) 이러한 목숨을 건 신에의 도전은 헤라클레이토스(BC530~470)에 이르러서는 그 물은 불( )로 대체됐고, 아낙사고라스(BC500~428)에 이르러 비로소 물질의 종자인 미립자(동질소)가 등장하게된다.(6) 이른바 생명체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이 동질소의 구조물이며, 세계는 정신의 선회운동에 의하여 생성되며, 따라서 태양은 아폴로신이 아니라 불돌이며, 지구는 흙으로 되어있고, 달은 태양의 반사에 의하여 빛을 발하고있다는 놀라운 과학적 논증을 제기했다. 드디어 사형선고를 받게된 아낙사고라스는 페리클레스 황제의 관용으로 아테네로부터의 추방으로 끝나기는 하였으나, 곧이어 레오키포스(BC500~440)는 일보 전진하여 물질의 구성요소를 더 이상 분할될 수 없는 원자라 했다. 그의 저서는 전하는 바 없으나 그의 이론은 데모크리토스(BC460~370)에게 계승되어 보다 알차고 체계화된 유물론적 변증법으로 발전하게된다. 이른바 원자는 우주의 무한한 공허속에서 영원한 운동을 통하여 충돌과 소용돌이가 일어남으로써, 무수한 세계는 생성되고 소멸된다고 하는 우주생성론과, 자연에 있어서의 객관적 인과성, 필연성 및 합법칙성의 논증을 과감히 제기했다.(7)
이러한 반국가적 도전에 분개한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저서를 모두 소각해 버리려고까지 하였으며, 이 유물론에 대한 공격적 반론을 제기하였으니, 그것이 이른바 그의 유명한 이데아론이다. 즉 자연을 감각적 사물의 세계로 규정하고, 영원불멸의 이데아로부터 파생된 영상으로 인식함으로써, 물질의 실체를 부정하고 오직 하나 이데아만의 절대적 실체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8)
이러한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은 20세기에 이르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극한적 대립 투쟁으로 발전하게되고, 공산주의 정치체제는 그 이론의 자기모순으로 인하여 불과 반세기만에 스스로 괴멸되고 만다. 그러나 아직도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은 이에 대한 적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체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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